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축구연맹(FIFA)이 야심차게 도입한 비디오 판독 시스템(VAR)은 2017 FIFA 20세 이하 월드컵 첫날부터 제대로 위력을 발휘했다. 전주=오해원 기자
국제축구연맹(FIFA)이 내놓은 야심작 비디오 판독 시스템(Video Assistant Referees System·VAR)이 제대로 일을 냈다.
FIFA는 20일 개막한 2017 20세 이하(U-20) 월드컵에서 VAR의 본격적인 도입을 선언했다. 지난해 12월 일본에서 열린 FIFA 클럽월드컵에서 처음 시범 도입됐던 VAR을 더욱 큰 규모의 대회에 도입해 실전 경험을 쌓는다는 구상이다.
개막을 앞두고 요하네스 홀츠뮬러 축구기술혁신위원과 마시모 부사카 국제심판팀장이 참석한 가운데 취재진을 상대로 운용 설명회까지 열었을 정도로 적극적으로 VAR의 운영 계획을 밝혔다. 결국 VAR은 개막 첫날부터 제대로 효과를 발휘했다.
20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아르헨티나와 잉글랜드의 조별예선 A조 1차전. 이날 경기의 주심이었던 빈센트 유엔(UAE) 심판은 잉글랜드가 2-0으로 앞선 후반 31분 경기를 중단하고 VAR 판독 신호를 보냈다.
잉글랜드의 수비수 피카요 토모리가 한동안 그라운드에 쓰러져 일어나지 못하는 상황에서 VAR은 앞서 경합과정에서 아르헨티나 공격수 라우타로 마르티네스가 팔꿈치를 휘두르는 비신사적인 행위를 적발했다.
모든 심판이 확인하지 못했던 행동이었지만 VAR을 통해 마르티네스의 행동이 적발됐고, 주심은 즉시 퇴장을 지시했다. 문제가 된 장면은 경기장 내 전광판을 통해 관중에 모두 공개됐다. 전주월드컵경기장을 찾은 1만5천여 관중은 해당 장면이 공개되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VAR이 적발한 마르티네스의 퇴장과 함께 아르헨티나는 코너킥도 뺏겼다. 경기 상황은 반칙이 일어난 자리에서 잉글랜드의 프리킥이 주어졌다. 결국 수적 열세의 아르헨티나는 후반 추가시간에 페널티킥으로 세 번째 실점하며 완전히 무너졌다. 결과는 잉글랜드의 3-0 완승.
우려한 대로 VAR의 운용으로 경기 시간은 분명 지연됐다. 마르티네스의 퇴장까지는 약 1분가량 소요됐다. 이 때문에 1분의 추가시간이 주어졌던 전반과 달리 후반에는 추가시간이 5분이나 됐다.
하지만 대회 첫날부터 VAR의 분명한 위력은 입증됐다. 대기심까지 4명의 눈을 속일 수는 있어도 경기장 곳곳에 배치된 수많은 카메라까지 속일 수는 없었다. 비디오 판독 운용실에 배치된 2명의 심판이 경기장의 모든 상황을 속속들이 지켜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