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출범한지 채 한 달도 되지 않아 '인사 악재' 암초를 만났다.
인사청문회 대상인 장관 후보자의 위장전입 논란에 이어 청와대 내부 참모진도 속속 내정 철회나 사의표명이 잇따르면서 자칫 인사난맥상이 국정 운영 동력을 떨어뜨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5일 "김기정 국가안보실 2차장이 업무 과중으로 인한 급격한 건강악화와 시중에 도는 구설 등에 대한 도의적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건강악화를 이유로 들었지만 구설에 대한 도의적 책임도 언급한 만큼 사실상 '경질'이라는 게 중론이다.
청와대 안보실 2차장은 차관급 고위직으로 외교·통일·정보융합·사이버안보 등의 업무를 지휘한다. 지난 정부에 존재했던 외교안보수석 역할을 맡아 청와대의 대외 외교안보전략 전반을 컨트롤하는 중책이다.
지난달 24일 문재인 대통령은 국가안보실 2차장직에 최적임자라면서 김기정 차장을 임명했지만 불과 12일만에 경질된 셈이다.
정식 임명된 청와대 수석비서관급 인사가 낙마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김 전 차장의 임명 철회는 연세대 교수 재직 시절 부적절한 품행이 뒤늦게 문제가 됐기 때문으로 전해졌다.
앞서 안현호 전 지식경제부 차관은 지난달 일자리수석으로 사실상 내정돼 청와대로 출근하며 업무를 봤지만, 지난 1일 개인적인 문제가 불거지면서 내정이 철회되기도 했다.
문 대통령 취임 26일만에 차관급 인사 두 명이 내정이 철회되거나 정식 임명 후 사실상 경질되면서 청와대 인사시스템 전반에 대한 비판도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충분한 사전 검증을 거치지 않고 참모로 인선했다가 뒤늦게 문제가 발견되는 일이 반복되면 문재인 대통령 임기 초 야심차게 추진되는 개혁 드라이브 동력이 손상되는 것은 물론, 인사 검증 전반에 대한 신뢰도 떨어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김 전 차장 중도 낙마로 당장 보름 남짓 앞으로 다가온 한미정상회담 준비에 큰 차질이 예상되면서 자칫 참여정부 초반의 '아마추어리즘' 논란이 다시 불거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청와대로서는 부담이다.
여기에 자유한국당 등 야당이 문재인 정부 초반 내각 인선에 강한 불만을 표출하고 있는 점도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이낙연 국무총리와 강경화 외교부장관 후보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가 문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천명한 5대 인사원칙(병역 면탈, 부동산투기, 탈세, 위장전입, 논문표절 인사는 공직 배제) 위배 논란에 휩싸이면서 2주간 지속된 야당과의 '허니문'도 사실상 끝났다.
지난달 28일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빵 한 조각, 닭 한 마리에 얽힌 사연이 다 다른 것처럼 관련 사실에 대한 내용 또한 들여다보면 성격이 아주 다르다. 그래도 저희가 내놓는 인사가 국민 눈높이에 미치지 못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고 사과했지만 인사 악재가 계속되면서 위기감도 감지된다.
특히 청와대는 지난달 "강경화 후보자의 장녀 이중국적과 친척집 위장전입 사실이 발견됐지만 최고의 적임자"라며 후보 결점을 이례적으로 사전 공개했다. 문재인 정부의 인사철학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었지만, 이후 강 후보자의 해명과 달리 위장전입지가 친척집이 아닌 이화여고 교장 전세집으로 밝혀져 체면을 구겼다.
또 자녀 증여세 늑장 납부, 자녀와 과거 부하 직원의 동업 문제, 그리고 부동산 투기 의혹 등이 잇따라 제기되면서 야3당이 자진사퇴나 지명철회를 요구하는 등 청와대로서는 곤혹스러운 처지에 빠졌다.
이런 가운데 당장 7일부터 강 후보자와 5·18 민주화운동 당시 계엄사령관으로부터 표창을 받은 사실이 알려진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가 줄줄이 열릴 예정이어서 이번 청와대 참모진 경질은 새로운 악재로 비화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