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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DWS·FCWS 시범사업 국토부 가이드라인 통과 업체 4곳 뿐

정부는 현재 도로를 주행중인 대형버스와 화물차량에도 차선이탈경보장치(LDWS)를 의무 설치하고 전방추돌경보장치(FCWS) 설치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그러나 성능을 충족하는 업체가 2~3곳에 불과해 당장 18일부터 시행되는 의무 장착에 비상등이 켜졌다.

국토교통부와 화물·버스 업계에 따르면, 기존 운행차량에 장착할 수 있는 애프터마켓 제품 중에 LDWS와 FCWS의 국토부 성능 요구조건을 충족하는 제품이 2~3개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때문에 국토부가 추돌감지 기술력이 떨어지는 FCWS의 기존 운행차량 의무탑재를 추진하지 않거나 성능 요구조건을 낮추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NOCUTBIZ

◇ LDWS·FCWS 장착 시범사업…성능 충족 업체 2~3곳에 불과

지난해 봉평터널 추돌사고를 계기로 정부가 '사업용 차량 교통안전 강화대책'의 일환으로 9월부터 11월까지 화물공제조합, 화물복지재단, 전세버스공제조합과 함께 전세버스·화물차 등 사업용 차량 1만대에 LDWS와 FCWS를 장착하는 시범사업을 진행했다. 국토부가 제시한 성능 요구조건 중에는 자동차안전연구원과 자동차부품연구원, 지능형자동차부품진흥원의 성능시험이나 이에 준하는 외국 기관의 성능시험을 통과하도록 했다.

업계에 따르면 보조금 지원 사업 입찰에 참여하려 했던 수 십 여개 업체는 국토부의 성능 요구조건이 높아 아예 참여를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적정 업체는 불과 4곳. 그나마 한 곳은 외국 업체였고, 국내 업체는 3곳에 그쳤다. 세 단체가 진행한 개별 입찰 결과 공급가격이 비싼 외국업체와 대형차량 설치에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한 국내 업체 1곳은 선택받지 못하면서 최종적으로 단 2곳만이 시범사업에 적용됐다.

입찰을 포기한 업체들은 대부분 LDWS와 FCWS 기능이 일부 지원되는 칩을 장착한 블랙박스 제품들로 성능이 떨어져 입찰 기준에 크게 미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자제어 시스템이 탑재되는 완성차에 비해 부품 성능이 상대적으로 떨어질 수 밖에 없지만 애프터마켓 제품 중 세계 1위 업체인 모빌아이의 경우 인식률이 95%를 넘는 반면, 국내 전장업체와 기술벤처 제품은 90% 안팎, 일부 기능만 지원하는 블랙박스 제품은 40~50%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완성차 업체의 경우 99% 수준의 인식률을 요구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지난 LDWS 장착 시범사업에서 주관 단체인 화물공제조합, 화물복지재단, 전세버스공제조합 등이 FCWS도 성능 요구조건에 포함시켜줄 것을 요청해서 국토부에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줬다"면서 "자동차안전연구원, 자동차부품연구원 등을 통해 최종 성능시험을 거친 외국업체 1곳과 국내업체 3곳이 시범사업에 최종 입찰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 버스·화물차 400만대 질주 고속도로 안전 어떻게 하나

LDWS는 국토교통부령 ‘자동차 및 자동차부품의 성능과 기준에 관한 규칙’ 89조의2 ‘차로이탈경고장치 기준’에 성능기준과 기능정지 조종장치, 식별표시 기준 등이 상세히 나와 있다. 그러나 FCWS에 대한 성능기준은 마련돼 있지 않다.

