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정당 장제원·황영철·권성동 등 13명 의원이 2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선주자 지지선언 및 바른정당을 탈당해 자유한국당 입당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바른정당이 백일 잔칫상도 차리지 못하고 쪼개졌다.
백일상(百日床)에 오르는 떡은 주로 하얀색 백설기다. 백설기는 아기의 정결(淨潔)과 장수(長壽)를 기원하는 의미다.
바른정당이 오래 지속될 거라는 기대는 애초부터 무리였나 보다. 100일도 안 되는 짧은 기간 동안 탈당과 창당, 역탈당과 분당이 진행됐다.
백년 정당이 없는 한국 정당사에서 바른정당의 부침(浮沈)은 대수로운 일이 아닐 수도 있다.
비(非) 유승민계로 분류되는 국회의원 13명이 2일 바른정당을 집단 탈당했다. 이들은 홍준표 후보 지지를 선언하며 옛 새누리당에서 이름이 바뀐 자유한국당으로 복당했다.
소속 의원이 19명으로 줄어 바른정당은 원내교섭단체 지위마저 상실했다. 수 일 내로 일부 의원들의 추가 역탈당도 예상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진짜보수, 개혁보수를 기치로 내걸었던 창당 초심을 스스로 내팽개치고, 자신들이 헌법유린과 국정농단 세력으로 규정했던 자유한국당(옛 새누리당)으로 원대복귀한 것은 바른 행동이 아니다.
더욱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대열에 동참하고, 최순실 국정농단 청문회에서 진실 규명을 위해 열정을 보였던 행동이 한낱 위선이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보수 대통합을 요구하는 국민적 염원을 외면할 수 없었다"는 탈당파들의 주장은 허울 속 궤변일 뿐이다.
유승민 후보의 한 자릿수 지지율을 빌미로 통합을 위해 역탈당을 선택했다고 강변하는 것은 그야말로 몰염치다.
탈당파들은 유승민 후보가 단일화를 거부한 점을 탈당 이유로 들고 있지만 애초 홍준표 후보쪽이 여론조사 단일화를 거절했다고 유 후보는 다른 얘기를 하고 있다.
지난 1월 오후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홀에서 열린 바른정당 중앙당 창당대회에서 김무성, 유승민 의원을 비롯한 소속 의원들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돌이켜보면 집단 탈당파 의원들을 포함한 바른정당 지도부는 지난 1월 창당대회에서 모두 연단에 올라 국민 앞에 무릎을 꿇었다.
당시 무대 한가운데서 마이크를 잡은 김무성 의원은 "대통령의 헌법위반과 국정농단 사태를 막지 못한 책임을 통감한다"며 "국민 여러분들께 참회와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랬던 사람들이 바른정당을 역탈당하면서는 아무도 무릎을 꿇지 않았다.
물론 유승민 후보 개인 입장에서는 정의당 심상정 후보보다 낮은 지지율의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다. 그런가 하면 자유한국당 내에서는 바른정당 탈당파들의 복당을 두고 당협 선대본부장들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이제 대선을 불과 1주일 앞두고 바른정당의 분당 사태로 촉발된 유동성이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독주체제에 얼마나 파급 영향을 미칠 지 관심사로 떠올랐다.
이른바 보수표 결집 움직임과 단일화 논의 향배가 대선 막판 변수가 된 것이다.
바른정당 유승민(왼쪽부터), 국민의당 안철수, 자유한국당 홍준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정의당 심상정 대선후보. (사진=국회사진취재단)
다만 한가지. 대의명분을 내팽개친 정치꾼들의 살기 위한 몸부림은 후진정치, 저질정치의 단면이라는 사실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부끄러움은 순간일 뿐'이라는 식의 자기 합리화와 자기 최면은 국민들에 대한 모독이자 유권자들에 대한 기만이다.
공자가 '정자정야(政者正也)'를 말한대로 바른정당 탈당파들은 자신들의 당명처럼 바른 자세로 세상을 바르게 만드는 정치를 했어야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