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급한 '빼가기'인가 아니면 '신의 한 수'인가
문재인 대통령이 6일 미래창조과학부 2차관에 김용수(사진)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을 임명한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있다.
김용수 방통위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 당한 이후 대통령 권한 대행을 맡은 황교안 총리에 의해 방통위원으로 임명됐다.
대통령 몫 방통위원을 대통령이 파면된 상태에서 대통령 권한대행이 행사하는 것 때문에 당시 더불어민주당이 강하게 반발했지만 당시 황 대행은 임명을 강행했다.
그런데 문 대통령은 방통위원직을 맡은지 두 달 밖에 안된 김용수 방통위원을 미래부 2차관에 임명함으로써 대통령몫 방통위원은 다시 공석이 됐고, 문 대통령이 임명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자유한국당은 대통령은 파면된 상태였지만 전 정권 끝자락에서 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자격으로 임명한 방통위원이 미래부 차관으로 옮겨가자 강하게 반발했다.
김성원 대변인은 이날 서면 논평에서 "임기 3년을 보장하는 상임위원을 돌연 미래부로 보낸 것은 방송장악을 위한 예정된 시나리오가 아닌지 심히 우려스럽다"며 "전례 없는 방통위원 빼가기 인사로, 언론장악 꼼수"라고 반발했다.
방통위원은 차관급으로 임기가 3년이다. 따라서 3년 임기를 이제 시작하는 사람을 빼간다는 것은 얼핏 이해하기 힘들다.
그러나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첫단추를 잘못 꿴 것은 황교안 전 총리이자 구여권이라는 입장이다.
박 전 대통령 탄핵으로 박근혜 정부가 막을 내렸는데 대통령 권한 대행이라는 직위를 이용해서 대통령 몫 방통위원을 임명한 자체부터가 꼼수라는 것이다.
민주당의 한 핵심 당직자는 "지난 4월에 방통위원을 임명하지 말라고 경고했는데 임명을 강행한 것"이라며 "하지 말라고 한 인사를 한 자체가 문제"라고 말했다.
이 당직자는 이어 "김용수 방통위원이 괜찮고 능력도 있지만 임명권자가 누구냐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며 "방통위원을 3대2 구조로 가져가도록 한 법의 정신을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당직자의 말대로 방통위는 위원장을 포함한 상임위원 5명의 협의체로 운영이 되는데 대통령과 여당이 3명, 야당이 2명을 추천한다.
야당인 한국당은 여당 시절인 지난 3월에 김석진 상임위원을 재추천해 야당몫 한 명을 임명권을 행사했다.
남은 야당몫 한 자리를 국민의당이 행사하게 되는데 고영신 한양대 특임교수를 추천하려다 막말 논란 등이 불거지면서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로 했다.
더불어민주당도 임기가 끝나는 고삼석 방통위원 후임으로 최수만 전 한국전파진흥원장을 내정했지만 이를 백지화하고 7일부터 재공모 절차를 밟기로 했다.
여권은 김용수 방통위원의 미래부 차관 이동으로 대통령과 여당몫 방통위원 두 자리를 임명할 수 있게 돼 3:2 구조를 안정적으로 가져갈 수 있게 됐다.
국민의당이 추천하는 방통위원의 성향이 정부여당과 비슷할 수도 있어 지난 9년간 이어졌던 우편향 방송.통신정책을 개혁할 수 있는 확실한 발판이 마련될 수도 있다.
김용수 방통위원을 미래부 차관으로 돌리는 인사가 '신의 한수'라는 평가를 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럼에도 3년 임기가 보장된 방통위원을 미래부 차관에 임명한 것에 대해서는 보수 야권을 중심으로 비판이 일 것으로 보인다.
이는 한국당이 "김용수씨의 사표 제출 시기와 수리 여부를 즉각 공개해야 한다"고 요구한 대목에서 드러난다.
이에 대해 앞서의 민주당 핵심 당직자는 "김용수 방통위원은 새정부가 들어선 만큼 자진사퇴해 주는 것이 맞다"고 말해 김용수 차관이 방통위 상임위원 사표를 먼저 내는 등의 필요한 절차는 다 거쳤을 가능성을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