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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나오면 그냥 돌려부러"…흔들리는 국민의당 호남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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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텃밭 호남민심 들어보니…허탈·실망감에 등 돌린 광주

이른바 '증거조작' 사건으로 국민의당이 코너에 몰려 있다. 국민의당에 대한 호남민심이 안좋을 것이라는 점은 미뤄 짐작할 수 있다. 그럼에도 CBS가 굳이 광주를 찾은 것은 생생한 목소리를 듣기 위해서다. 민심에 귀 기울이다보면 국민의당이 나아갈 길도 보일 것이다. [편집자 주]

(사진=김구연 기자)

 

"테레비에 나오면 이젠 그냥 돌려부러. 하도 나와 쌌는디 마음에 들지도 않고…"

이마에 맺힌 땀을 연신 소매로 훔치던 아주머니가 그늘에 들어와 털썩 주저앉으며 말했다.

장마가 주춤한 사이 도시를 가득 메운 습기와 내리쬐는 햇볕으로 4일 광주는 후텁지근한 날씨였다.

주차장 관리를 하는 아주머니는 최근 증거조작 사건으로 위기를 맞은 국민의당에 대한 이야기를 듣자 인상을 찌푸렸다.

아주머니는 손에 든 주차관리 대장으로 부채질을 해대며 "나는 어디 가서 막 떠벌리고 다니는 스타일도 아닌디, 하여튼 마음에 드는 구석이 없더라고"라며 "요즘엔 그냥 테레비보다가 '뭔 소리여~'하고 돌려부러"라고 말했다.

광주 송정역 인근에 있는 건물을 관리하는 정모(63) 씨는 국민의당 사태에 크게 실망한 듯 쓴소리를 쏟아냈다.

그는 "우리 전라도 사람이 완전히 속았어요. 안철수하고 국민의당이 '새정치'를 한다고 해서 몰아줘 부렀는디, 기존 정당보다 더 엉망이여"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사진=김구연 기자)

 

에어컨 없는 좁은 관리실에서 땀을 흘리는 정 씨의 이마에 땀이 더욱 맺혔다. 정 씨는 "광주·전남 사람들이 사실 정치적으로 소외되고 그랬으니까… 새로운 정당이 정말 새정치를 할 줄 알았는데, 이건 정말 형편없다"고 탄식했다.

그러면서 "국민의당에서 광주·전남에 해놓은 게 뭐가 있느가"라고 반문하며 "획기적으로 정말 뭘 할 줄 알았지. '새정치'라는 말만 이용하고, 해놓은 게 하나도 없어"라고 실망감을 표현했다.

방앗간을 운영하는 중년 남성은 가게 안이 더운 듯 시장골목 그늘에 앉아 있었다. 그는 국민의당 근거지인 호남의 민심을 묻는 말에 대답하기도 싫은 듯 고개를 돌리며 물만 들이켰다.

남성은 최근 이유미 씨의 단독범행으로 결론 낸 당 자체 진상조사결과에 대해 "밑에서 혼자했고, 자기들은 발표만 해부렀다고? 참내, 그게 이해가 가요?"라고 반문하며 의심의 눈길을 거두지 않았다.

이어 "나도 정치에 관심이 있었는데, 요즘 보면 얘기하기도 싫어"라며 "어차피 우리같은 국민은 '새 발의 피'고, 지들끼리 싸우는데… 나도 먹고살기 바쁘다"고 했다.

◇ "문재인, 잘하는 것 같던데"…좁아진 국민의당 입지

국민의당 사태에 탄식과 쓴소리를 하던 광주 시민들의 관심은 문재인 정권에 대한 기대감으로 이어졌다.

시장에서 자전거를 판매하는 최모(71) 씨는 국민의당 사태에 대해 말을 아꼈지만,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의견에는 쉽게 입을 열었다.

최 씨는 손에 묻은 기름때를 문지르며 "이번 정부는 잘 될 것 같기는 한데, 어떨는지 모르겠소"라고 조심스럽게 기대감을 내비쳤다.

