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형 기자/자료사진
대선을 앞두고 학생부종합전형(이하 학종)이 논란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각 대선 후보마다 대입제도 개선과 관련한 공약을 내놓으면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학종에 대해 엇갈린 언급을 하면서부터다.
특히 지난달 22일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수시 비중을 단계적으로 축소하겠다'고 밝혀 수시 전형의 핵심인 학종 비중을 축소할듯한 기색을 비치면서 학종 논란은 더욱 크게 번지고 있다.
현행 대입 전형은 크게 수시와 정시로 나뉜다. 정시는 주로 수학능력시험(수능) 점수로 학생을 선발한다.
수시는 학교생활기록부 교과전형(학생부 교과), 학종, 논술,특기자 전형 등으로 세분화된다. 학생부 교과는 고교 교과 성적을 기반으로 학생을 선발하고 학종은 고교 기간 수상기록, 봉사활동, 동아리활동 등의 비교과 항목과 자기소개서 등 서류를 바탕으로 선발하는 방식이다. 논술은 글쓰기 능력으로, 특기자 전형은 주로 어학, 과학, 예체능 특기를 기반으로 선발하는 방식이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 따르면 수시전형으로 2018학년도 신입생의 74%를 선발한다. 전통적인 대입전형인 정시는 이제 30%에도 미치지 못한다. 수시 전형만 놓고 보면 학생부 교과는 57.5%, 학종은 32.3% 정도를 차지한다. 수시 내부적으로 학생부 교과 전형 비율이 크지만 서울 소재 대학만 보면 학종이 학생부 교과 전형보다 큰 비중을 차지해 학종이 전체 대입 전형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당초 학종은 점수 위주의 수능이나 학생부 교과에서 벗어나 다양한 '꿈과 끼', 그리고 발전 가능성을 가진 인재를 선발한다는 취지에서 박근혜 정부 들어 도입됐다. 이런 취지는 지난 2009년부터 본격 도입된 '입학사정관제 전형'과 같다. 다만 각 대학별로 다양하게 치러졌던 입학사정관제 전형을 조금 더 간략하게 다듬었다.
담임교사나 교과 담당 교사가 시험 점수 등과 같은 결과 중심 보다는 학교 수업에 얼마나 성실히 참여했는지, 동아리 활동이나 봉사활동 등은 얼마나 했는지, 교과 등과 관련한 교내 행사에서 수상실적은 있는지 등 과정 중심으로 개별 학생을 평가를 하고 이를 학생부에 세부적으로 기록하는데 이것이 학종의 주요 전형자료가 된다.
학교 수업의 변화를 전제로 한 학종이 도입되면서 '잠자던 교실'이 살아나고 사교육이 줄어드는 긍정적 효과가 나타났다는 지적이다.
전국진로진학상담교사협의회가 지난 3월 전국의 진로진학상담교사 401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학종 도입 이후 학생의 수업참여도가 높아졌다는 의견이 77%를 차지했다. 수업이 참여형, 활동중심으로 변했다는 의견도 각각 78%, 80%로 나타났다.
평가가 수행평가 위주로 바뀌면서 사교육도 줄어들 수 있다고 시민단체는 보고 있다. 학원 강사 출신인 '사교육걱정없는세상(사교육걱정)' 구본창 정책국장은 "사교육의 최대 적은 수행평가"라며 "내신이나 수능은 시스템화가 가능해 학원에서 다룰 수 있는 반면 학교별, 교과별로 다른 수행평가는 시스템화가 불가능해 학원에서 커버할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대학에서는 학종이 다양한 계층의 학생을 선발하는 '계층 사다리'의 역할을 한다며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고려대와 연세대 등 서울지역 10개 사립대는 "2017학년도 신입생을 분석한 결과 학종을 통해 비수도권과 읍면지역 학생들이 가장 많이 입학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또한 대학 입학 뒤 성적과 성실도 등에서 학생부 전형을 통해 들어온 학생들이 다른 전형으로 들어온 학생보다 뛰어났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같은 긍정적 평가에도 불구하고 학종에 대한 부정적 평가도 끊이지 않고 있다. 학부모와 학생들 사이에서는 '학종이 너무 복잡하다'는 지적이 대표적이다. 봉사활동,동아리활동,방과후활동은 물론 교내 대회 등을 준비해야 하는데다 자기소개서,교사 추천서 등 각종 서류까지 준비해야 한다. 최근에는 학종이 교과 항목까지 보기 시작하면서 수험생 입장에서는 내신까지 준비해야 한다. 여기에 서울지역 대학의 경우 학종으로 선발하더라도 수능 최저기준까지 도입해 수능준비도 게을리 할 수 없다. 내신(교과)과 수능, 비교과 항목까지 모두 준비해야 하는 '죽음의 트라이앵글' 논란이다. 학종이라도 모두 똑같은 학종이 아니다. 대학별로 학종 전형 요소가 세부적으로 다 달라 학종의 복잡성을 더하고 있다.
선발의 공정성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정량 평가가 아닌 정성 평가이다 보니 사정 과정이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안선회 중부대학교 교수는 "학생과 학부모들이 대학을 상대로 학종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도 (정성평가이다보니) 이길 수가 없는 구조"라며 "대학으로서는 학종을 선호할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학생의 준비 정도나 실력보다는 교사의 의지나 능력에 따라 학생부 기록 수준이 달라질 수 있는 점도 학종 공정성 논란을 더욱 크게 하고 있다. 학생이 평소 학종 준비를 잘한다 하더라도 교사가 세심하게 관찰하고 평가결과를 꼼꼼하게 학생부에 기록해 주지 않으면 학종으로 대학을 갈 수 없다는 것.
학종이 오히려 사교육을 유발한다는 지적도 있다. 특히 자기소개서 등 서류를 학원이나 컨설팅 과외 등으로 준비한다는 학생들도 있다. 실제로 사교육걱정이 전국의 고교생과 학부모, 교사 2만여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사교육을 유발하는 전형 요소로 학종을 가장 많이 꼽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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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학종의 긍정적인 면을 유지하면서 부정적 영향을 줄이는 방향으로 학종 전형을 개편해야 한다는 제안도 잇따르고 있다.
사교육걱정 구본창 국장은 "학종의 비교과 항목을 대폭 줄여 사교육 유발요소를 없애고 교내대회,소논문, 각종 인증 수상기록도 적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구 국장은 "장기적으로는 현행 지필고사를 논서술형 고사로 바꾸고 수행평가를 강화하는 등 내신개혁이 이뤄지고 고교학점제 등이 도입되면 학종 대신 학생부 교과 전형으로 일원화할 수 있다"며 "원칙적으로 따지면 학교 교과 준비만 잘하면 됐지 현재의 학종처럼 별도의 것을 요구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중부대 안선회 교수는 더욱 비판적이다. 안 교수는 "학종은 학교 교육 정상화에도 기여하지 못했고 오히려 입학사정의 불투명성만 높이고 사교육도 잡지 못했다"며 "학종 대신 학생부 교과 전형으로 가야 한다"고 밝혔다. 안 교수는 "학종을 유지할 경우 단기적으로는 학종 내 교과 비중을 90%, 비교과 비중은 10%로 제한해 자의적 평가 여지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최종적으로는 논술형 수능과 (대학별 논술이 아닌) 공동 논술로 변별력을 유지하고 사교육도 막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촉구했다.
교육부는 오는 7월 학종 개편 등을 포함한 2021학년도 대입제도를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