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철폐, 최저임금 1만 원 민중의 꿈 실천단 회원들이 서울 영등포구 전경련 앞에서 최저임금 1만 원 인상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노동계와 경영계가 최저임금 인상을 놓고 치열한 신경전에 돌입한 가운데 소상공인들의 불안과 불만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대기업의 골목상권 침투로 가뜩이나 힘겨운 상황에서 최저임금까지 급격히 오른다면 더 이상 버틸 수 없다고 아우성이다.
서울 마포구에서 5년째 빵집을 운영하고 있는 김용식씨는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최저임금 1만원에 대해 "부담스러운게 사실"이라며 "직원들에게 급여를 더 주는 만큼 내가 손해보는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아르바이트생 등 모두 6명을 고용하고 있는 김씨는 직원들에게 최저임금 6470원보다 조금 더 얹어 시간당 7000원 정도를 주고 있다. 하지만 당장 시간당 1만원은 감당할 자신이 없다고 했다.
그는 "최저임금이 오른다고 하루에 만들어내는 빵의 양을 줄일 수 없고 직원들도 내보낼 수 없으니 인상되는 만큼 내가 몸으로 떼워야만 하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새벽 5시부터 밤 12시까지 하루도 쉬지 않고 고생 하는데 갈수록 힘은 더 든다"면서 "나는 사장이면서 노동자로 이래저래 낀 샌드위치 신세"라고 답답해했다.
양천구에서 편의점을 하는 박모씨는 굳은 표정으로 "임대료 내기도 힘드는데 최저임금까지 오른다면 아르바이트생을 내보내고 아내와 주야 교대하는 수 밖에 없다"고 잘라 말했다.
소상공인들도 최저임금 인상이라는 원칙에는 대체적으로 반대하지는 않는 분위기다. 하지만 그 부담을 온전히 자기 몸으로 떠안거나 그냥 손해를 봐야 하는 현실은 가혹할 뿐이다.
정부도 고민이 많다. 최저임금 인상을 통해 소득 불평등을 완화하고 소비도 살리려는게 정부의 취지지만 이 과정에서 가뜩이나 힘겨운 골목상권 소상공인들의 부담이 가중되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대로 오는 2020년까지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해마다 15.7%씩 인상해야 한다. 당장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폭을 놓고 노사 양측의 대립이 날카롭다.
최저임금위원회 관계자는 "노동계가 당장 1만원으로 인상하자는 입장인 반면 경영계는 아예 동결하자는 주장까지 나온다"며 "격앙된 분위기로 볼 때 앞으로 협상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최저임금 협상 진행과 함께 소상공인들은 정부에 향해 특단의 지원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나섰다.
소상공인연합회 김대준 이사는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에 강한 의지를 가진 만큼 일정 부분 책임을 져야 한다"면서 "인건비 상승으로 소상공인들이 부담해야 하는 몫에 상응하는, 즉각적이고 실효성 높은 특단의 대책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최저임금위원회는 29일 제6차 전원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그러나 협상 진통이 불가피한 만큼 최종 합의는 법정 심의 시한인 이날을 훌쩍 넘겨 다음달에야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