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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집보다 어르신들의 안전이 최우선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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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 위촌1리 이장 산불현장서 솔선수범…자신의 집은 전소

화마가 휩쓸고 지나가 자신의 집을 씁쓸히 쳐다보고 이쓴 심선희 이장 (사진=전영래 기자)

 

"우리 이장님이 없었더라면 대피하지도 못했을 겁니다"

8일 오후 강원 강릉시 성산면 위촌1리 경로당에서 만난 동네 어르신들과 주민들의 한결같은 말이다.

유복자(87) 할머니는 "산불이 나던 날 이장이 전화를 하더니 갑자기 집으로 찾아와 일단 피해야 한다"며 "차를 몰고와 경로당과 성산초교로로 직접 대피시켜줬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또 다른 마을주민 신효성(66·여)씨는 "동네에 어르신들이 많이 있는데 이장님 아니였으면 인명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위촌1리 주민들이 고마움을 표하고 있는 주인공은 바로 심선희(63·여) 이장.

심 이장은 지난 6일 강릉 성산면 어흘리 야산에서 발생한 산불이 마을 인근까지 확산되자 마을 주민들에게 대피하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하지만 동네에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었으며 무엇보다 어르신들의 안전을 지켜야 한다는 신념으로 남편 이철희(63)씨 등과 함께 차량을 이용해 경로당과 성산초교 등 안전한 곳으로 직접 대피시켰다.

이어 마을 인근의 산불이 소강상태를 보인다는 소식을 접한 뒤 늦은 밤에도 불구하고 어르신들은 다시 동네로 직접 모시느라 산불이 발생한 지난 6일은 말그대로 정신없이 지나갔다.

이 과정에서 심 씨 부부는 정작 자신들의 집을 돌볼 겨를이 없었으며 숟가락 하나 챙기지도 못한 채 화마가 집을 휩쓸고 지나갔다.

이를 지켜본 주민들은 "마을 어르신들과 주민들의 안전만을 생각하다 집이 불에타는 것도 모를 정도였다"며 "마을주민들을 위해 솔선수범한 이장님에게 집이라도 지어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안타까워했다.

하지만 심 이장은 "산불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마을주민들의 안전보다 중요한 것이 무엇이겠냐"며 "이장이라면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라고 겸허한 모습을 보였다.

이어 "손가방 하나와 휴대전화만 가지고 나와 처음에는 막막했지만 주민들이 옷도 마련해주고 음식도 갖다주고 있어 오히려 내가 더 고마운 마음이 든다"고 덧붙였다.

이날 만난 심 이장은 여전히 바빠보였다. 지난 6일 발생한 산불이 사흘째 완전히 꺼지지 않아 아직도 진화작업이 진행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심 이장은 이날 역시 주민들의 안전을 위해 동네에서 연기가 나는 것 같다는 주민들의 얘기를 흘리지 않고 직접 확인하느라 분주한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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