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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숙 총장 "정유라, 자기 반성능력 없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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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의 박탈감과 상실감, 전혀 이해 못 해"

- 이화여대 131년 역사에 정말 불미스러운 사태
- 총장을 비롯한 교수 다섯 사람 구속…상상 초월하는 일
- 이화여대 적폐는 불통의 구조…4자 협의체 등으로 소통 살려낼 것
- 트라우마로 일상이 무너진 학생들에 귀 기울이고 치유 도와야
- "우리 사회에 이런 불행한 일 다시 없도록…"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1 (18:30~20:00)
■ 방송일 : 2017년 06월 05일 (월)
■ 진 행 :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 출 연 : 이화여대 김혜숙 총장

◇ 정관용> 이화여자대학교 하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여자대학, 이렇게 기억이 돼야 되는데 요즘은 어째 정유라라는 이름만 떠오르는 그런 상황이 되고 말았죠.

최근에 이화여대 개교 이래 최초로 학생, 또 동창, 교직원까지 참여하는 직선제를 통해서 새로 총장이 되신 김혜숙 이화여대 총장. 아마 최순실 청문회 당시에 눈물을 보여서 화제가 되기도 했던 분으로 여러분도 많이 기억하실 겁니다. 오늘 스튜디오에 직접 초대했습니다. 총장님, 어서 오십시오.

◆ 김혜숙> 안녕하세요.

◇ 정관용> 학생, 동창, 교직원이 참여하는 직선제를 여태까지 한 번도 안 했어요, 개교 이래?

◆ 김혜숙> 교수들만 참여하는 직선제를 1990년에 한 적이 있습니다.

◇ 정관용> 그때는 교수들만 참여했고.

◆ 김혜숙> 네.

◇ 정관용> 그럼 그동안 이화여대는 그때 1990년 말고는 그냥 재단에서 총장을 계속 뽑았던 거예요?

◆ 김혜숙> 재단에서 뽑았다기보다는 간선제 형식으로 뽑았죠.

◇ 정관용> 간선제요? 어떤 방식입니까?

◆ 김혜숙> 교수들이 총장추천위원회의 위원을 뽑는 겁니다. 그분들이 가서 그 숫자는 매번 좀 달랐었고요. 그분들이 가서 이제 총장을 뽑는…

◇ 정관용> 총장을 뽑는. 그러다가 이번에 이렇게 직선제 그것도 학생이나 동창까지도 다 참여시키는 직선제를 하게 된 계기는 뭐라고 봐야 될까요?

◆ 김혜숙> 131년 역사 이래 처음으로 정말 학교에 불미스러운 사태가 발생을 했고요. 그리고 또 그런 문제가 드러나게끔 했던 학생들의 어떤 움직임, 학생들의 노력, 이런 것들이 있었고 그래서 구성원들이 전부 이 사건에 의해서 영향을 받은 상황이고요.

동창들도 상당한 충격을 받았고 교내도 그렇고. 그러면서 이제 리더십을 결정하는 데 있어서 이번에는 예전과 다른 방식으로, 예전에는 아무래도 재단의 입김이 많을 수밖에 없었는데 좀 더 구성원들의 뜻을 반영하는 그런 총장이 나오는 게 좋겠다, 그런 취지로. 물론 직선제의 부작용이 또 있을 수 있지만..

◇ 정관용> 교수가 몇 퍼센트, 학생이 몇 퍼센트, 그 비율이 있죠?

◆ 김혜숙> 네. 교수가 77.5%, 학생이 8.5%, 직원이 12.2%, 동창이 2.2% 이런 방식으로 진행됐습니다.

◇ 정관용> 그리고 각 투표에서 특히 학생들한테 우리 김혜숙 총장이 거의 몰표를 받으셨죠?

◆ 김혜숙> 네, 그랬습니다.

◇ 정관용> 그건 왜 그랬다고 생각하십니까?

◆ 김혜숙> 글쎄요. 제가 줄곧 학생들하고 커뮤니케이션을 해 왔었고요. 다른 어떤 선생님들이 아직 학교본부도 학생들하고 커뮤니케이션도 하지 않고 있었을 때 저희가 나서서 커뮤니케이션을 했었던 상황이 있었고 그 신뢰가 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저희에 대한.

