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3박 5일간 한미 정상회담 방미일정을 마치고 2일 저녁 늦게 서울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문 대통령은 귀국 직후 대국민 보고를 통해 "지난 3박 5일은 대한민국의 외교공백을 메우는 과정이자 국제사회에서 대한민국을 확인하는 시간이었다"며 "어려운 길이었지만 국민들의 든든한 지지가 있어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고 말했다.
◇ 정상회담 공동성명 채택…평화적 북핵 해결에 두 정상 합의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오전(현지시간)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1시간 넘게 단독·확대 정상회담을 가진 뒤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공동 성명에는 '미국의 대한민국에 대한 방위공약은 지금도 철통과 같이 유지되고 있다', '미국이 어떠한 공격으로부터도 대한민국을 방어할 것을 재확인'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유사시 미군전력 투입 등에 대한 군사동맹을 재확인한 것은 큰 성과로 받아들여진다.
여기에 북핵과 미사일 문제 해결에 있어서도 미국 주도의 강한 압박뿐 아니라 한국 주도의 단계적이고 포괄적인 접근 방식에 트럼프가 지지와 동의를 표했다는 점도 의미있는 성과물이다.
문 대통령은 귀국 보고에서 "한미 양국은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라는 공동의 목표를 평화로운 방식으로 풀어나가자고 합의했다"며 "또한 한반도 문제를 우리가 대화를 통해 주도해 나갈 수 있도록 미국의 지지를 확보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과 동시에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무력사용도 배제하지 않겠다고 공언한 것에 비하면 한반도 긴장 수위는 많이 낮아졌다는 평가다.
30일(현지시간)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 백악관에서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NBC 영상 캡쳐)
◇ 美, 한미FTA 재협상 의도적 노출…언론플레이까지 감행하지만 비즈니스맨 출신다운 트럼프 대통령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돌출발언은 향후 우리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단독 정상회담 모두 발언을 통해 "한미간 무역불균형에 대한 재협상(Renegotiation)"을 언급했다. 이 때만해도 한미FTA를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국방·안보·외교·경제 참모들이 참석한 확대 정상회담에서 미측 참모들은 자동차와 철강 등 상품수지에서 미국이 많은 적자를 보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당초 트럼프 대통령은 언론에 확대 정상회담 장면을 공개하지 않기로 했지만 갑자기 일정을 바꿔 한미 취재진을 불러모은 뒤 미국의 무역 우려를 일방적으로 쏟아내고 취재진들을 퇴장시켰다.
확대회담에 참석한 우리 측 참모들은 언론이 퇴장한 뒤 자동차와 철강 등에 대한 미국측 우려를 말끔히 해소할 만큼의 방대한 자료를 들이밀며 상품수지에서 미측이 적자를 보고 있는 것은 맞지만 규모가 줄어들고 있고, 서비스수지는 우리나라가 오히려
적자인 만큼 전체 FTA로 보면 이익 균형점이 맞다고 강변했다.
이에 대해 미국 측은 한미 언론이 있을 때의 강경한 모습에서 한발 물러나 별다른 논리를 제시하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단독·확대 정상회담 뒤 공동언론발표장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무역협정이 체결된 이래 미국의 무역 적자는 110억 달러 이상 증가했다. 그다지 좋은 협상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한미 FTA 문제를 다시금 끄집어냈다.
문 대통령은 바로 다음날인 1일 한국 워싱턴특파원단과의 간담회에서 "(한미 공동성명) 합의 내용을 보면 된다. (합의 내용에 없는) 나머지는 합의 외의 얘기"라고 FTA 재협상 가능성을 일축했다.
양국의 민감한 경제적 문제인 한미 FTA를 놓고 정상회담이 끝나자마자 두 정상이 서로 다른 해석을 내놓는 이례적인 상황이 벌어진 셈이다.
문 대통령과 우리측 참모진들에 따르면 한국이 내놓은 한미 무역불균형에 대한 실효적 합의는 미측이 주장하는 비관세 장벽 조사를 위한 태스크포스(TF) 구성 정도다.
문 대통령은 특파원간담회에서 "(정상회담 때) 미국 측이 관세외 장벽을 얘기해 실무 TF를 구성해 FTA에 미친 영향 등을 조사ㆍ분석ㆍ평가해 보자고 역제안한 것으로 논의는 끝났다"고 설명했다.
1일(현지시간)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 워싱턴DC 블레어 하우스에서 워싱턴 특파원들과 간담회를 갖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FTA 재협상을 의미하는 발언을 국내외 언론에 의도적으로 노출시키면서 한국을 압박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 직후 국가우주위원회의 업무 재개를 지시하는 행정명령 서명식에서 "(한국과의) 무역 협정은 만기가 다가온다. 사실 2주 전에 만기가 도래했다"는 엉뚱한 발언도 내놨다.
한미FTA는 만료 시한이 없는데도 만기가 됐다는 주장으로 다시 한 번 이슈화를 시도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새러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부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대통령 지시에 따라 로버트 라이시저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가 재협상 및 개정 과정을 시작하는 (한미FTA) 특별공동위원회 개최를 요구할 예정"이라며 재협상에 불을 당겼다.
◇ 트럼프, 대선 당시 유권자에 어필했던 이슈 재점화한미FTA외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 공동언론발표에서 뜬금없이 주한미군 주둔금 인상 문제를 꺼내들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대선 때부터 부강한 아메리카를 만들겠다며 다른 나라들과 맺은 무역협정을 재검토하고, 전세계에 배치된 미군들에 대한 해당 국가의 방위비 분담금 인상 문제를 강조하면서 유권자들에게 다가섰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을 공식화 했고 다음달부터 실효적인 재협상에 착수한다.
러시아 게이트로 국내 정치적 기반이 흔들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잘 사는 미국'이라는 선거 당시 캐치프레이즈로 국내 정치 교착국면을 정면 돌파할 것으로 보여 한미FTA 역시 안심할 수 없게 됐다.
대북정책에 대한 주도권을 우리에게 넘기는 대신 무역불균형 해소를 빌미로 값비싼 청구서를 들이댈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CBS와의 통화에서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 국면이 대화 국면으로 전환되는 토대가 마련됐다는 점은 성과지만 무역불균형 같은 경제적인 문제는 앞으로 좀더 시간을 가지고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김용현(동국대 북한한과 교수) 국정기획자문위원회 통일외교안보 분과위원는 "문 대통령이 북핵 문제를 풀어가는데 있어 트럼프 대통령의 동의를 받았다는 게 큰 성과"라면서도 "한미FTA와 방위비를 놓고 한미간 이견이 있을 수 있으니 많은 대화를 통해 접점을 찾아가는 게 과제로 남게됐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