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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 #순례길 그리고 #세월호 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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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 리뷰] 안산순례길 2017

'안산순례길 2017' (사진=안산순례길개척위원회 제공)

 

'안산순례길 2017' (사진=안산순례길개척위원회 제공)

 

올해로 3년째를 맞은 ‘안산순례길 2017’(구성·제작 안산순례길개척위원회, 총연출 윤한솔, 기획·제작 고주영)은 이전과 다른 모습이었다.

‘안산순례길’은 제목 그대로 안산 지역을 ‘순례’하며,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고 성찰하는 참여형 퍼포먼스이다. 5시간여를 걸으며, 직접 몸에 기억을 새긴다.

2015년 진행된 첫 순례는 국가 시스템에 대한 저항을, 2016년 두 번째는 참사가 드러낸 또 다른 차원인 개개인의 삶을 드러냈다.

올해는 세월호 참사 이후 ‘3년’이 지난 우리의 ‘일상’과 ‘세월호’의 관련성을 주목했다.

그래서 올해는 세월호 참사의 아픔을 직접적으로 느낄 ‘기억교실’이나 ‘분향소’ 같은 장소를 방문하지 않았다.

3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는 동안 실제로 기억교실은 이전됐고, 분향소를 찾는 발길은 줄어들었다. 이는 시간이 가져다 준, 어쩌면 자연스러운 풍화작용이다.

이전 '안산순례길'은 5시간 동안 안산 곳곳을 도보로 다닌 뒤, 단원고 기억교실이나 분향소를 방문했다. 그곳만 가면 참가자들은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곳을 찾지 않았다. 3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만큼 특정 장소를 방문해서 느껴야 할 인위적 자극이 아니라, 각자의 삶의 자리에서 기억하고 실천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지를 고민하게 한 것이다.

마치 ‘손에서 놓으면 잃어버리고, 생각에서 잊으면 잊어버린다’는 글귀가 적힌 한 예술가의 작품처럼.

특히 이번에는 순례 종착지를 ‘시화호’로 정했다. ‘바다’로 가겠다는 제작자들의 의지를 담아냈다.

'안산순례길 2017' 종착지인 시화호. 배우들이 교복을 입은 채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사진=유연석 기자/노컷뉴스)

 

(사진=유연석 기자/노컷뉴스)

 

한편, ‘안산순례길’이 3년이라는 시간을 무탈하게 진행할 수 있었던 것은 주최 측인 안산시와 안산문화재단의 보이지 않는 지원 덕이다.

세월호 참사 이후 단원고가 위치한 안산은 슬픔의 도시가 됐다. 주최 측인 안산문화재단은 조의를 표하는 의미로, 그해 5월 예정돼 있던 ‘안산국제거리극축제’를 취소했다.

이듬해인 2015년 다시 축제를 진행하려 할 때 주최 측은 상당히 부담스러워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세월호 참사가 마무리 된 상태가 아닌데, 웃고 즐기는 축제를 열어야 했기 때문이다.

미수습자가 9명이 있었고, 진상규명이 이루어지지 않았었다. 유가족과 미수습자 가족들의 시간은 여전히 2014년 4월 16일이었다. (안타깝게도 3년이 지난 지금도 그대로다.)

때문에 주최 측은 축제를 통해 세월호를 담아냈다. 유가족과 미수습자 가족 그리고 안산 시민들에게 ‘치유’를 전하고자 했다. 그래서 세월호 참사 희생자를 기리고 추모하는 거리 공연들이 10여 편을 참가시켰다.

그 10편 중 1편인 ‘안산순례길’은 그렇게 처음으로 빛을 보았다.

이 작품은 세월호를 언급한다는 이유로 큰 수난을 겪었다. 블랙리스트에 오르기도 했다. ‘안산순례길’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주관하는 다원예술 창작지원사업에서 탈락했다. 아니, 의도적으로 배제 당했다.

2015년 교문위 국정감사 때 유기홍 의원이 밝힌 바에 따르면, “세월호와 관련돼 있고, 연출자 윤한솔 연출이 정치적이라서 ‘위’에서 기피한다”는 게 탈락 이유였다.

그런 ‘부담스러운’(?) 작품을 안산국제거리극축제 주최 측인 안산문화재단은 2015년과 2016년에 이어 2017년에도 공연할 수 있도록 공식 참가작으로 선정했다.

누군가는 지친다며 그만하자고 할 때, 주최 측은 세월호를 손에서 놓지 않았다. 혹여나 주최 측이 ‘위’의 눈치를 봤다면, 혹은 용기가 부족했다면, 안산순례길은 공연할 장소를 얻지 못했을 것이다.

'안산순례길'은 내년에도 다른 모습으로 시민들을 만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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