학생들이 최순실 씨 딸 입학 및 학점 특혜 의혹과 관련해 최경희 총장의 사퇴를 촉구하며 피켓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 정관용> 조금 아까 총장님께서 131년 역사에 불미스러운 사태라고 표현하신 건 정유라 게이트가 터지기 전. 소위 평생교육단과대학, 미래라이프대학 신설하려고 전임 총장이 밀어붙이다가 학생들이 반발해서 학생들이 장기간 농성하고 시위하고 한 그 사태, 그거 말씀하시는 거죠, 사실?

◆ 김혜숙> 아니죠. 그거로 인해서 우리가 알게 된 이런 여러 가지, 정유라를 둘러싼 이런 문제들을 보게 된 거죠.

◇ 정관용> 그러니까 출발은.

◆ 김혜숙> 출발은 미래대 사태로부터 시작했고.

◇ 정관용> 사태였고 그게 이제 정말 점입가경으로…

◆ 김혜숙> 그렇죠. 하루하루가 놀라운 사태 전개가 이루어졌고 그래서 결국은 드러나게 된 지금 상황하고 그다음에 이제 총장을 비롯한 교수님들이 한 다섯 분이 지금 구속 상태에 있고요. 이런 것들은 저희가 저희 상상을 초월하는 일이 벌어진 거죠.

◇ 정관용> 김혜숙 총장님도 상상하지 못하셨던?

◆ 김혜숙> 그렇죠. 우리가 학교라고 하는 공간하고 감옥이라고 하는 공간하고는 전혀 성격이 다른 곳으로 인지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더더군다나 총장님이, 혹은 교수님들이 구속이 됐다. 이건 좀 충격인 거죠.

◇ 정관용> 지금 문재인 정부도 출범해서 적폐청산 이런 게 이제 제1과제인데 어찌 보면 김혜숙 총장께서도 이화여대의 적폐청산이 제1과제 아니겠습니까?

◆ 김혜숙> 하여튼 제가 어느 조직이든지 쌓여진 그런 구제도 하에서 온 여러 가지 관행, 잘못된 관행 하에서 빚어진 그런 적폐가 있겠지만요. 저희도 이제 조직상에서나 어떤 인적 차원에서나 그런 적폐가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그런 문제들을 좀 해소를 해 나가야죠.

◇ 정관용> 이화여대의 최대 적폐는 뭐예요, 그러면?

◆ 김혜숙> 글쎄요. 우리의 최대의 적폐. 여러 가지 이제 오래된 역사 안에서 쌓여 온, 우리가 너무나 당연시해 왔던, 그러니까 너무나 이게 아주 서서히 이렇게 진행이 되고 이러면서 당연시 돼 왔던 그런 여러 가지 불통의 구조.

◇ 정관용> 불통.

◆ 김혜숙> 구조. 그런 것들이 아닐까 싶습니다. 비민주적인 어떤 의사소통이나 의사결정 구조. 이런 것들이 부지불식 간에 굉장히 강한 구조로 이렇게 있었지 않았는가 이런 생각을 합니다.

◇ 정관용> 그동안 그러면 총장이 거의 그냥 전횡을 해도 되는 그런 시스템이었나요?

◆ 김혜숙> 그렇지는 않죠. 시스템은 갖춰졌는데 그 문화 자체가 오랫동안 사람들이 포기하고 말을 해 봐야 소용이 없구나, 이러면서 거의 견제 역할을 하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그냥 우리도 다 같은 대학들처럼 다 진행, 일들을 진행해 왔던 거고 단지 이제 이러한 체크 앤 밸런스 기능이 조금 좀 덜 작동한 상황에서 지난 총장님께서 과욕을 부리신 게 아닌가. 그런 데서 문제가 그렇게 적나라하게 불거졌다고 봅니다.

◇ 정관용> 김혜숙 총장께서는 교수협의회 의장을 하셨죠?

◆ 김혜숙> 네. 제가 교수협의회 의장을 했습니다.

◇ 정관용> 교수협의회가 그러니까 어찌 보자면 제 역할을 할 수 없는, 제 역할을 못한 그런 것도.

