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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우리에겐 스마트TV가 중요"…유료 이용자 "영화는 극장에서 본다"

옥자 언론 시사회

 

NOCUTBIZ
넷플릭스가 제작비 600억원을 전액 투자한 봉준호 감독의 '옥자' 행보가 심상치 않다. 봉 감독이 2013년 '설국열차'로 일약 세계가 주목하는 영화감독으로 발돋움한 뒤 처음 내놓는 이 영화는 제 70회 칸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되며 화제를 일으켰다. 극장가에 '옥자' 흥행이 예상되는 가운데 스트리밍으로 동시 상영되는 넷플릭스 가입자도 증가할지 주목되고 있다.

'봉준호'라는 이름, '유전자 조작'과 '휴머니즘'이라는 전 세계인이 공감하는 소재도 화제였지만, TV 시리즈와 쇼, 개봉관에서 내린 영화를 저렴한 가격에 서비스하는 온라인 영상 스트리밍 업체 넥플릭스가 제작한 영화라는 점 때문에 보인 주류 영화계의 냉소적인 반응이 더 큰 이슈였다.

◇ 봉준호 감독 '옥자' 효과…넷플릭스 인지도 '껑충'

넷플릭스는 1997년 리드 헤이스팅스가 마크 란돌프와 비디오 대여업을 시작해 1998년 온라인 주문배송 대여 사업, 2000년 들어 DVD 주문배송 대여 사업으로 유료 회원 420만명을 확보하며 승승장구하다 2007년 온라인으로 TV 프로그램과 영화를 다운받지 않고 바로 시청할 수 있는 비디오 온 디맨드(VOD Video on demand) 시장에 뛰어들었다. 넷플리스는 사업 초기부터 대여 기한, 연체료, 배송료를 과감하게 없애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미국을 비롯해 190여개국에 서비스 되는 넷플릭스 전 세계 가입자 수는 1억 명을 넘는다.

CEO 겸 공동창업자인 리드 헤이스팅스는 소프트웨어 전문가로 넷플릭스에는 '빅데이터를 활용한 추천 알고리즘'이 적용돼 있다. 사용자가 1차 선택한 장르, 또 여러 동영상을 보면서 수집된 정보를 통해 사용자에게 최적화 된 동영상 콘텐츠를 자동으로 선별해서 추천해주는 시스템으로 이 '무기'가 넷플릭스를 세계 최대 유료 회원수를 보유하게 한 원동력이다.

영화계 일부에선 온라인에서 뛰쳐나온 '옥자'를 계륵 취급한다. 칸 영화제에서 상영된 '옥자'를 관람한 일부 관객이 제작사 넷플릭스의 타이틀이 등장하자 야유를 보내는가 하면, 프랑스극장협회는 "극장 개봉을 하지 않는 넷플릭스 작품이 극장 상영을 원칙으로 하는 칸영화제에 진출하는 것은 위법"이라고 반대성명을 내며 논란이 일자 조직위원회는 2018년부터는 프랑스 내 상영관에서 개봉하는 영화들만 경쟁 부문에 초청하도록 규정을 변경한다고 공식 발표 했다.

경쟁 부문 심사위원장인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은 심사위원 공식 기자회견에서 "황금종려상이 극장에서 볼 수 없는 영화에게 돌아가는 일은 모순적"이라고 거부감을 나타냈지만 심사위원인 배우 윌 스미스는 옹호하는 발언으로 눈길을 끌었다.

넷플릭스 스트리밍 서비스 '옥자' 극장 동시 상영

 

지난 12일 국내 언론 관계자를 대상으로 충무로 대한극장에서 '옥자' 시사회가 열렸다. 언론과 평론가들의 영화에 대한 평가는 나쁘지 않았지만 영상 콘텐츠 스트리밍 업체가 온라인을 뛰쳐 나와 최초로 극장판을 걸고 온라인과 동시 개봉을 한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앞서 칸 영화제에서 이 이슈가 한바탕 휩쓸고 지나간 때문인지 주로 해외 자본이 100% 투자한 영화, 돼지, 유전자 조작, 한국배경, 할리우드 배우 등에 대한 특징과 줄거리에 대한 관심에 더 집중됐다.

