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기존의 '줄서기', '자기 사람 세우기' 관행에서 벗어나 '능력이 있으면 기용할 수 있다'는 당연한 원칙이지만 지켜지지 않았던 인사원칙을 실천하며 여론과 정치권의 호평을 받고 있다.
문 대통령의 인사를 관통하는 세 가지 키워드는 '능력중심의 탕평', '보수·진보 이념 초월', '관행타파'로 꼽을 수 있다.
경제자문회의 부의장에 임명된 김광두 서강대 석좌교수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 능력 있으면 기용…'전 정부 사람도 OK'
문 대통령은 능력이 있다면 전 정부 출신의 인사도 개의치 않고 기용하고 있다. 우선 경제자문회의 부의장에 임명된 김광두 서강대 석좌교수는 한때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제교사'로 불리다 지난 대선과정에서 문재인 캠프에 합류한 인사다.
문 대통령은 김 교수에 대해 "저와 다소 다른 시각에서 정치경제를 바라보던 분이지만 이제 합리적 진보와 개혁적 보수가 손을 맞잡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다른 시각을 가진 경제학자도 국정 운영에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장하성 신임 정책실장 (사진=자료사진)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역시 '문재인 사람'이 아닌 안철수의 사람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의외의 인선으로 꼽힌다. 장 실장은 지난 18대 대선 당시 안철수 후보 캠프에서 국민정책본부장을 맡았으며 최근까지 안 후보 싱크탱크인 '정책네트워크 내일' 소장을 지내는 등 안 후보의 경제 정책 '멘토' 역할을 했던 소위 '남의 편' 사람이다.
앞서 문 대통령은 청와대 인사와 재정을 총괄하는 핵심 자리인 총무비서관에 기획재정부 행정안전예산심의관을 지낸 이정도 비서관을 내정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 '문고리 3인방' 중 한 명인 이재만 씨가 총무비서관을 맡을 정도의 막강한 자리에 지방대·7급 행정공무원을 임명하며 '능력중심' 인사를 예고한 바 있다.
이외에 문 대통령은 당 내 대선 경선에서 맞붙었던 안희정 충남지사와 박원순 서울시장 측 인사들도 청와대 대변인과 청와대 수석, 국정기획자문위원회 등에 고루 기용하며 탕평 인사의 진면목을 보여주고 있다.
◇ '유리천장' 깨는 '최초의 00' 타이틀 제조인사 문 대통령은 또 여성 등에는 성역으로만 여겨졌던 외교·안보 요직에 여성 인사들을 잇따라 내정하며 파격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문 대통령은 후보시절 남녀동수 내각 실현을 위해 초대내각에서 30%를 여성으로 임명하겠다고 공언했다. 이 때까지만 해도 정치권에서는 여성부장관이나 보건복지부 장관 등을 떠올리는 정도였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여니 문 대통령은 피우진 보훈처장·조현옥 인사수석에 이어 강경화 외교부장관 후보자를 지명하며 이들에게 '최초의 여성00'라는 타이틀을 붙여주고 있다.
특히 강 장관 후보자는 비외무고시 출신이라는 점도 이례적이다. 참여정부 시절인 2003년 윤영관 전 장관 임명 이후 14년만의 비고시출신 인사다. 문 대통령은 앞서 비(非)사시·비(非)검찰 출신인 조국 서울대 교수를 민정수석에 기용하며 검찰 개혁 의지를 대내외에 천명했다.
문 대통령의 관행을 타파하는 인사가 이어지면서 순혈주의, 보수주의 색이 강한 국방부 장관 인사에도 문민장관이 나오지 않겠느냐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월 발간된 자산의 대담집 '대한민국이 묻는다-완전히 새로운 나라 문재인이 답하다'에서 "우리나라 역대 국방부 장관은 전부 군 출신"이라며 "단 한번 4ㆍ19 혁명 후에 민주 정부 내각에서 민간인 출신 국방부 장관이 있었지만 곧바로 5ㆍ16 쿠테타가 일어나 단명으로 끝났고 그 뒤로는 늘 군 출신이 국방부 장관을 맡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국가안보실장도 과거정부와 달리 군인 출신이 아니라 외교관 출신인 정의용 아시아정당 국제회의 공동 상임위원장(전 주제네바 대사)을 임명했다.
◇ 文 "자기 물로만 가면 시냇물밖에 안돼"…보수·진보 아우르는 인사
문 대통령의 인사가 또 이념이나 진영 논리에 갇히지 않은 점도 특징이다. 문 대통령은 진보 성향이 강한 장하성 고려대 교수를 청와대 정책실장에 임명하고, 김상조 한성대 교수를 공정거래위원장에 지명했다.
또 합리적 보수 인사로 앞서 언급한 김광두 교수를 비롯해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에 이명박 정부에서 경제금융비서관을 지낸 김동연 아주대 총장을 지명하며 재벌개혁 메시지를 주는 한편으로 안정적인 국정 운영도 담보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에 캠프 내 보수정권 출신 인사가 많다는 지적에 "정권교체는 강물이 흘러 바다에 도달하는 것인데, 자기 물로만 가면 시냇물밖에 안된다"고 답하며 자기 진영에 한정된 인사를 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바 있다.
당장 정치권에서는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뿐 아니라 문 대통령에 각을 세워 왔던 국민의당 박지원 전 대표와 바른정당 하태경 의원등이 호평하며 반기고 있다.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에 대한 비난과 비판으로 시작해서 '문모닝'이라는 별명을 얻었던 박지원 대표는 21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문재인 대통령 너무 잘하신다. 지금은 문재인 태풍이 분다. 태풍은 강하지만 오래 가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런 태풍은 나라를 위해 오래 가면 좋겠다"고 격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