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구 방향을 살펴보며 2루를 향해 달리는 넥센 히어로즈의 간판 타자 서건창 (사진 제공=넥센 히어로즈 구단)
개막 5연패 이후 4연승. KBO 리그 넥센 히어로즈는 방망이의 힘으로 흐름을 뒤바꿨다.
영웅들의 화력은 지난 주말 3연전 첫날 두산 베어스의 에이스 니퍼트를 조기 강판(4⅔이닝 6실점)시키면서 불이 붙었다. 서건창의 구단 1호 사이클링 히트가 방망이 폭발의 도화선이 됐다.
넥센은 두산과의 3연전을 싹쓸이했다. 50안타를 때려 33득점을 뽑았다. 3연전 마지막 날에는 2회에 10득점을 몰아치기도 했다. '디펜딩 챔피언'의 마운드를 초토화시킨 결과는 넥센에게 의미가 컸다.
11일 kt 위즈와의 경기에서는 kt 불펜의 무실점 행진을 저지하며 12-2로 승리했다.
넥센은 최근 4경기에서 팀 타율 0.401이라는 '실화'같지 않은 기록을 찍었다. 안타 67개 중 무려 16개가 2루타였다. 이 기간 장타율은 무려 0.629. 4연승 기간 평균 득점은 11.3점이다.
타자마다 타격 사이클이 다 다르다. 넥센은 지금 좋은 리듬을 보이고 있는 타자들이 한꺼번에 등장한 것처럼 보인다. 아직 팀당 10경기도 치르지 않았지만 타율 부문 상위 30위에 넥센 타자가 6명이나 있다. 윤석민의 타율은 0.462로 0.469를 기록 중인 이대호(롯데 자이언츠)에 이어 리그 2위다.
규정타석을 채우지 못한 허정협은 지금 타율이 0.692(13타수 9안타)다. 표본이 적지만 그래도 나오기 힘든 기록이다. 외야수 이택근과 대니돈이 1할대 타율에 머물러 있지만 허정협이 외야수로 선발 출전한 3경기에서 연거푸 멀티히트를 때려냈다.
이종범 야구 해설위원의 아들로 '바람의 손자'라 불리는 이정후는 주전 외야수로서 입지를 굳혀나가고 있다. 두산을 상대로 멀티 홈런을 때려 주목받은 이정후는 초반 타율 0.303을 올리며 타선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허정협과 이정후가 시즌 끝까지 지금과 같은 페이스를 유지하기는 어렵겠지만 새로운 얼굴이 기존 주전급 선수들을 자극하니 넥센으로서는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없다. 선수층이 보다 풍성해진 느낌이다.
시즌 초반 슬럼프에 빠져있었던 유격수 김하성은 11일 kt전에서 시즌 1호 3점홈런을 터트리며 오랜만에 짜릿한 손맛을 봤다. 앞으로 타격 감각이 올라올 가능성이 있다.
스트라이크존이 예년에 비해 넓어진 가운데 넥센 타자들은 최근 공격적으로 타석에 임하고 있다. 넥센의 볼넷 개수는 리그 하위권이다. 26개로 리그 8위. 그러나 타석당 삼진 비율은 14.4%로 10개 구단 중 가장 낮다.
넥센 타자들은 유리한 볼카운트에서 마냥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방망이를 돌린다. 지난 7일 두산 니퍼트를 상대로 때린 안타 7개 모두 4구 이내 승부에서 나왔다.
넥센의 방망이가 롯데만큼 대포의 화력이 강하지는 않다. 정확한 타격에 베이스러닝 능력이 더해진 장타 생산 능력을 바탕으로 상대 마운드에 위협을 가하고 있다. 2루타 부문에서는 압도적인 리그 1위다.
타격에는 늘 기복이 뒤따른다. 그러나 요즘 넥센 타선은 적극성이 뒷받침된 뜨거운 타자들로 가득 하다. 넥센의 화력이 언제까지 위용을 떨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