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내 월간 유니크 사용자(MUU) 4870만 명을 보유한 애플의 AI 음성비서 시리(Siri)가 최근 730만 명에 달하는 사용자를 빼앗긴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앱 분석업체 버토 애널리틱스가 공개한 새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스마트폰 사용자 7100만 명을 대상으로 2016년 5월부터 2017년 5월까지 인공지능 가상 비서 이용실태를 조사한 결과 지난해 4870만 명이었던 시리 사용자가 불과 1년 사이 730만 명이나 빠져나간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15%에 달하는 수치다.
업계가 통상 사용하고 있는 월간 활동 사용자(Monthly Active Users)는 한 달에 한 번 이상 접속해 해당 서비스를 여러 번 이용한 누적 사용자수를 말한다. 반면 월간 유니크 사용자(Monthly Unique Users)는 한 달에 한번 이상 여러 번 접속한 사용자라 하더라도 한 번 접속 한 것으로 집계돼 월간 활동 사용자수보다 보수적으로 집계된다.
시리는 미국 시장에서 아마존 알렉사(Alexa), 마이크로소프트 코타나(Cortana) 등 다양한 인공지능 가상 비서보다 여전히 압도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지만 최근 안드로이드 기반 가상 비서가 무서운 성장세를 보이면서 왕좌의 자리가 흔들리는 모양세다.
특히 스마트 스피커를 앞세운 알렉사는 월간 유니크 사용자수가 80만 명에서 260만 명으로 전년 대비 325% 증가했다. 사용자 참여도(stickiness)는 두배 이상 증가한 22%로 나타났다.
코타나는 20만 명에서 70만 명으로 전년 대비 350% 증가했다. 사용자 참여도는 19%에서 60%로 3배 가까이 늘어났다. 구글 홈은 450만 명에서 20만 명 늘어난 470만 명으로 집계됐다.
Verto Anaytics
시리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사용자를 갖고 있는 삼성전자의 S보이스(S Voice)는 2480만 명에서 2320만 명으로 전년 대비 160만 명이 줄어드는 등 휴대전화 기반 가상 비서 사용자가 감소한 반면 알렉사와 구글 홈 등 모바일 앱과 스마트 스피커 기반 서비스 사용자는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상 비서가 가장 많이 사용된 응용프로그램(앱)은 크롬과 구글지도, 구글플레이 스토어 앱이 나란히 1~3위를 차지했다. 이는 전세계 스마트폰 운영체제(OS) 시장의 80%를 점유하고 있는 안드로이드 생태계의 특성으로 보인다.
또한 구글이 크롬 등 검색 앱, 인공지능 기반 웹검색 구글 나우, 인공지능 메신저 알로(Allo), 구글 지도 등의 모바일 앱에 음성지원 가상 비서 기능을 확대하면서 애플 시리의 역할이 줄어든 것으로 보고 있다.
다음으로 페이스북과 애플의 메시지, 사파리 앱이 뒤를 이었다. 애플 사용자 들이 메시지 전송이나 웹브라우징과 같은 일상적인 작업에 시리를 주로 사용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월간 사용자수가 크게 줄어든 것은 의미가 있지만 여전히 시리는 가장 많은 가상 비서 사용자를 확보하고 있는데다 iOS 통합 기능에서 장점을 발휘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더불어 애플이 올해 말 시리 지원 스마트 스피커 '홈팟'(Home Pod)을 출시 할 예정이어서 파급력에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한편, 보고서는 또 가상 비서 사용자의 54%가 여성이었다며 남성보다 높은 사용빈도를 보였다고 밝혔다. 특히 45~54세와 55세 이상의 노년층에서도 가상 비서를 많이 활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치로 분석한 결과 가상 비서 '슈퍼 유저'(월간 가상 비서를 사용하는 시간이 평균보다 두 배 이상 높은 사용자)는 매월 1.5시간 이상을 사용한 52세 여성으로 나타나 눈길을 끌었다.
가상 비서 사용빈도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1시 사이가 가장 높았고, 오후 2시부터 7시까지 꾸준한 사용량을 보이다 저녁 이후부터 줄어들었다. 주로 업무시간에 가상 비서를 이용하거나 이동 간에 구글지도와 같은 앱을 이용하는 것으로 추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