이어 "문 대통령이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겠다'고 했는데, 난 그 말이 멋있더라고. 그만큼 깨끗하게 한다는 거 아니여? 한 번 봅시다"라고 덧붙였다.

지난달 23일 김정숙 여사가 더불어민주당 소속 여성 국회의원들과 함께 오찬을 하면서 "문 대통령이 '빈 손으로 왔다 빈 손으로 가겠다'고 했다"고 말한 부분을 인상 깊게 본 것이다.

20년째 택시를 운전해온 이모(65) 씨는 "문 대통령이 그나마 호남권에 많이 신경을 쓰는 것 같다"며 "호남 사람도 많이 배치했고, 공약도 했으니까요. 호남사람들은 (문 대통령이) 잘한다고들 해요"라고 했다.

이 씨는 "호남 사람들은 역사적으로 소외 받고 핍박받아서 단결력이 좋다. 기면 기고, 아니면 아니다"라며 "문 대통령이 신경을 많이 쓰니까… 어떻게 될지는 몰라도, 밀어줘야죠"라고 말했다.

(사진=김구연 기자)

 

◇ 실망과 안타까움…안철수에 대한 두 가지 시선

그럼에도 국민의당과 안철수 전 대표에 거는 기대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기대가 높았던 만큼 실망도 컸지만, 여전히 양당체제에 대한 불신과 제3당의 역할에 기대하는 마음은 은연중에 드러났다.

최근 달걀값이 많이 올라 손님이 부쩍 줄었다면서도 씩씩하게 웃던 한 식료품가게 주인아주머니는 국민의당 증거조작 사건을 믿지 못하는 분위기였다.

아주머니는 "그러니까 그게 사실인가 뭔가, 아직 잘 믿어지지가 않아요"라면서 "아직 다 밝혀진 것은 아니니까요. 잘 모르지만 지켜봐야죠"라고 말했다.

안 전 대표에 대해 묻자 눈이 촉촉해진 아주머니는 "안 전 대표는 조금 믿었는디"라고 말을 흐리면서 "잘 모르지만, 잘하겠죠"라고만 되풀이했다.

영업 준비에 한창이던 아이스크림 가게 주인 남성은 안 전 대표에게 거는 기대를 포기하지 않았다.

이 남성은 "양당체제에서 안 전 대표가 대대적으로 한 번 바꿀 것 같았는디, 이런 일이 생기니까 안타깝다"면서 "한국 정치판에서 제3당이 자리 잡는 게 쉽지는 않은 모양"이라고 혀를 찼다.

내년 지방선거가 1년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기초의원들이 탈당하는 등 동요하는 모습에는 쓴소리를 했다. 그는 "정치하는 사람들이 '나만 살겠다'고 발뺌하는 것은 국민들이 용납 안한다"며 "정치는 그런 식으로 하면 안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민의당과 안 전 대표가 국민들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정확히 알았으면 좋겠다"며 "국민이 원하는 것이 본인 생각과 일치한다면, 묵묵히 갈 길을 걸어가면 좋겠다. 그러다 보면 국민들이 분명히 그런 마음을 알아줄 것이고, 안 전 대표에게도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예전에 김대중 전 대통령도 수차례 낙선하면서 버티니까 대통령까지 하지 않았나. 어느 순간이든 국민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알고 가시는 게 정치가 아닌가 싶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증거조작 사건으로 창당 이래 최대의 위기를 맞은 국민의당과 안 전 대표를 바라보는 광주 시민들은 허탈함과 실망감에 사로잡힌듯했다.

실제로 최근 리얼미터 조사 결과, 국민의당 텃밭인 호남 지지율은 8.7%로 곤두박질친 상태다. 이는 자유한국당(8.8%)에게도 뒤지는 지지율이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제보 조작사건의 늪에서 좀처럼 탈출하지 못하는 국민의당이 성난 호남 민심을 달래지 못하면서 위기가 고조되는 가운데 안 전 대표의 입장표명과 거취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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