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 심상정 대표. 윤창원 기자/자료사진
"협치는 당이 아니라 국민을 위해서 해야한다. 보수야당은 김상조, 김이수 후보자의 청문보고서를 하루속히 채택하길 바란다. 국민보다 정쟁을 우선하는 야당에게 희망은 없다"이 논평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아닌 정의당이 9일 내보낸 논평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한 달 동안 정의당은 인사청문을 비롯해 거의 대부분에 우호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보수정권 시절 날카로운 비판과 견제로 존재감을 드러냈던 정의당이 문 정부에서는 민주당의 든든한 우군이 되고 있는 것이다.
자유한국당은 물론이고 국민의당, 바른정당에서도 인준을 강력히 반대하고 있는 강경화 외교부장관 후보자에 대해서도 정의당만 유일하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고심 중인 상황이다.
그러나 반대급부로 당의 존재감은 대선 때에 비해 상대적으로 떨어지고 있다.
당 관계자는 "국회 원내 교섭단체가 아닌데다가, 문 정부를 적극 돕고 있기 때문에 당의 존재감이 부각되지 않고 있다"며 "이런 부분에 일부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강한 대립각을 세우는 한국당과 중간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며 여론 줄타기를 하고 있는 국민의당, 바른정당과는 달리 정의당 역할은 현재까지는 미비한 상황이다.
정의당이 향후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지,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에 대해 당 내부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다음달 12일 열리는 전당대회가 당의 노선과 비전을 결정하는 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심상정 대표와 노회찬 원내대표가 불출마를 선언한 상황에서 이번 선거는 정의당 세대교체를 위한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진다. 이정미 의원과 박원석 전 의원이 출마를 준비중에 있다.
정의당 관계자는 "이번 선거는 어떤 노선과 계파가 있는 것이 아니라서, 누가 설득력있는 당의 비전을 제시하는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의당은 오는 12일 선거공고를 시작으로 18일~19일 후보 등록을 받을 예정이며, 다음달 12일 투표를 통해 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선출한다.
인사청문 과정에서는 문 정부와 보조를 맞추고 있지만 비정규직을 비롯한 노동 이슈, 재벌개혁, 원전 문제 등 정책적인 부분이 부각될 경우에 당은 견제 역할을 본격적으로 할 것으로 보인다.
한창민 대변인은 "문재인 정부가 촛불 민심과는 다르게 보수적으로 우회한다거나, 잘못된 길을 가게 될 때에는 언제라도 견제하고 비판하게 될 것이다. 보수야당은 할 수 없는 진짜 필요한 야당의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거시적으로는 진보정당으로서 민심을 대변할 의석을 확보하기 위해 선거구제 개편과 개헌 등을 집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대선 후보 경선에 출마했던 강상구 당 교육연수원 부원장은 "촛불 혁명으로 인해서 87년 체제의 한계를 극복하고 정치를 재편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왔다"면서 "정당 비례성을 높이는 선거제도 개혁을 통해서 진보정당의 룸을 제도적으로 확보할 수 있도록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