◆ 김혜숙> 제 역할을 하기가 참 어려웠습니다, 저희가. 제가 2002년도에 여기 처음 발기인으로 참여를 해서 활동을 해 왔는데. 제가 거의 은퇴하는 시점에서 그냥 내가 은퇴하면서 이걸 접고 나가야 되겠다라는 생각을 했어요. 이게 점점 하기가 어려워진 상황이 됐고 굉장히 유명무실한 조직이 되어가서 그런 상황에서 지금 거의 문을 닫아야 되나 하고 고민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사태가 일어났어요.

◇ 정관용> 교수협의회가 왜 그렇게 유명무실하게 됐습니까?

◆ 김혜숙> 아까 말씀드렸듯이 냉소주의와 해 봐야 그냥 그렇게 가는 거. 이런 상황에서.

◇ 정관용> 그럼 내부 교수들의 참여가 저조한 겁니까?

◆ 김혜숙> 참여가 저조했었죠.

◇ 정관용> 교수협의회 가봐야 뭐해, 이런 게 너무 만연돼 있었다?

◆ 김혜숙> 그러고 이제 언제부터인가는 신자유주의 이러면서 성과 위주. 교수들 승진에 있어서의 불안감, 이런 것들이 커지면서 그냥 자기 공부하는 것이 가장 최선이다. 그런 문화가 팽배하면서 자기 주변 이상의 것을 넘어가는 문제에 대해서 젊은 선생님들이 눈을 돌리기가 어려운 상황입니다.

◇ 정관용> 앞으로 그럼 어떻게 할 계획이십니까? 불통 문제를…

◆ 김혜숙> 일단 불통의 구조를 저희가 깨고.

◇ 정관용> 어떻게 깰 수 있을까요?

◆ 김혜숙> 시스템상으로 이제 저희가 지난 정유라 사태를 계기로 해서 지난 12월에 교수평의회도 만들었고. 또 4자 협의체라고 하는 걸 처음 운영을 해 봤는데..

◇ 정관용> 4자라면 누구누구죠?

◆ 김혜숙> 교수, 직원, 동창, 학생 이렇게 네 그룹.

◇ 정관용> 그러니까 기존의 교수협의회보다는 교수평의회는 그럼 더 공식화된 기구로.

◆ 김혜숙> 그렇죠. 교수평의회는. 교수협의회는 그냥 임의적으로 자기가 가입하고 싶은 사람들이 가입해서 그 위주로 운영이 됐던 거고요. 교수평의회는 전체 교수가 참여하는. 거기에서 대의원을 뽑아서 그 교수평의회를 운영을 하는 거죠.

◇ 정관용> 공식기구로.

◆ 김혜숙> 그건 학제기구가 됐습니다.

◇ 정관용> 그렇군요. 그런 시스템을 통해서 서로 구성원 간에 소통을 하고 의사결정의 권한이 그쪽으로 많이 넘어갔죠?

◆ 김혜숙> 많이 그분들이 참여할 여지가 있다고 봅니다. 교수 일반의 어떤 의지를 담아서 여러 가지 의결 상황이나 대학평의원회나 이런 식으로 참여할 수 있습니다.

◇ 정관용> 학생들이 매우 반가워할 것 같아요. 이제 총학생회도 4자 협의체에 공식적으로 참여해서 학생들이 목소리를 낸다, 이런 것도 획기적 변화 아닙니까, 사실?

김혜숙 총장. (사진=자료사진)

 

◆ 김혜숙> 그렇죠. 획기적인 변화라고 봅니다. 그런데 이제 우리 사회가 좀 더 유연해져야 된다고 생각을 해요, 이런 문제에 대해서.

대학이 상당히 권위주의 문화가 팽배해 있는 조직이고 교수, 우리나라 또 유교문화 근간 안에서 스승, 제자 상당히 엄격한 관계라고 생각을 했는데 이제 시대가 좀 변해서 젊은이들이 훨씬 더 뭐라고 할까요. 기술이니 이런 게 훨씬 더 적응력이 뛰어난 이런 상황들. 이 지식 세계에서의 변화된 상황 안에서 저는 젊은이들의 역할이 좀 더 커지리라고 생각을 합니다.

