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대선후보였던 홍준표 전 경상남도지사가 지난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자유한국당 당사에서 새 대표 선출을 위한 7·3 전당대회 출마를 선언했다. 홍 전 지사는 이날 "이번 대선의 패배는 우리가 자초한 결과"라며 "한국당의 새로운 출발은 혁신"이라고 밝혔다.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3파전으로 치러지는 자유한국당 7‧3 전당대회의 당 대표 경선은 구도 측면에서 홍준표 전 경남지사에게 유리하다. 친박계가 핵심 의원을 후보로 내지 못했고, 원유철‧신상진 의원은 수도권으로 지역 기반이 겹쳐 표가 갈릴 수 있다.
하지만 친박계도 가만히 앉아서 당권을 뺏기지는 않을 전망이다. 최고위원을 다수 입성시켜 지도부 내 주도권을 쥐고, 원외 당 대표의 한계를 활용해 당권을 견제한다는 복안을 마련했다.
홍 전 지사가 주장하는 '쇄신' 자체도 '보수 재(再)결집'을 의미해 새롭지 않은데다가, 당권 역시 친박계의 입김 하에 있을 공산이 큰 셈이다. '변화'를 외치는 한국당의 몸부림이 큰 울림을 만들기 어려운 이유다.
◇ '쇄신' 외치는 洪, 우파 결집에 의존하는 '한계'
홍준표 전 경상남도지사.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홍 전 지사는 쇄신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정작 제대로 된 쇄신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최근 문재인 정부를 향해 '주사파 패당 정부', '친북 정권'이라고 비난하는 대목에선 전통 보수 혹은 극우 성향을 겨냥한 '집토끼' 전략만 드러난다는 것이다.
그가 표방하는 '강한 야당'도 정부‧여당과의 무조건적인 대립을 의미할 가능성이 크다. 원내교섭단체만 4개 당이 존재하는 다당제 아래서 시대정신으로 거론되는 '협치'와는 멀어질 수 있다.
때문에 바른정당 하태경 의원은 21일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한국당이 쇄신하면 바른정당 의원들도 복귀할 것"이라고 주장했던 홍 전 지사의 발언을 지목하며, "한국당의 쇄신이 되리라는 것은 홍 전 지사 자신도 믿지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실제로 홍 전 지사는 지난 20일 초‧재선의원이 개최한 당 대표 후보자 토론회에서도 "여러분이 제대로 투쟁만 해주면 국민들이 운동권 정부에 등을 돌릴 것"이라며 강한 이념 색채를 부각시켰다.
◇ 친박의 당권 수성(守成)…원외 당 대표 '왕따' 전략
왼쪽부터 자유한국당 정우택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 원유철 전 원내대표.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수세에 몰린 친박계의 1차 전략은 최대한 다수의 최고위원을 지도부에 입성시키는 것이다. 김태흠‧박맹우‧윤종필(여) 의원 등을 당선시킬 경우 당연직인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을 합쳐 5명이 되기 때문에 9명 정원의 최고위에서 다수를 점할 수 있다.
최고위에서 소수인 당권파의 한계는 옛 새누리당 시절 김무성 전 대표 때 확인된 바 있다. 당시 김 전 대표는 전당대회 2~4위인 서청원‧김태호‧이인제 최고위원의 벽에 막혀 막강한 당권을 행사하지 못했다. 유승민 당시 원내대표가 물러난 뒤 원유철 의원이 승계하면서 친박 색채가 더 강화되기도 했다.
홍 전 지사가 당권을 쥐어도 여전히 원외 인사인 점도 골칫거리다. 국무총리 임명 동의안, 일반 법안 등 본회의 표결에 참여할 수 없고 상임위원회 활동도 할 수 없기 때문에 현역 의원들과의 교감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친박계가 전폭적으로 지지하는 강력한 원내대표가 새로 등장할 경우 자연스레 경쟁 혹은 갈등 구도가 생겨날 수 있다. 정우택 원내대표와 이현재 정책위의장도 범(凡)친박으로 분류되며, 교체를 가정해도 홍문종, 유기준 의원 등 핵심 친박 의원들이 후보로 거론된다.
때문에 홍 전 지사 입장에선 원외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내년 6월 예정된 국회의원 재‧보궐 출마가 필수적이다. 1~2심에서 당선 무효에 해당하는 형이 선고된 수도권 지역이 후보지로 거론된다.
한국당으로선 전신인 한나라당 시절 박희태, 신한국당 시절 이회창 체제에서 원외 당 대표를 겪은 바 있다. '제왕적 총재' 시절 이었던 이 전 총재의 경우 재보궐로 국회에 입성했지만, 박 전 대표는 ‘셀프 공천’ 논란 때문에 당 대표를 던지고 출마했다.
친박계가 원외 당 대표인 홍 전 지사를 흔들 경우 재보선 출마가 불가피해지고, 또 그럴 경우 당권을 내려놓고 출마하라는 압박을 할 수 있는 셈이다. 당권과 현역 국회의원직 중 하나를 양자택일하라는 압박이 거세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