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팟캐스트 포털 '팟빵' 콘텐츠 독점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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팟빵 "팟빵과 애플 팟캐스트 통해서만 청취"…공유·개방·소통 막는다 비판

 

NOCUTBIZ
국내 최대 팟캐스트 호스팅·플랫폼 업체 팟빵(Podbbang)이 팟캐스트 제작자들의 콘텐츠를 독점하려 한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팟빵은 지난 27일 '팟빵-팟빵 호스팅 서비스 통합' 공지를 통해 팟빵호스팅(www.ssenhosting.com/pod) 서비스를 팟빵(www.podbbang.com)으로 통합 운영하고 서버 계정도 팟빵 계정에 통합한다며, 그동안 호스팅 비용을 지불했던 제작자에게는 변경되는 약관에 동의절차일 기준으로 전액 환불 조치하여 팟빵에서 방송을 개설하고 파일을 업로드하는 것을 전면 무상으로 시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 팟캐스트 팟빵 약관 변경 논란…'불공정 약관' 비판

팟캐스트 제작자 A씨는 2일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팟빵이 명목상으로는 좀 더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대의명분을 세웠지만, 최근 네이버와 카카오가 오디오 콘텐츠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며 "오디오 콘텐츠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 팟빵-호스팅 통합을 일방적으로 통보해 플랫폼 사업자의 '갑질'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팟빵 측은 제작자에게 별도로 부과했던 호스팅 과금정책을 철회함으로써 전면 무상정책을 시행해 누구나 방송 제작을 쉽게 시작할 수 있도록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일부 팟캐스트 제작자들의 생각은 달랐다.

팟빵이 동의를 요구한 약관 변경 내용에 제작자의 음원을 팟빵과 애플 팟캐스트에만 사용하도록 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때문에 불공정 약관이라는 지적이 뒤따랐다.

실제 팟빵이 변경하는 약관 내용을 보면, 기존 '제 11조 (서비스의 이용) ③서비스는 무료서비스와 유료서비스로 구분되며, 무료서비스 및 유료 서비스 등의 종류와 이용방법 등은 이 약관 및 회사가 공지 또는 이용안내에서 별도로 정하는 바에 따릅니다'에서 '제 11조 ③항 추가, ④항 변경 / 제 11조 (서비스의 이용) ③방송 운영자가 방송의 개설 등록 시 회사는 애플팟캐스트에 한하여 사용이 가능한 RSS를 제공합니다'는 내용이 추가됐다.

이때문에 팟빵이 그동한 확보한 팟캐스트 제작자들을 자기 플랫폼 안에 독점하려는 의도라며 다른 사업자나 제작자들이 팟캐스트 시장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제동을 건 셈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팟빵은 약관 변경 공지 이후 1일 추가 공지를 통해 ▲팟빵-팟빵호스팅 통합으로 팟빵 업로드 콘텐츠에 대한 RSS 발행 중단 ▲외부 호스팅을 사용하여 팟빵에 RSS만 등록한 방송은 향후 팟빵에 직접 콘텐츠 업로드 ▲외부 호스팅을 통해 RSS로만 연결된 방송은 7월말까지 한시적으로 청취 가능하다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현재 팟빵 팟캐스트는 팟빵의 쎈호스팅과 외부 호스팅 서버를 통해 음원을 가져다가 팟빵 캐스트에 등록·서비스 하는 구조다. 애플 팟캐스트 사용자의 경우 애플 계정에도 자동으로 전송된다.

