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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상의 정상화…숨가빴던 文 집권 열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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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킷 스스로 벗고 초등학생 앞에 몸낮추고…국민 품속에 파고든 대통령에 환호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취임선서를 마치고 국회대로를 지나며 시민들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문재인 정부의 취임 열흘은 소통과 개혁을 통한 비정상의 정상화로 요약된다.

문 대통령은 이 짧은 기간 후보 시절 약속한 민생 공약을 먼저 챙겼고, 진정한 민주정부 3기 출범을 위한 개혁에도 적극 나섰다.

국민들과 직접 살을 맞대는 친근한 소통으로 큰 호평을 받았다.

그러면서도 북핵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 미국과 중국, 일본, 러시아 정상들과 '릴레이 통화'로 중단됐던 정상채널을 재가동한 데 이어, 청와대 비서진을 빠르게 인선하며 안정을 꾀했다.

◇ '구중궁궐' 벗어나 국민과 적극 소통

문재인 대통령 내외가 지난 10일 오후 청와대 입구에서 인근 주민들의 환영인사를 받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취임 첫 날인 지난 10일 문재인 대통령은 서울 홍은동 자택 주민들과 송별회를 하고 청와대 주변 주민들과는 환영회를 가졌다.

청와대로 출근하면서는 대통령 전용 '방탄차량'에서 내려 시민들에게 인사를 건네는 모습이 방송사 카메라에 여과없이 잡히기도 했다. 환호하는 국민들과 스스럼 없이 '셀카'를 찍고 격의없이 두 손을 덥석 잡기도 했다.

주영훈 신임 경호실장에게는 "경호를 약하게 부탁한다"고 말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국민들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서는 찾아볼 수 없는 새로운 대통령의 모습에 어리둥절하면서 동시에 환호했다.

청와대 울타리 안에 틀어박혀 무슨 집무를 보는지 몰랐던 국민들, 대통령 정책 결정 과정과 외부 동선(動線)은 무조건 '특급 보안'이라 여겼던 유권자들은 문 대통령의 낮은 행보에 감동했다.

세월호 참사로 촉발된 '잃어버린 7시간'의 악몽은 문 대통령의 적극적인 국민 소통으로 치유됐다. 지난 14일 북한이 탄도 미사일을 발사하자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소집하고 안보태세를 점검한 사실도 분 단위로 국민들에게 공개했고, 청와대는 "안보 상황이 발생했을 때 어떻게 대응하느냐도 국민의 알 권리"라고 밝혔다.

15일에는 긴급 미세먼지 대책으로 노후 화력발전소에 대한 일시 가동중단을 지시하고, 서울 양천구에 있는 은정초등학교를 찾아 미세먼지 관련 수업을 참관하기도 했다.

학교 앞에서는 대통령을 처음 본 초등학생이 싸인을 해달라고 책가방에서 종이를 꺼내는 것을 무릎을 꿇고 함께 기다려주는 모습이 포착돼 국민들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또 18일에는 청와대 견학을 온 초등학생들을 차창으로 건너다보고 예정에도 없이 차량에서 내려 아이들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등 낮은 행보는 계속됐다.

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고생하는 기술직 직원들에게 점심식사를 제안하자 한 직원은 "거짓말하지 말라"며 1시간 가까이 믿지 않았다는 웃지못할 얘기도 전해진다.

청와대 수석들과 한 손에 커피를 들고 산책하는 모습, 자신의 재킷을 벗겨주려는 경호원에게 "이런 건 제가 할 수 있습니다"라고 말하며 정중하게 거절하는 모습 등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인위적인 소통 행보와 대비되며 새 정권의 상징으로 자리잡았다.

◇ 일자리위원회·미세먼지·검찰 '빅2' 감찰…개혁은 신속하게

문재인 대통령.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국민의 품으로 파고드는 낮은 행보와 달리 후보시절 공약했던 정책 업무를 진행하고, 권력 주변 비위 의혹에는 신속하게 대응하는 등 강경한 모습도 보였다.

취임 첫날 국무총리와 국정원장을 내정하고 청와대 비서실장과 경호실장을 인선하면서 정권인수위가 없는 불안한 출발이라는 우려도 불식시켰다. 여소야대 국면에서 5개 정당 지도부를 취임 첫날 직접 찾아 협치를 요청하는 등 정치적 안정성도 꾀했다.

후보 시절 내내 강조했던 일자리위원회 설치를 대통령 업무지시 1호로 내리고, 국민건강과 직결되는 미세먼지 대책을 발표하는 등 민생행보도 이어갔다.

검찰 출신이 아닌 조국 교수를 이례적으로 청와대 민정수석에 임명하며 검찰 개혁의 의지를 다졌고, 전 정부 차원의 세월호특별조사위원회 조사방해와 '최순실 국정농단'의 시초였던 '정윤회 문건유출' 부실 수사 의혹에 대한 재조사도 지시했다.

대검찰청 청사 모습.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검찰개혁의 필요성을 역설한 만큼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과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직권남용 혐의를 조사했던 검찰 수장의 부적절한 행태에는 단호하게 대응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7일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과 안태근 법무부 검찰국장에 대한 감찰을 전격 지시했다. 국정농단 특별수사본부장이었던 이 지검장은 수사 종료 후 우 전 수석과 1000여 차례나 의심스런 전화통화를 한 안 국장과 '돈봉투'를 주고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경제민주화를 위해 '재벌저격수'라 불리는 김상조 한성대 교수를 공정거래위원장에 전격 임명하고, 여성 첫 헬기 조종사인 피우진 예비역 중령을 보훈처장에 앉히는 등 파격 인선도 과감하게 선보였다.

5·18 광주민주화 기념식에 직접 참석해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고, 세월호 참사로 숨졌지만 정규직이 아닌 기간제라는 이유만으로 순직이 인정되지 않은 김초원, 이지혜 교사에 대한 순직처리를 지시하는 등 소모적 논란에 종지부를 찍는 단호한 모습도 보였다.

국민들 눈높이로 내려와 개혁과제를 실행에 옮기려는 문 대통령의 모습에 단 열흘이지만 국민들은 '비정상의 정상화'를 기대하며 즐거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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