최근 지드래곤이 CD 등의 물리적 음반 대신 USB를 통해 특정 사이트에 접속해 음원 파일을 내려받도록 한 USB '권지용'을 내놓자 사단법인 한국음악콘텐츠산업협회가 운영하는 가온차트가 앨범판매 집계 대상에서 제외 시켜 가요계에 큰 화제가 됐다. 혁명에 가까운 IT 기술의 발달로 미디어 산업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는 뒷받침이다.

'옥자'는 CGV·메가박스·롯데시네마 등 국내 3대 멀티플렉스 극장에서 상영을 거부하면서 전국 100여곳의 소극장에서 개봉하게 됐다. 온라인 동시 상영을 할 수 없다는 것이 표면적인 이유였다.

봉준호 감독은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일을 통해 여러 가지 룰이 다듬어질 것 같다. '옥자'가 신호탄이 될 것 같다"면서 "간만에 정다운 극장을 다시 찾아갈 기회가 마련된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 스트리밍 서비스에서도 돌비 효과…넷플릭스 "스마트TV가 중요하다"

넷플릭스는 29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영화 '옥자' 상영회를 겸한 기술시연회를 열고 오리지널 시리즈에 돌비 애트모스(Dolby Atmos) 기술을 적용한다고 밝혔다.

이 기술은 4K와 HDR로 구현된 시각적인 영상에 실감나는 사운드를 입혀 시청자가 마치 스토리의 일부가 된 듯한 경험을 제공한다. 마치 잘 갖춰진 극장에 와 있거나 영화 속의 일부분이 되는 듯한 효과를 준다.

(사진=넷플릭스 제공)

 

돌비 비전(DOLBY VISION)은 하이 다이나믹 레인지(HDR) 기술과 색지원 범위를 넓혀 실제 시각에 근접한 화질을 제공하기 위한 기술이다.

'옥자'는 돌비 애트모스와 돌비비전을 동시에 지원하는 최초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이자 극장 개봉과 스트리밍 서비스를 동시에 미국 이외 지역에서 하는 최초의 영화다.

넷플릭스는 그동안 영화관에서 경험할 수 있는 몰입감과 입체감을 TV와 PC, 스마트 디바이스로 확대하기 위해 막대한 비용을 투입하고 있다. 넷플릭스 관계자는 "이제 거실 TV로도 극장과 마찬가지의 프리미엄급 시청 경험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넷플릭스 가입자는 최초 가입시 PC>스마트폰>TV>태블릿의 순으로 이용하지만 6개월이 지나 시청 환경이 안정화 되면 이용자의 67%가 TV로 넷플릭스를 시청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롭 카루소 넷플릭스 파트너 디렉터는 "넷플릭스에게는 스마트TV가 가장 중요하다. 어떤 기기로 가입하든 6개월 후에는 스마트TV로 시청하는 사람이 70%에 달한다"며 "스마트TV에 맞게 화질을 높이고 기술적 혁신을 늘리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조사기관 IHS는 2019년 미국, 일본,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주요 선진국 가구의 50% 이상이 스마트TV를 보유할 것으로 전망했다. 시장조사업체 올뷰클라우드(AVC)는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의 스마트TV 보급률은 2016년 36%에서 2018년 53%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대부분의 최신형 LED 스마트TV가 4K와 돌비 기술을 지원해 뛰어난 화질과 사운드를 제공하기 때문에 가정에서도 극장 수준의 '안방극장' 구현이 가능해지고 있다. 이때문에 넷플릭스가 스마트TV를 겨냥한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헤이팅스 CEO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올해만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60억달러(약 6조 8700억원)를 투입할 것"이라면서 "미래에는 그 비용이 점차 더 많아질 것"이라고 밝혀 콘텐츠 제작을 확대할 것임을 시사했다.

그는 앞서 미국 캘리포니아 주 란초 파로스 베르데스에서 열린 코드 컨퍼런스(Code Conference)에 참석해 "회원 가입을 늘고 있어 예산을 더 늘리고 싶다"며 "우리가 아직 갖지 못한 멋진 볼 것들이 많이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넷플릭스는 '옥자'와 마찬가지로 6천만달러(약 687억원)를 투입한 브래드 피트 주연의 '워 머신'을 지난 달 29일 미국내 극장과 스트리밍 서비스로 동시 개봉했다. 역시 일부 지역에서만 오프라인 개봉을 하되 스트리밍을 중심으로 배급에 힘쓰고 있다.

