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북도지방경찰청 전경. (사진=자료사진)
전북 부안여고 학생 성추행 피해자들의 신상정보를 학교에 넘겨 '자의적 법 해석' 논란에 휩싸인 경찰이 보름여 만에 뒤늦은 사과를 했다.
전북지방경찰청은 30일 두 번째 수사설명회를 열어 "경찰청에 질의한 결과 학생들의 신상 통보는 잘못된 것이다"며 "사과한다"고 밝혔다.
경찰은 지난 13일 부안여고 1학년 학생 전체를 상대로 개별면담조사를 한 뒤 피해 증언을 한 25명의 명단을 정리했고, 이를 이틀 후인 15일 학교 측에 '쪽지 통보'했다.
당초 경찰은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에 따라 처리했고, 절차상 문제가 없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같은 법 21조는 학교폭력 업무를 수행하는 자는 직무로 알게 된 비밀이나 가해·피해 학생 등과 관련된 자료를 누설하면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더욱이 이번 사건에 적용된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 역시 비밀 누설을 금지하고 있다.
한편 경찰이 뒤늦은 사과에 이어 그간 성추행 피해 학생 등의 신상이 노출되는 잘못된 관행을 개선하는 등 매뉴얼을 고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지난 22일 CBS 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경찰이 피해자 연락처를 모르면 조사가 어렵다"며 "학교장에 통보해 비밀유지의무를 요구하고 조사에 협조를 요청한다"고 말했다.
'학교가 학생들을 입단속 하는 상황에서도 그게 과연 옳은 조치인가'라는 질문에는 "그러면 경찰이 무슨 수로 피해자 연락처를 아느냐"고 반문했다.
이에 대해 전북지방경찰청 관계자는 "만약 그런 사실이 있다면 해당 관계자도 잘못 알고 있었던 것"이라고 답했다.
보름 만의 사과로 이번 논란을 일단락지으려는 경찰이 추가적인 제도 개선을 통해 관행처럼 굳어진 피해자 신상 유출을 뿌리 뽑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