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쟁 피해 고국 떠나…깨보니 한국
- 장난 같은 주민번호 '910000'
- "휴대폰 만들고 일도 하고파"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요샤프(에리트리아 난민 청년), 이정훈(변호사)
저 멀리 아프리카 북동쪽에는 독재와 인권 탄압으로 고통받는 에리트리아라는 나라가 있습니다. 이 에리트리아에서 태어나서 우리나라로 건너온 한 청년이 2014년에 난민 지위를 얻습니다. 새 출발을 앞두고 참 설렜겠죠. 그런데 우리 출입국사무소에서 발급한 외국인등록증이 이 청년의 발목을 잡았습니다. 말하자면 우리 주민등록번호처럼요, 이 외국인등록증 번호라는 게 있는데요. 앞에 여섯 자리는 생년월일로 이루어집니다. 그런데 그 생년월일이 910000. 그러니까 91년 0월 0일생으로 표시가 된 겁니다. 이 엉뚱한 신분증 번호 때문에 고통이 이만저만이 아니라는데 이게 도대체 무슨 얘기인지 오늘 화제의 인터뷰에서 직접 들어보죠. 먼저 요샤프 씨가 연결이 돼 있습니다. 요샤프 씨, 안녕하세요?
◆ 요샤프> 네, 안녕하세요.
◇ 김현정> 그리고 아무래도 요샤프 씨가 한국말이 능숙지가 않아서 저희가 요샤프 씨를 도와주고 계신 분, 이정훈 변호사도 연결을 해 놨습니다. 이정훈 변호사님, 안녕하세요.
◆ 이정훈> 안녕하세요. 이정훈 변호사입니다.
◇ 김현정> 요샤프 씨, 고국을 떠나신 지는 얼마나 되셨어요?
◆ 요샤프> 여기 한국 온 지 3년 됐어요.
◇ 김현정> 한국 오신 지 3년?
◆ 요샤프> 네.
◇ 김현정> 왜 고국을 떠나게 되셨어요?
◆ 요샤프> 한국 여기… Korea… I want to live in korea.
◇ 김현정> 이정훈 변호사님이 좀 중간에서 얘기를 해 주시면 좋겠네요. 왜 고국을 떠나서 한국으로 오게 됐는지.
◆ 이정훈> 이 친구가 어릴 때 에리트레아 전쟁으로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아버지가 강제 징집되면서 고아로 남겨졌고 친형과 함께 전쟁이 있는 에리트레아에서 여권이나 이런 것 없이 화물선에 승선해서 필리핀에 갔다가, 목적지는 정확하게 몰랐을 텐데 이제 도착하고 보니 한국이었던 것이죠.
◇ 김현정> 화물선에 몸 싣고 도착해 보니 한국? 진짜 영화네요, 영화. 세상에. 그래도 다행인 건 난민 신청이 받아들여졌어요. 2014년에 난민 신청이 받아들여졌어요. 요샤프 씨, 난민 신청이 받아들여졌을 때 그때 기분 어떠셨어요?
◆ 요샤프> 기분은 많이 좋아요.
요사프씨의 외국인 등록증.
◇ 김현정> 지금 한국말이 충분치 않기 때문에 더 이상 표현은 못해내지만 얼마나 좋았겠습니까? 그런데 외국인등록증. 그러니까 이게 우리나라로 치면 주민등록증을 발급을 받고 그게 있어야 살아가는데 그때 문제가 생긴 겁니다. 보통 생년월일 우리 같으면 뭐 예를 들어서 2010년 5월 5일생이다 그러면 100505 이런 식으로 생년월일 앞자리가 정해지게 되는데 910000. 91년 0월 0일생. 이렇게 표기가 된 거예요. 이정훈 변호사님.
◆ 이정훈> 네.
◇ 김현정> 이게 지금 어떻게 이렇게 된 겁니까?
◆ 이정훈> 당시에 숙소가 서울에 있었기 때문에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 외국인등록증 발급 신청해야 되는데 당연히 저는 이 친구가 전쟁고아기 때문에 생일이나 이런 걸 몰랐어요. 그래서 자기가 여수 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 나온 날이 생일이라고 생각한다고 했고 그래서 0724로 썼던 걸로 알고 있는데.
◇ 김현정> 7월 24일로.
◆ 이정훈> 네. 그런데 2, 3주 후에 외국인등록증이 나올 때 그때 이제 0000으로 표시돼서 나온 겁니다.
◇ 김현정> 이유는 뭐라고 합니까? 왜 910000으로 표시를 했답니까?
◆ 이정훈> 생년월일에 대해서 이 사람이 증명할 수 있는 서류나 이런 것이 전혀 없고 해 줘야 되는 근거나 이런 것이 없기 때문에 자기들은 해 줄 수 없다는거죠.
◇ 김현정> 근거가 없지 않느냐? 이 사람이 몇 년 몇 월 며칠생인지 아무 여권이든 서류든 아무것도 없는데, 증인이든 아무것도 없는데 우리가 이 사람의 생일을 어떻게 써줄 수 있겠느냐? 7월 24일을 생일로 하라는 건 이거는 안 되는 거다, 받아들여줄 수 없는 거다?
◆ 이정훈> 네, 그렇습니다. 전쟁 고아라고 계속 반복을 해서 여권을 가져오라고 계속 요구를 하는데, 그게 화물선에 불법적으로 몰래 승선했던 사람한테. 여권을 가지러 에리트리아에 갔다 오라고, 박해 받는 에리트레아 대사관 갔다와라, 말이 안 되는 소리를 자꾸만.