◇ 정관용> 처음에 이제 사태의 발단이 됐던 평생교육단과대학에 반대하면서 학생들이 장기간 농성하고 이런 과정에 상당히 그 이후 지금까지도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학생들이 있다라는 얘기를 들었는데. 실제 그렇습니까?

◆ 김혜숙> 그렇습니다.

◇ 정관용> 어떤 트라우마들이?

◆ 김혜숙> 너무 가슴 아픈 일인데요. 그러니까 거의 학생들이 일상이 무너진 그런 학생들도 있고요. 그 트라우마는 직접 그 사람들을 보지 않으면 정말 이해하기 어려운 거 같아요. 저도 그냥 말로만 트라우마, 트라우마 했는데 그 학생들, 아주 가까이에서 보지 않으면 잘 이해하기 좀 어려운 상황인데요.

저는 이번 서울대 학생들도 상당히 좀 걱정이 되는 면이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 문제에 좀 관심을 가져야 될 것 같습니다. 정말 고통을 당하는 사람들이 직접 이야기하는 그 목소리에.

◇ 정관용> 벌써 몇 개월이 지났는데 여전히 그렇다는 건..

◆ 김혜숙> 기자님들도 그런 말씀을 하세요. 학생들이 이겼는데 왜 그러냐. 상식적으로 맞는 말씀인데 어떻게 하겠어요. 이 학생들은 자기네들이 힘들고 고통스러운 거예요. 그 석 달의 기간이 지금 관점에서 보면 학생들이 이기고 잘했다고 얘기하지만 그 하루하루의 관점에서 생각해 보시면 이게 걔네들은 범법자였었거든요, 처음에.

◇ 정관용> 그랬죠.

◆ 김혜숙> 경찰이 잡으러 왔고. 어쩌고저쩌고 무슨 구속한다는 위협도 있었고 그렇기 때문에 그 불안불안의 상황에서 이 학생들이 끝난 뒤에 트라우마를 겪는 거기 때문에 상당히 어렵습니다.

자기 신분이 노출될까 봐, 혹은 자기가 구속될까 봐. 그러니까 공권력, 믿었던 공권력에 대한 배신감. 믿었던 학교에 대한 배신감. 그러면서 이제 나는 뭘 믿고 살지. 이 세상을 어떻게 살지. 굉장히 황량한 세계의 모습을 보게 된 거고 그러면서 이제 자기가 자기 자신에 가졌던 혹은 사회나 학교에 대해서 가졌던 믿음이, 사실 우리 삶이 고통스럽지만 의미가 없는 것처럼 괴로운 건 없는 거 아니겠습니까? 그런 의미가 완전히 전도됐다거나 이런 걸 경험했을 때.

◇ 정관용> 지금 제대로 학교도 못 다니는…

◆ 김혜숙> 그런 학생들도 좀 있습니다.

◇ 정관용> 그래요? 어떻게 해요 그 학생들을?

◆ 김혜숙> 그래서 저희가 학생 치유를 주선을 해 줬었고요. 지금 학교 안에 특별상담실을 설치해서 그 학생들을 많이 도와주고 있습니다. 좀 시간이 걸릴 거라고 봅니다. 이런 일들을 겪으면 학생뿐만 아니라 이 커뮤니티 전체가 트라우마를 앓는다고 그래요.

◇ 정관용> 그렇겠죠.

◆ 김혜숙> 전문가 말씀으로. 세월호도 마찬가지고 그러니까 세월호 가족뿐만 아니라 그 주변, 혹은 국민들까지 그거로 인한 트라우마. 그런 것처럼 이것도 마찬가지라고 얘기를 하네요. 그래서 좀 기다려야 될 것 같습니다.

◇ 정관용> 알겠고요. 청문회, 총장님. 그때는 총장님 되기 전이시지만 나가셔서 눈물을 보이셨어요.

◆ 김혜숙> 네.

◇ 정관용> 어느 대목에서 왜 눈물이 나든가요?

◆ 김혜숙> 그 눈물. 그러니까 그 동영상을 계속 보면 눈물이 안 날 수가 없는 동영상이에요.

◇ 정관용> 학생들 시위하는?

김혜숙 교수가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제4차 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자료사진)

 

◆ 김혜숙> 시위하면서 이제 끌려나가고 소리 지르고 얘들이 거의 절규하듯이 외치고 하는 그런. 한 200명의 학생에 1600명이 경찰이라는 건 하여튼 보면 굉장한, 우리 어른들도 가슴이 섬찟하고 힘들 거예요, 그 경험 자체가.

