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선실세 최순실 씨.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비선실세' 최순실씨가 증인으로 법정에 출석했지만 진술을 거부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의 재판이 공전 끝에 종료됐다.
최씨는 2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 부회장 등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했지만 "특검을 신뢰할 수 없다"며 특검의 모든 신문에 증언을 거부했다.
특검이 지난 12일 딸 정유라씨의 증인 출석 과정에서 부적절하게 신병을 처리했고, 자신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삼족(三族)을 멸하겠다'며 협박했다는 주장만 수차례 되풀이했다.
재판부가 "그럼 왜 나오셨냐"고 묻자, 최씨는 "나오라고 하니까 나왔다"고 말을 받았다.
이에 특검은 최씨에게 통화내역이나 문자메시지 등 객관적 증거자료를 근거로 신문을 이어갔다.
특검은 최씨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차명폰(대포폰)을 사용해 통화한 기록을 제시했다.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이 2015년 11월 15일 "갑자기 상황이 돌변해서 이해가 잘 안 된다. 기본적으로 원하는 대로 해드리겠다는 거고" 등 내용으로 최씨 측근으로 알려진 박원오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낸 내용도 공개했다.
삼성이 명마(名馬) '살시도'를 최씨에게 빌려주는 형태로 코어스포츠와 계약해 최씨가 크게 화를 냈고, 이 과정에서 삼성이 이 같은 문자메시지를 최씨 측에 전달한 것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특히 최씨가 이재용 부회장의 이름을 '이재룡'이라고 부르며 "이재룡이 VIP(박 전 대통령) 만났을 때 말 사준다고 했지 언제 빌려준다고 했냐"라며 크게 화를 냈다는 박 전 전무의 증언도 재확인했다.
한숨을 쉬며 입을 굳게 다물고 있던 최씨는 특검의 날카로운 질문에 "증언을 거부하는데 계속 질문하는 고문식으로 해야 되냐"고 항의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공판은 1시간 40여분 만에 모두 종료됐다. 100여쪽에 달하는 질문지를 갖춰 반대신문을 준비했던 이 부회장 측이 최씨의 거듭된 증언거부로 '신문 포기'로 전략을 수정했기 때문이다.
아침부터 다음날 새벽까지 15시간에 걸쳐 '마라톤 증인신문'이 벌어졌던 지난 5월 26일 공판과 달리 이날 공판은 "증언을 거부하겠다"는 최씨의 말만 법정에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