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삼척 산불 진화 중 숨진 故 조병준 정비사의 영결식이 열린 10일 유가족과 동료들은 애통함을 감추지 못하고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사진=김민성 수습기자)
"왜 가니, 말 좀 해봐."먼저 가는 아들을 붙잡고 노모(71)는 울고 또 울었다.
지난 8일 강원도 삼척 산불 진화 중 헬기 추락사고로 순직한 고(故) 조병준(47) 정비사의 영결식이 10일 전북 전주시 덕진구의 한 장례식장에서 산림청장장으로 치러졌다.
영결식 내내 내린 안개비는 눈물인듯 참석자들의 눈앞을 가렸다.
빗속에 눈물을 감춘 유가족과 지인들이 차분히 고인을 떠나보내는 가운데 자식을 잃은 노모의 절규만이 계속됐다.
조 씨의 사랑을 한껏 받고 자란 중학생 딸은 영정을 하염없이 바라보며 아버지의 마지막 모습을 가슴에 담았다.
신원석 산림청장은 영결사에서 "산림공무원들이 '저 꽃만 피면 더 이상 산불은 없을 것이다'고 믿고 기다린 아카시아 꽃이 다 폈는데 고인은 어디 계시느냐"며 "누구보다 투철하게 자신의 위치를 지키고 있었던 당신의 모습을 늘 기억할 것"이라고 말했다.
동료들도 비통에 잠겼다. 추도사를 낭독한 고인의 동료 김재상 항공관리사는 "임무 전후에 어깨를 두드려준 그 자상함을 이제는 추억으로 남겨야 한다니 억장이 무너진다"며 가늘게 떨었다.
故 조병준 정비사의 동료들이 헌화와 묵념을 하며 고인을 기리고 있다. (사진=김민성 수습기자)
영결사와 추도사가 끝나자 고인의 아내와 딸을 시작으로 하얀 국화를 든 유가족들이 하나둘 제단 위로 올랐다.
이별 선물로 꽃 한 송이를 전한 아내는 제단에 몸을 기댄 채 못다 흘린 눈물을 떨궜다. 그 뒤를 따른 딸은 아버지를 응시하며 꽃을 내려놓고 오열했다.
이어 익산 산림항공관리소 동료들을 비롯한 600여 명의 조문객들이 앞에 나와 고인을 배웅했다.
영결식이 끝나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모여든 유가족들은 서로를 부둥켜안았다.
아랫입술을 질끈 깨물고 울음을 삼키던 아내는 무너져 내리더니 이내 흐느꼈다. 영결식 내내 엄마 곁을 지킨 딸은 퉁퉁 부은 눈을 감싸 쥐고 또 다시 울부짖었다.
고인을 태운 영구차는 고인의 직장인 익산 항공관리소와 자택을 들른 뒤 국립대전현충원으로 향했다.
영구차가 떠나는 모습을 지켜보던 홍현기 정비사는 "유가족 곁에서 끝까지 힘이 돼주고 싶은데 그럴 새도 없이 비행기에 가서 대기해야하는 현실이 애달프다"고 어깨를 늘어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