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티오피아 참전용사인 굴르라트 아베라씨(왼쪽)와 스욤 왤대싸드끄씨가 경례를 하고 있다(문석준 기자)
포항의 한 교회가 한국전에 참전해 '불패의 신화'를 썼던 에티오피아 용사를 민간차원에서는 처음으로 초청해 큰 주목을 받고 있다.
한국전이 한창 진행 중이던 1951년 5월. 에티오피아는 3개 대대 6천 37명의 군인을 파병했다.
아프리카의 가난한 나라이자 전쟁에 개입해 얻을 수 있는 별다른 정치적·경제적 이익이 없는 에티오피아가 유엔의 요청에 선뜻 파병을 결정한 이유는 자신들의 쓰라린 기억 때문이다.
1935년 이탈리아의 침공을 받았을 때 국제연맹에 지원을 요청했지만 어느 나라도 도와주지 않았던 아픈 경험을 잊지 않고 파병을 결정한 것이다.
당시 에티오피아 셀라시에 황제는 파병부대에 '격파하다'는 뜻의 '강뉴'라는 이름을 하사했고, "목숨을 걸고 이길 때까지 싸워라. 그렇지 않으면 죽을 때까지 싸우라"고 명했다.
황제의 명(命)에 따라 에티오피아 군인들은 용감하고 강인하게 싸웠다. 강원도 양구, 화천, 철원 지역 등에서 작전을 수행하면서 253회의 전투에 참여해 모두 승리하는 '불패'의 신화를 이뤄냈다.
하지만 121명이 전사했고, 536명이 부상을 입는 등 많은 희생도 뒤따랐다.
1953년 휴전협정에 체결되고, 살아남은 용사들은 고향으로 돌아갔지만 그들의 삶은 힘들고 비참했다.
가난한 나라인 에티오피아는 참전용사들을 도울 여력이 없었고, 1971년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공산정권은 '자본주의 국가를 도왔다'는 이유로 이들을 핍박했다.
결국 참전용사 대부분은 제대로 된 직업을 가지지 못한 채 빈민가에 살면서 어려운 삶을 이어갔다.
전쟁이 중단된 지 64년. 대한민국은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떠올랐지만, 아프리카의 가장 가난한 나라인 에티오피아 참전용사들은 다시는 한국 땅을 밟아보지 못한 채 한 두 명씩 세상을 떠났고, 남은 용사는 200여명에 불과하다.
포항시 남구의 한 어촌마을에 있는 양포교회는 올해 에티오피아 참전용사 2명을 초청해 '6.25 및 월남전 참전용사 초청 기념식과 감사예배'를 드렸다.
국가가 아닌 민간단체에서 에티오피아 참전용사를 초청한 건 양포교회가 처음이다.
지난 2000년부터 6월 25일을 전후해 참전용사 초청 기념식을 열고 있는 양포교회가 에티오피아 참전용사를 초대한 이유는 이들의 한국에 대한 그리움을 들었기 때문이다.
에티오피아에 선교활동 나가 있는 한 선교사가 김진동 담임목사에게 "참전용사들의 가장 큰 소원 중 하나는 한국에 다시 한 번 가보는 것"이라는 말을 전하면서 김 목사가 초청을 결심했다.
첫 번째 초청 용사는 장교로 한국전에 참전한 굴르라트 아베라(92)씨와 스욤 왤대싸드끄씨(86)다.
이들은 지난달 29일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해 강원도 춘천에 있는 에티오피아 참전기념관 등을 둘러본 후, 기념식에 참석했다.
스욤 왤대싸드끄씨는 "에티오피아에 돌아간 지 64년 만에 한국을 다시 방문하게 돼 감회가 무척 새롭다"며 "우리가 목숨을 걸고 지킨 한국이 이렇게 발전한 모습을 보니 매우 기쁘고 나 스스로도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이들은 29일과 30일에는 포항과 부산 등에서 관광을 한 뒤 오는 4일 고국으로 돌아간다.
양포교회는 두 사람을 시작으로 앞으로 매년 에티오피아 참전용사를 초청해 기념식을 갖고 이들에게 생활비를 지원할 예정이다.
김진동 목사는 "에티오피아에서는 우리 돈으로 10만원이면 한 가족이 한 달 동안 별다른 걱정 없이 생활할 수 있다"면서 "참전용사들의 은혜에 보답하고 아프리카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를 돕기 위해서라도 지원을 늘려나가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