 


◇ 넷플릭스 가입자 "TV 시리즈 주로 시청, 아직 영화는 영화관에서 본다"

30일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옥자'는 개봉 첫 날인 29일 멀티플렉스를 제외한 전국 93개 일반 극장에서 관객 2만3637명을 동원하는 등 누적 관객 수 2만8717명으로 박스오피스 4위에 올랐다.

영화업계는 스트리밍 서비스에 더 중점을 두고 있는 넷플릭스의 마케팅 전략과 극장 시장의 9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멀티플렉스 상영이 빠진 상황에서 의미 있는 성과로 보고 있다. 일부 상영관에서는 표가 매진돼 극장에서 영화를 보기도 힘들다는 얘기도 들려온다.

한 극장 관계자는 "봉준호 감독이라는 이름값, 국내외에 크게 화제가 된 '옥자' 명성이 아니었다면 일반 극장만 가지고 이정도 성과는 기대하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할리우드에서도 화제가 될 정도의 극장용 대작 영화들을 잇따라 제작하는 넷플릭스의 고민은 역시 극장보다 스트리밍 서비스에 있다. 앞서 다룬 것처럼 가정에서 극장 수준의 환경을 갖추려면 고성능 스마트TV의 보급이 필요한데 아직 보급률이 이에 미치지 못하다보니 극장으로 나서는 이용자들을 붙잡는 것이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지난 1분기에 넷플릭스 미국 총 가입자 수는 5085만명에 달한다. 케이블TV 가입자 수 4861만명보다 크게 앞선다.

미국 영화 전문 매체 인디와이어는 미국 개봉관이 많지 않지만 관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며, 그들 중 일부 넷플릭스 이용자들도 관람비를 따로 내고 극장을 찾고 있다며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지 취재에 나섰다.

뉴욕 맨해튼 중심가의 프리미엄 극장 아이픽(iPic)은 28일 오후 6시 30분 상영시간대에 56%의 관객 점유율을 기록했다다. 식사를 함께 할 수 있는 이 극장의 티켓 가격은 최고 32달러에 달한다.

링컨센터의 필름 소사이어티 극장은 더 많은 관객이 몰렸다. 극장 관계자는 "개봉 첫 날 특히 학생들의 반응이 뜨거웠다"고 전했다.

넷플릭스 회원인 금융기술 전문가 케이트 델프는 "봉준호는 내가 좋아하는 한국인 감독이다. 그래서 큰 화면에서 그의 영화를 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넷플릭스에서 주로 TV 시리즈을 시청한다는 한국인 광고 전문가 수양은 "나는 넷플릭스를 이용하지만 영화는 보지 않는다"며 "나는 보통 '하우스 오브 카드'와 같은 시리즈를 주로 본다.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것은 한국인에게 많은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극장에서 영화를 거의 본 적이 없다는 넷플릭스 회원 프로그래머 타일러 블록스버그는 "영화에 등장한 옥자를 큰 화면에서 보고 싶었다"며 "극장에서 거의 찾지 않는 내가 극장에서 영화를 본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라고 말했다.

(사진=스마트이미지)

 

넷플릭스 회원이 아닌 웹디자이너 브라이언 리는 "영화에서 표현되는 그래픽, 특히 돼지 '옥자'의 감정을 느끼기 위해서는 대형 스크린 극장에서 보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보통의 TV에서는 영화가 표현하는 섬세함을 따라가지 못해 극장과 안방극장에서 느껴지는 영화의 질감이 크게 차이가 난다는 지적이다.

봉 감독도 이런 반응을 예상했는지 기자간담회에서 "넷플릭스 가입자분들은 가급적 휴대폰으로 '옥자'를 보시지는 말았으면 한다. TV 혹은 PC, 태블릿PC로 봐달라"고 당부했다.

2016년 현재 IPTV 서비스인 올레TV 가입자 수가 577만 명, SK브로드밴드 388만 명, LG유플러스 293만명인 반면 국내 넷플릭스 유료 가입자 수는 약 10~13만 명으로 추정된다. 넷플릭스가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을 늘려감에 따라 국내 회원이 더 증가 할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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