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유시민(사진=JTBC 제공)
작가 유시민이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찾아, "진보 어용 지식인이 되겠다"는 최근 자신의 선언을 두고 시민들과 보다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눴다.
유시민은 지난 13일 오후 봉하마을에서 벌인 강연 막바지에 "저는 진보 어용 지식인으로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개인적으로 '이거 해주세요, 저거 해 주세요' 하는 것 하나도 없다"며 말을 이었다.
"'자리 주세요' 이런 것 없다. 그런 것 안한다. 제가 알아서 한다. 청와대에 로비해서 '어디 프로그램 하나 넣어 주세요' 이런 것 안한다. 다 제 힘으로 할 것이다. 개인적으로 아무 것도 안 바라고 아무 것도 안 받을 것이고, 그냥 제가 좋아서 '어용'하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 첫 청와대 대변인을 지낸) 윤창중 전 대변인처럼 자리 하나 받으려고 말도 안 되는 칼럼들 써 제끼다가, 대통령 대변인으로 가서 성추행으로 사고나 치고, 이런 게 어용이다. 편들어 줄 거면 자리 받지 말라는 것이다. 그래야 당당한 어용이 된다. (웃음)"
앞서 유시민은 대선이 치러지기 전인 지난 5일 유튜브 채널 한겨레TV '김어준의 파파이스'에 출연해 "이번 대선이 끝나고 난 뒤 제가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해 많은 분들이 궁금해 하시는 것 같다. 저는 공무원 될 생각이 없다. 진보 어용 지식인이 되려 한다"고 밝히며 아래와 같이 부연했다.
"무릇 지식인이나 언론인은 권력과 거리를 둬야 하고 권력에 대해 비판적이어야 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대선에서 이기더라도) 모두 다 그대로 있고 대통령만 바뀌는 것이다. 대통령은 권력자가 맞지만 그것이 전부가 아니다. 대통령보다 더 오래 살아남고, 바꿀 수도 없고, 더 막강한 힘을 행사하는 기득권 권력들이 사방에 포진하고 연합해 괴롭힐 것이다. 아마 (민주정부가 들어서면 지금의) 야권 정당들이 서로 손잡고 연정을 하지 않겠나. 제가 정의당 평당원이기는 하지만, 범진보 정부의 어용 지식인이 되려 한다."
그는 이날 봉하마을 강연에서 "시민 여러분께도 어용이 되라는 것은 아니"라며 "어떤 시민들은 '나 어용 시민되려 한다'고 하는데, 어용 시민이라는 것은 없다"고 역설했다.
"시민은 주권자다. 모든 주권자를 대표하고, 모든 주권자를 위해 일하는 대통령을 잘 보면서 나무랄 것은 나무라고, 힘 실어줄 것은 힘 실어주는 시민이 진짜 깨어 있는 시민 아니겠나. 그렇게 여러분도 시민으로서, 보통 시민의 관점에서 의사표현하면서 힘을 보태시라. 18원 후원금, 이런 것 절대 하지 말자. 국회의원 전화번호 알더라도 제발 문자폭탄 보내지 맙시다."
유시민은 "문재인 대통령 지지하는 사람들이 18원 후원금 보내고, 문자 폭탄 욕설 보내고 그러면 안 된다"며 "정 욕하고 싶으면 인터넷 포털 뉴스 댓글란에 10원짜리, 100원짜리 적지 마시고, 훌륭한 언어로 세게 욕하시면 된다"고 제안했다.
유시민은 '조금은 편한 세상이 오면 꼭 정치하시기를 부탁드린다'는 한 시민의 요청에 "편안한 세상이 됐는데 뭐하러 정치를 하냐"는 우스갯소리를 시작으로 설명을 이어갔다.
"세상을 바꾸려면 때로는 제도를 바꿔야 하는데, 제도를 바꾸려면 사람들의 생각이 바뀌어야 된다. 제가 정치를 하던 시절에 많이 느낀 것이, 대통령이 하고 싶어도 시민들의 생각이 따라 주지 않으면 못하더라. 지금 인천공항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같은 이야기를 노무현 대통령이 하셨으면 난리가 났을 것이다. '좌파 독재 정권' 이런 얘기 나왔을 것이다. '전 세계적 조류와 거꾸로 가' '대통령 재량권 행사 한계는 없나'라는 기사가 나왔을 것이다. 그런데 왜 지금은 (언론에서) 훈훈하게 보도를 할까. 지금은 그(비정규직) 문제가 너무 심각해졌고, 이 문제를 어떻게든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국민들, 시민들의 생각이 있기 때문이다. 그 생각을 알기 때문에 언론에서도 비난할 수 없는 것이다."
그는 "지난 약 10년 동안 사회적 불평등·차별 문제 등에 대한 우리들의 체험, 자기 문제는 아니더라도 목격했던 여러 상황, 그리고 우리들이 이뤄냈던 대화 등을 통해 시민들의 생각이 많이 바뀐 것"이라며 "그래서 저는 문재인 대통령이 조금은 편하게 대통령하시도록 시민들과 생각을 나누는 일에 매진하려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