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축구연맹이 도입한 비디오 판독 시스템(VAR)은 20일 개막한 20세 이하 월드컵의 첫날부터 기대 이상의 분명한 '힘'을 과시했다. 사진은 한국과 기니의 조별예선 A조 1차전에서 전반 추가시간에 터진 조영욱의 두 번째 골을 VAR을 통해 무효처리하는 주심의 모습.(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비디오 판독 시스템(VAR)이 실제 경기에 미치는 영향은 상상 이상이다.
축구계는 기존의 4심제가 더욱 빨라진 최근의 경기 속도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한다는 비난에 많은 대체수단을 연구했다. 이 덕분에 6심제가 등장하는가 하면, 골대에 카메라를 설치해 논란에 정면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기도 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국제축구연맹(FIFA)은 지난해 비디오 판독 시스템(VAR)의 도입을 추진했다. 지난해 12월 일본에서 열린 클럽 월드컵에 시범적으로 활용된 데 이어 이번 20세 이하 월드컵에서 더욱 본격적으로 운영에 나섰다.
VAR은 기존의 4심제와 함께 비디오 판독을 전담하는 심판도 2명을 둬 경기장 곳곳에 설치한 카메라를 통해 그라운드 안의 심판 4명이 놓친 선수 22명의 행동을 지켜보는 제도다. FIFA는 “최종 판정은 주심이 결정한다. VAR은 보조 수단”이라고 설명했지만 실제 위력은 어마어마했다.
지난 20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아르헨티나와 잉글랜드의 2017 FIFA U-20월드컵 조별예선 A조 1차전. 아르헨티나는 후반 33분 간판 공격수 라우타로 마르티네스를 퇴장으로 잃었다.
아르헨티나가 0-2로 뒤진 후반 15분 교체 투입된 마르티네스지만 18분 만에 상대 수비수 피카요 토모리를 팔꿈치로 가격한 장면이 VAR을 통해 적발됐다. 결국 마르티네스의 퇴장 이후 아르헨티나는 후반 추가시간에 추가골까지 내주고 0-3으로 무릎을 꿇었다.
경기 중 비디오 판독 시스템(VAR)이 진행되면 경기장 내 전광판에는 비디오 판독을 알리는 신호가 경기장 내 관중에 공개되며 이후에는 해당 장면까지도 소개한다. 전주=오해원기자
뒤이어 열린 한국과 기니의 조별예선 A조 1차전 역시 VAR이 상당한 존재감을 과시했다. 한국이 1-0으로 앞선 전반 추가시간 이승우의 패스를 받은 조영욱의 골이 터졌고, 선수들은 물론, 경기장을 찾은 3만7500명의 관중 모두가 환호했다.
하지만 기니 선수들은 심판을 찾아가 거센 항의를 했고, 결국 VAR을 통해 이승우가 패스 직전 드리블 돌파하는 과정에서 공이 순간적으로 엔드라인을 벗어난 장면이 지적돼 골이 취소됐다. 결국 한국이 후반에 2골을 추가하며 3-0 승리를 챙겼지만 자칫 선수단 사기에 걸림돌이 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두 장면 모두 경기장에 배치된 주심과 2명의 부심, 그리고 대기심까지 총 4명의 심판진이 확인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경기장 곳곳에 배치된 카메라를 통해 VAR이 정확하게 경기 상황을 짚었다.
비록 2경기지만 VAR은 분명한 메시지를 남겼다. 그동안 공공연하게 심판의 눈을 피해 적당한 선에서 반칙이 허용됐던 축구지만 이제는 VAR이 경기장 곳곳에 배치된 카메라를 통해 모든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