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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댓글 접기' 표현의 자유 침해 vs 선택권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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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유지' '펼침' 기능 있어…댓글 품질↑ 건강한 공론의 장 형성

댓글접기 기능이 논란이 되자 댓글접기 이력을 공개하기로 한 네이버. (사진=네이버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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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는 최근 보고 싶지 않은 댓글은 '접기 요청'해 해당 댓글을 접는 서비스를 선보였다. 댓글의 품질을 강화하는 한편 '사용자와 함께 만드는 댓글 문화'를 만들겠다는 게 댓글 서비스 개편 취지다. 사용자들의 의견과 평가를 네이버 댓글에 적극적으로 반영토록 한 것이다.

그러나 해당 서비스가 표현의 자유는 물론 소수 의견을 볼 권리도 침해한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또 여론을 조작해 정치적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 네이버, 댓글 서비스 개편…댓글 품질↑ 사용자와 함께 만드는 댓글 문화

네이버는 지난달 20일 뉴스 댓글 서비스를 개편했다. 네이버는 "갑자기 줄어든 댓글 수나 사라진 댓글을 확인하고 궁금증을 가질 수 있는 많은 부분을 좀 더 투명하게 서비스에 담아냈다"며 개편 배경을 밝혔다.

'댓글 접기' 기능도 서비스 개편의 일환이다. 사용자가 보고 싶지 않은 댓글에 '접기 요청'을 누르면 해당 댓글은 보이지 않게 처리된다. 다수의 사용자로부터 해당 댓글에 접기 요청이 누적되면 자동으로 '접힘' 처리가 된다.

이렇게 처리된 댓글은 '현재 댓글' 목록에서는 노출되지 않는다. '전체 댓글' 목록에서만 접힌 상태로 표시된다. 대신, 서비스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삭제 댓글에 대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게 했다.

그러자 "네이버가 표현의 자유와 다양한 댓글을 볼 권리를 침해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많은 사람들이 보고 싶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댓글을 못 보게 한다면 소수 의견은 무시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주관적이고 감정적인 이유로 특정 의견을 묻어버리는 건 다수의 횡포가 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또 "정치적으로 악용될 여지가 크다"는 논란도 일기 시작했다. 특정 정파에 불리한 댓글을 지지자 다수가 접기 요청을 해버리면서 여론을 호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나 기업의 외압에 불리한 댓글은 삭제 조작해왔다는 논란을 늘 꼬리처럼 달고 다니는 네이버는, 댓글에 대한 책임을 소비자에게 넘기며 논란을 피하려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 댓글 '유지', '펼침' 등 추가 평가 가능…삭제 아닌 '블라인드' 개념

네이버는 이에 대해 '댓글 접기'는 삭제가 아니라, 댓글을 접하는 이용자의 선택권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접힌 댓글은 '펼침'을 누르면 그 내용을 얼마든지 볼 수 있다. 또 '접기 유지', '펼침 요청' 등으로 해당 댓글을 다시 평가할 수 있다. 접힌 댓글에 대한 반대 의견도 답글로 적을 수 있다. 이렇게 추가된 평가에 따라 댓글은 기본 펼침 상태로 전환되기도 한다.

즉 '댓글 접기'는 '삭제'가 아닌 '블라인드' 개념이란 것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만약 특정 정파 지지자들이 해당 정파에 불리한 기사 댓글을 보고 우르르 달려가 접더라도, 이용자가 접힌 댓글이 궁금하면 그냥 펴기를 누르면 된다"며 댓글 삭제 조작 의혹을 부인했다.

기존에도 네이버 이용자들은 저속하거나 문제가 되는 댓글을 '신고' 할 수 있었다. 그러나 '댓글 접기' 기능을 통해 사용자 의견을 더욱 신속하게 반영하고 댓글 품질을 개선함으로써 '건전한 공론의 장'을 만들겠다는 게 이번 서비스 개편의 취지다.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댓글의 주인은 해당 계정의 개인이고, 카페 댓글의 주인은 카페 주인장이어서 각 주인에게 댓글 노출에 대한 권한이 있지만, 뉴스 댓글의 주인은 그 뉴스를 읽는 독자"라는 게 네이버 측 판단이다.

같은 탄핵 기사라도 촛불과 태극기 민심은 다르게 받아들이듯이 개개인의 성향이 달라서 뉴스에 대한 반응도, 이에 대한 댓글도 다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개인이 보기 싫은 댓글은 스스로 접고, 접힌 댓글이 궁금하면 펼칠 수 있도록 개개인의 성향에 맞춘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댓글을 차단하면 일부 소수 의견에 대한 침해가 있고, 개인 의사 표현의 자유 등은 존중돼야 하기 때문에 접기 서비스를 도입한 것"이라면서 "건전한 공론장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 삭제 댓글 이력 모두 공개 '공감비율순' 정렬 추가…댓글 '투명성' 강화

지금까지 네이버는 민감한 이슈거나 특히 정치적인 대립이 첨예한 뉴스 댓글과 관련해 "네이버가 압력에 굴복해 댓글을 지우고 조작했다"는 논란에 자주 휩싸였다.

네이버는 현행법에 따라 유통이 금지된 음란 등 불법 광고나 욕설 등이 담긴 댓글이 등록되면 직접 삭제하고 있다.

동시에 작성자 삭제 댓글의 상세 정보도 공개하고 있다. 특히 이번 개편으로 네이버는 운영자가 삭제한 댓글 수와 삭제 시간까지 공개한다. 네이버에 따르면 (댓글) 작성자 본인이 직접 지우는 댓글도 평균 17%에 이른다.

댓글 서비스 투명성과 사용성을 높이기 위해 댓글 통계도 삭제 주제별로도 공개한다.

댓글 정렬 방법에도 호감순, 최신순 등에 이어 '공감비율순'이 추가됐다. 공감과 비공감의 절대 수치가 적더라도 공감을 받은 비율이 높으면 상위에 노출되는 방식이다.

그간 '호감순' 정렬 방식은 "초기에 작성된 댓글에 유리해 '정체돼 보인다'는 지적이 많았다"며 추가 배경을 밝혔다. 공감비율순은 기존의 정렬 방법보다 더욱 다양한 의견이 상위에 노출된다는 장점이 있다.

표현의 자유와 악성 댓글은 첨예하게 대립하는 개념이다. 댓글의 영향력은 갈수록 커지고 이에 따라 댓글 서비스도 계속 업데이트된다.

한국언론진흥재단 김선호 연구 위원은 "개인이 보고 싶지 않은 댓글을 보지 않게 하겠다는 취지는 좋다"면서도 "대중들은 댓글에서 가치 판단을 구하는 경우가 많아서, 댓글 선택권을 이용자에게 준다고 댓글 서비스를 하는 포털이 자유로워질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접기와 펴기 기능이 있지만, 마음만 먹으면 정치적이나 상업적 목적을 갖고 특정 집단들이 여론을 형성하는데 악용될 여지는 있다"며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문제가 발견되면 이를 개선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네이버는 하반기 내 댓글 작성국가, 작성 기기에 따른 댓글 작성 분포, 연령별·성별 댓글 소비 분포 등도 그래프를 통해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제공할 계획이다. 네이버 유봉석 미디어서포트 리더는 "뉴스 댓글 창이 더욱 활발하고 건전한 공론장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투명성을 높여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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