팟빵의 팟캐스트는 다른 팟캐스트 사업자나 개인 청취자도 제작자가 공개한 서버 주소를 이용해 다른 플랫폼이나 블로그, SNS 등에 쉽게 공유할 수 있다. 하지만 팟빵이 애플 팟캐스트를 제외한 팟빵에서만 독점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RSS(XML 기반의 콘텐츠 배급 포맷)를 제한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팟빵이 6월 27일부로 변경되는 약관 변경 내용과 7월 1일 공지한 서비스 통합에 따른 이용자 인용 안내문

 


◇ "시장지배력으로 콘텐츠 독점" 우려 vs "대기업 오디오 시장 진출에 방어" 선택

팟빵은 국내 생소했던 애플 팟캐스트가 2011년 화제가 된 '나는 꼼수다' 열풍이 일며 정치·경제·사회·문화·생활·엔터테인먼트 분야로 확산되고 언론인과 유명인, 방송들까지 팟캐스트 제작에 나서는 등 주목을 받자 2012년 인기 팟캐스트를 모아주거나 팟캐스트 음원파일을 호스팅해주는 서비스로 시작해 국내 최대 팟캐스트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애플 사용자만 사용할 수 있었던 초기 팟캐스트는 이때문에 모바일 플랫폼이나 제작환경에 구애 받지 않고 확산되는데 큰 영향을 미쳤다.

팟빵에 등록된 방송 수는 1만여개, 한 달 평균 방문자 수는 50만~60만, 누적 앱 다운로드 수는 약 300만이다. 음성 팟캐스트가 주력이지만 동영상 서비스도 제공한다. 그러나 '나꼼수' 이후 팟캐스트는 국내에서 대안 언론적인 성격이 강해 플랫폼으로서의 시장 규모는 미미한 수준이다. 수익모델은 플랫폼 배너와 후원금 수수료, 팟캐스트 중간 오디오 광고, 제휴 수익 등이 있지만 손익분기점에서는 아직 난망하다. 이런 환경때문에 팟빵을 빼면 국내에 팟캐스팅 전문 호스팅이나 플랫폼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최근 사정이 달라졌다. 구글과 아마존, 애플은 물론 국내 통신사들이 인공지능 스마트 스피커를 잇따라 내놓으며 오디오 콘텐츠가 새롭게 주목을 받고 있다.

처음 등장한 지 10년이 넘은 애플 팟캐스트는 현재 155개 국가에서 40만개의 채널, 1400만개의 에피소드가 생산되고 있을 정도로 활동이 활발하다. 스마트 스피커의 확산으로 뉴욕타임스와 월스트리트저널, 블룸버그, ESPN, BBC, 라디오프랑스, CRI, CNN 등 주류 신문·방송(TV·라디오)은 물론 MTV, 보그, 디즈니 등 콘텐츠 미디어들도 오디오 콘텐츠 시장에 뛰어든 상태다.

국내의 경우 네이버가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네이버는 지난해 12월 음성 관련 원천 기술들을 사용해 새로운 오디오 콘텐츠를 만드는 제작자들에게 매년 100억원씩 3년간 총 3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수준높은 지식·교양·실용 분야를 주력으로 한 자체 팟캐스트 플랫폼 '오디오클립'을 론칭했고, 오는 9월에는 AI 클로바(Clova) 기반 스마트 스피커 '웨이브'와 라인 캐릭터를 디자인에 적용한 '챔프'를 일본 라인을 통해 최초 출시한다. 카카오는 지난 1월 카카오톡채널에 팟빵을 입점시켰다. NHN벅스가 올해 초 론칭한 '팟티'는 4개월만에 자체 방송 1200개를 넘겨 순항 중이다.

일각에서는 척박한 국내 팟캐스트 시장을 일군 팟빵의 노력이 이런 거대 플랫폼 사업자들에 의해 잠식당할 수 있는 상황에서 콘텐츠를 지키고 플랫폼 사업자로서 성장해가는 변화의 흐름이라는 해석도 내놓는다.

다른 한 편에서는 자유롭게 공유가 가능하고 쉽게 유통할 수 있었던 팟캐스트를 팟빵으로 단일화 시켜 플랫폼에 가두려는 것은 공유·개방·소통의 웹 정신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존재한다.

 


◇ 팟빵 일방적 선택 통보 비판…'RSS 애플만 지원' 형평성 논란은 해명 못해

시사와 스포츠 팟캐스트를 주로 청취한다는 김치선(36·회사원)씨는 "일주일에 서너번은 팟캐스트를 청취하면서 재밌는 내용은 블로그나 SNS에 지인과 공유도 하기도 했는데 갑자기 팟빵에서만 가능하다니 이해가 안된다"고 말했다.