학생들이 그런 경험을 한 건데. 그 동영상 자체가 주는 그런 거가 있고 저는 한번 보면서 상당히 그때 보신 분들, 많은 분들이 눈물을 흘리셨어요. 그런데 그걸 또 트니까 갑자기 울컥하는 그런 느낌과 저때가 언제인데 아직도 애들이 고통을 받고 있나. 그냥 그런 느낌을 받아서 그랬던 것 같습니다. 울었다기보다는 그냥 잠깐 울컥했던 거고요.

◇ 정관용> 그런 어떤 공감. 사실은 그 아픔의 공감. 이거부터 시작해야 소통이 시작되는 거 아니겠어요? 과거에는 그게 없었던 거죠, 이화여대 내에.

◆ 김혜숙> 글쎄, 없었다기보다 너무 각박하니까. 타자에 대해서, 타자의 상황을 살필 겨를이 없이 우리가 살아왔던 우리 삶의 제반, 환경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 정관용> 그렇습니다. 정유라 학생이, 이제 학생도 아니죠. 귀국하면서 한 이야기. 자기는 대학 다닐 생각도 없었다. 전부 엄마가 알아서 한 거고 나는 모른다. 어떻게 생각하세요?

◆ 김혜숙> 그러니까 글쎄. 인문학자로서 자기 반성능력이 없는 거죠, 말하자면. 자기를 돌아보는. 그러니까 자기가 무엇을 손상시켰고 어떤 가치를 손상시켰고 우리 사회에서 자기를 바라보는 사람들이 가졌을 박탈감이나 상실감이 뭐고 그 허망함이 뭐고, 이런 것들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으니까. 그것도 똑같이 말하자면 타자에 대한 그 공감능력이 전혀 떨어지는 거죠.

이게 어떻게, 내 모습이 어떻게 비출까. 혹은 내가 다른 사람에게 어떤 상처를 줬는지 이거에 대한 감이 없으니까 그런 말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 정관용> 그러니까 반성과 사죄보다는 나는 잘못이 없다?

◆ 김혜숙> 그러니까 내가 한 일이 뭔지 모르는 거죠. 내가 한 일의 의미가 뭔지 모르는 거죠. 내가 개미를 갖다가 이렇게 할 때 다리 떼고 하면서 죽여놓고 이게 아프다고 하는데 나는 재미. 이거 재미있어서 한 거야라고 한 방식으로. 그러니까 그 아픔의 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고 그냥 내가 한 행동이 자기한테 갖는, 자기 고조, 맥락 안에서 내 행동은 이거였어를 반복적으로 설명하는 거 아니에요?

그걸 아무리 다른 사람이 좀 더 큰 맥락 안에서 네 행동은 이런 의미야. 너는 지금 네가 가운데 서 있다고 그러지만 너는 이 맨 끝에 서 있는 거야라고 아무리 알려주고 해도 자기는 그냥 그 자리에서 그냥 자기는 가운데 있으니까 그냥 나는 가운데예요, 자꾸 얘기하는 거죠.

◇ 정관용> 그렇군요. 다시는 그런 학생이 이화여대에 없겠죠?

◆ 김혜숙> 없어야 되겠죠. 우리 사회에 또 그런 불행한 일은 없어야 되겠죠.

◇ 정관용> 책임지실 수 있겠습니까? 신임 총장으로서. 이화여대 이제는 이렇게 달라질 것이다. 마지막으로 한 말씀 하신다면.

◆ 김혜숙> 우리가 교육이라는 게 인간을 만드는 거고 또 인간의 됨에 관여하는 거기 때문에 저희가 최선을 다해서 그런 반대 인간을 만들어내도록 노력을 하겠습니다. 그리고 약속을 드리겠습니다.

◇ 정관용> 기대하면서 함께 지켜보도록 하겠습니다.

◆ 김혜숙> 감사합니다.

◇ 정관용> 오늘 나와주셔서 감사합니다.

◆ 김혜숙> 감사합니다.

◇ 정관용> 이화여자대학교 김혜숙 총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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