완성차의 경우 안전기준이 높고 위반시 제재수위가 높은 반면, 애프터마켓 제품은 이런 성능기준을 요구하지 않아 상대적으로 기술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래서 완성차에만 적용할 수 있는 ABES의 대안으로 기존 운행차량을 위한 FCWS 성능기준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화물차 업계 관계자는 "기존 운행 차량에는 AEBS를 설치할 수 없어 전방추돌 경고가 가능한 FCWS라도 장착해야 하는데 의무화에서 빠지고 성능기준도 없어 신뢰할만한 애프터마켓 제품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FCWS 성능기준은 법적 구속력이 없는 행정규칙에 있지만 대형차 기준이 아닌데다 제동거리나 경고시간 등이 조정돼야 하는 상황"이라며 "법령 정비 등 재정지원 근거가 마련되면 이를 보완해 성능기준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기존 운행차량에 대한 FCWS 의무화 계획은 아직 없는 상태여서 광역버스 사고처럼 피해가 큰 졸음운전에 의한 전방추돌을 예방할 최소한의 장치가 빠졌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국토부, FCWS 기준 마련 못하나 안하나…'무자격 FCWS' 덤으로 달고 다녀야

국제연합(UN) 산하 자동차실무위원회(WP29)가 자동차 안전기술 기준 표준(GTR; Global Technical Regulation) 제정을 위해 1998년 체결한 협정에 2001년 가입한 우리나라는 이 기술 표준을 따른다. 민간 업체들은 자동차 전장분야 기능 안전성 국제 표준인 ‘ISO 26262’ 규격을 따르기도 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GTR은 LDWS에 대한 기준을 제시하고 있지만 FCWS에 대한 기준은 없어 정부가 임의로 FCWS 성능기준을 마련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자동차의 경우, 독자적인 기술 표준을 제시할 경우 무역장벽으로 인한 마찰 소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자동차 기술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GTR이나 ISO 국제 표준이 완성차에 탑재되는 전장분야에 한정되어 있고, AEBS에 FCWS 기능이 포함되기 때문에 굳이 FCWS에 대한 기술·안전 표준을 따로 떼어 제시하지 않고 있을 뿐이라고 말한다.

국토부가 개정한 교통안전법에 따라 신규 출시되는 차량에만 LDWS, AEBS, FCWS가 의무화 되는 것도 이같은 이유 때문이다. AEBS의 제동 성능을 규정하면 전방추돌을 감지하는 FCWS는 기능적으로 따라올 수 밖에 없다. 애프터마켓 제품을 장착해야 하는 기존 운행차량만 안전 사각지대에 놓이게 되는 셈이다. 이런 사업용 차량이 400만대에 달한다.

교통안전공단이 지난해 11월 금호고속 운전기사 100명을 상대로 FCWS 장착 전·후 교통사고 건수를 비교분석한 결과 이 장치가 사고감소에 기여했다는 긍정적인 답변이 72%에 달했다. 교통사고는 절반 이상 줄었다.

전방추돌경보장치를 장착한 지난해 6월을 기준으로 전·후 16개월의 교통사고를 비교분석한 결과, 사고 발생건수는 13건에서 5건으로 8건이 감소했다. 피해자수도 58명에서 12명으로 46명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차량 안전에 효과적인데도 국토부가 기존 운행차량에 FCWS 장착을 의무화 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ADAS 개발 업체 관계자는 "현재 기존 운행차량에 의무장착할 수 있는 애프터마켓용 LDWS에는 대부분 FCWS 기능이 포함되어 있기는 하다"면서 "하지만 FCWS는 성능 수준이 업체마다 제각각이어서 인식률이나 정확성을 담보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AEBS를 달 수 없다면 FCWS라도 달겠다는 게 화물·버스업계 생각이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는 "지난 시범사업에서 첨단안전장치 성능 요구조건을 높인 것과 달리 LDWS만 의무화하면서 덤으로 '무자격 FCWS'를 달고 다녀야 하는 상황이 됐다"고 지적했다.

자동차안전연구원 조상수 책임 연구원은 "국내 업체들의 하드웨어 성능은 충분히 뛰어나지만 FCWS 등 안전운전시스템은 기본적으로 영상을 제대로 처리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성능과 확보된 정보량이 중요하다"면서 "완성차 기업은 높은 안전기준에 맞춰 제품을 선별할 테지만, 애프터마켓용은 객관적인 기준을 세워 공정하게 선정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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