김씨는 "콘텐츠 운영방식을 대대적으로 변경하면서도 콘텐츠 제작자와 상생하는 구체적인 방향성에 대한 내용은 전혀 없고, 갑작스레 밀어붙이듯 공지한 것은 제작자들의 불만을 살만 하다"고 꼬집었다.

팟빵이 RSS를 제공하지 않으면 팟빵에 등록된 팟캐스트는 더이상 다른 공유 플랫폼에 퍼가거나 청취할 수 없게 된다. 방송·영화 온라인 서비스 '푹(pooq)'이나 음원 사이트 '멜론(melon)'과 같은 콘텐츠 과금 플랫폼 운영 방식을 생각하면 된다.

1개월 안에 약관에 동의하고 팟빵 플랫폼을 이용하던지 아니면 떠나라는 것도 압박으로 비춰질 수 있다. 하지만 방대한 양을 가진 제작자의 경우 쉽게 떠날 수도 없다.

국내에 팟캐스트 지원 호스팅이 거의 없는데다 비용도 부담이다. 팟빵을 제외한 다른 팟캐스트 플랫폼도 없다보니 청취자를 확보하는 것도 어렵다. 해외 팟캐스트 앱은 오디오나 비디오 팟캐스트를 등록하고 분류해 보여주는 식이지만 사용자층이 대부분 해외 사용자들이어서 영어로 진행하고 해외 청취자를 위한 콘텐츠가 아니라면 큰 의미가 없다.

실제 각종 커뮤니티와 SNS를 비롯해 팟빵 측에 이같은 우려와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팟캐스트 제작자 B씨는 "팟빵의 공지를 접하고 어이가 없어 몇차례 항의 이메일도 보내고 전화도 했지만 필요한 지원을 해주겠다는 얘기만 있을뿐 어떠한 대안도 내놓지 않고 있다"면서 "1개월 안에 남든지 떠나든지 선택하라는 것이 말이 되냐. 그동안 콘텐츠를 생산해온 제작자들을 우롱하는 처사"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팟빵의 현숙자 팀장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1개월 안에 서비스 통합에 동의하라는 공지가 콘텐츠 제작들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팟빵의 정책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다만, 지원을 요청할 경우 시한에 상관없이 콘텐츠 제작자에게 필요한 도움을 줄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현 팀장은 "팟빵은 팟캐스트 후원 사이버 머니 팟 외에도 청취자에게 과금하는 유료 서비스와 무료 서비스로 나누어 제공될 예정"이라며 "청취자가 유료로 지불한 팟캐스트를 외부에도 공개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말했다.

일부 팟캐스트 콘텐츠 독점화 우려에 대해서도 "경쟁사업자가 없어 독점적 위치라고 보는 분들이 계시지만 관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며 "팟캐스트 제작자에게 수익이 돌아가는 모델을 공유하기 위해서는 유료 팟캐스트가 보호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제작자가 직접 선택해 적용할 수 있는 과금형 팟캐스트 외에 무료형 팟캐스트는 제작자가 의도할 경우 기존처럼 자유롭게 공개할 수도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구체적인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현재로서는 변경되는 약관대로 강행한다는 방침이다.

애플 팟캐스트에 RRS 지원을 지속해 형평성 논란이 제기된다는 지적에도 속시원한 해명을 내놓지 못했다. 다른 경쟁사업자나 개인도 자유롭게 공유와 활용이 가능하도록 공개됐던 팟캐스트를 팟빵에 묶어두면서 애플에만 여지를 둔 것은 팟빵 플랫폼 이용 제작자의 상당수가 애플 팟캐스트에 함께 업로드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 팀장은 "현재 회사는 팟빵과 애플 팟캐스트를 통해서만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이 방침"이라며 "아직 정해진 것은 없지만 향후 애플 팟캐스트 RSS 지원 부분은 변경될 수 있다"고 말했다.