◇ 김현정> 말이 안 되는 소리를. 말이 안 통한 거군요, 한마디로.
◆ 이정훈> 네, 그렇습니다.
◇ 김현정> 요샤프 씨.
◆ 요샤프> 네.
◇ 김현정> 그때 0000, 910000이라고 써 있는 그 여권 보고는 기분이 어떠셨어요? 좀 황당하셨죠?
◆ 요샤프> 네. 910000 이건 병원을 가면 병원도 안 돼요.
◇ 김현정> 병원 가면 병원도 안 되고. 또?
◆ 요샤프> 전화번호 만드는 것도 할 수 없어요.
◇ 김현정> 휴대폰 발급받으려고 해도 거기에 생년월일 써야 되는데 쓸 수가 없고?
◆ 요샤프> 네. 일 회사 가면 회사가 이제 medical insurance 안 만들어줘요.
◇ 김현정> 아 의료보험을 만들어주어야 되는데, 취업을 하면. 910000이라는 걸로는 의료보험도 안 만들어지고 마치 장난 같으니까. 그러면 한 번 정해진 거 이렇게 불합리하면 바꾸면 되는 거 아닌가요? 법적인 절차 밟으면 되는 거 아닌가, 변호사님 항의 안 해 보셨어요?
◆ 이정훈> 출입국관리법에 보면 외국인 등록에 대해서 변경사항이 있으면 신청을 하면 이에 대해서 변경을 하게 해 주게 돼 있습니다. 그런데 이제 출입국관리사무소에는 변경 사항이 발생해야 되는데 변경사항이 발생하지 않았다고 해석하는 것 같기도 하고요. 두 번째는 변경 신청에 대해서 거부 처분을 해 주면 거부 처분이 부당하다고 법원에 제가 다툴 수 있지 않습니까?
◇ 김현정> 소송이라도 할 수 있는데.
◆ 이정훈> 소송이라도 할 수 있는데 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 외국인 변경 등록 신청서 접수 자체를 안 해 주는 거예요. 관할 출입국관리사무소 가니까 여수에서 해 줬으니까 여수로 가라고 여수 가니까 서울로 가라고, 서울 가니까 대전으로 가라고. 자꾸 다른 출입국관리사무소로 돌리니까요.
◇ 김현정> 뺑뺑이를 돌리네요.
◆ 이정훈> 네. 출입국관리사무소는 담당자가 저랑 통화조차도 안 했어요. 그 부분이 너무 좀, 변호인으로서 너무 상당히 답답하더라고요.
◇ 김현정> 듣고 있기만 해도 이렇게 답답하고 화가 나고 참 이런데. 요샤프 씨.
◆ 요샤프> 네.
◇ 김현정> 이 뺑뺑이 돌 때 얼마나 서러우셨어요, 무시받는 그 기분이?
◆ 요샤프> 계속 왔다갔다, 왔다갔다 그런 거 많이 힘들었어요.
◇ 김현정> 많이 힘들었었어요? 서울, 여수, 수원 막 왔다갔다 왔다갔다. 지금 한국말이 서툴다 보니까 표현조차 힘들지만 여러분, 많이 힘들었어요 이 한마디에 얼마나 힘들었을지 상상이 되시죠. 요샤프 씨. 신분증 제대로 된 거 받고 나면 제일 먼저 뭐 하고 싶으세요?
◆ 요샤프> 핸드폰 만들고 그다음에 좋은 데 가서 일하고 그런 거 하고 싶어요.
◇ 김현정> 휴대폰 제대로 내 명의로 만들어 쓰고, 회사도 좀 제대로 취직했으면 좋겠다 그런 얘기죠?
◆ 요샤프> 네.
◇ 김현정> 생일파티도 한번 제대로 하세요.
이정훈 변호사와 요샤프 씨. (사진=본인 제공)
◆ 이정훈> 공교롭게도 7월 24일이 제 생일이기도 해서 곧 다가올 생일 때도 같이 만날 예정입니다.
◇ 김현정> 이거 참 우연치고는 필연 같은 우연. 제가 지금 이렇게 쭉 인터뷰를 나눠보니까 요샤프 씨 참 여기 와서 여러 가지 고생도 많이 하고 영화 같은 삶을 살았는데. 이정훈 변호사님을 만난 것만은 하늘의 복이네요, 행운이네요. 이정훈 변호사님.
◆ 이정훈> 네.
◇ 김현정> 끝까지 좀 도와주시고요. 행정적인 절차라는 게 있다는 건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닙니다마는 적어도 융통성 있게, 적어도 사람이 생활을 할 수 있게는 해 줘야 하는 거 아닌가 정부 당국에도 제가 간곡하게 부탁을 드립니다. 오늘 두 분 감사드리고요. 요샤프 씨, 힘내세요. 열심히 사셔야 합니다.
◆ 요샤프> 네, 감사합니다.
◇ 김현정> 이정훈 변호사님, 고맙습니다.
◆ 이정훈> 네, 고맙습니다.
◇ 김현정> 910000이라는 참 희한한 신분증 번호를 받아들고 우리나라에서 고생하고 있는 난민 요샤프 씨 그리고 돕고 있는 법률대리인 이정훈 변호사 만나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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