팟빵 측은 RSS 지원을 제한하는 약관은 바꿀 계획이 없으며 1개월 안에 플랫폼을 결정하라는 공지에 대해서는 추후 보완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사진=윤창원 기자)

 


◇ '데이터 갑질도 처벌' 반독점 규제 강화 추세…팟빵도 문제가 될까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최근 구글·페이스북 등 글로벌 정보기술 대기업이 '네트워크 효과' 유발로 선발주자가 독점적 지배력을 확보하기 쉽다면서 빅데이터 수집·활용 과정에서 독점 문제가 있는 들여다보겠다고 밝혔다.

구글은 이미 스마트폰 안드로이드OS에 자사의 기본 애플리케이션(앱)을 깔아 다른 사업자의 앱 시장 진출을 막았다는 '앱 선탑재'와 모바일 앱 유통계약을 통해 삼성의 OS 개발을 막았다는 혐의로 공정위의 조사를 받고 있고, 페이스북은 독일에서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개인정보를 요구한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

일본 공정위도 메스를 들었다.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IoT) 기술의 발전에 따라 빅데이터가 기업 활동의 새로운 자원이 되고 있다면서 거대기업이 시장에서 지배적인 입장을 이용해 데이터를 수집하거나 부당하게 데이터를 독점할 경우 독점금지법을 적용할 방침이라고 천명했다.

매킨지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경제 17개 섹터중 15개에서 1000명 이상 직원을 가진 대기업들이 평균 235 테라바이트(TB) 데이터를 가지고 있는데, 이는 미국 의회도서관이 데이터보다 많은 양이다. 중국 최대 콘텐츠 기업 텐센트가 지난 18년간 수집한 데이터는 1000 페타바이트(PB), 6GB짜리 DVD영화 약 1억7400만 편을 담을 수 있는 용량으로 미국 의회도서관 1만5000개를 합친 규모와 맞먹는다.

미디어미래연구소 노창희 박사(부실장)는 "구글이나 애플과 같은 규모가 큰 사업자들은 자신들의 고유한 플랫폼을 가지고 있고 그것을 통해 계약가 수익배분이 형성된 시장이지만 이에 대한 규제는 걸음마 단계"라며 "이들 시장은 인허가보다 독점이든 과점이든 정책적으로 어느정도 규제가 자유로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노 박사는 "팟빵의 경우에는 이들보다 훨씬 더 초보적인 수준으로 플랫폼 시장이 커지면서 발생하는 진통으로 보인다"며 "1개월 제한 고지는 사용자 입장에서 상당히 부당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팟캐스트 시장이 워낙 작아 공정거래 측면에서 제도가 개입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팟빵 측이 사용자에 대한 대응이 미흡할 경우 플랫폼 이탈 가능성은 무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온라인 성격상 처음 공유와 개방의 관점에서 시작하지만 시장이 형성되면 사업자 입장에서는 플랫폼화를 위한 고도화 단계로 나아가는 과정이 될 수 밖에 없고, 사용자 측면에서는 구속력이 생겼다고 악용하는 것이냐는 비판의 딜레마에 빠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노 박사는 분석했다.

노 박사는 "누가 나서서 해결할 수 있는 영역은 아니지만, 팟빵이 부당하다고 생각해서 이용자들이 집단 반발하고 이탈한다면 공지된 정책에 수정이 가해질 수 있을 것이고, 불만 여론이 비등하지 않다면 반발이 적다고 판단해 사업자는 그대로 밀고 나갈 것이어서 사실상 사업자와 사용자의 의지와 선택에 달린 문제"라고 말했다.

한 팟캐스트 이용자는 이번 논란을 두고 팟빵이 잘못 대응할 경우 '제 2의 프리챌 사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프리챌 사태'는 2002년 최대 온라인 커뮤니티였던 프리챌이 유료화 선언을 하자 이용자들이 대거 싸이월드로 갈아타며 순식간에 폐업으로 이어진 사건으로 이용자 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IT 서비스 플랫폼의 대표적인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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