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에 성공적이면 당장 내일이라도 바로 올라올 수 있다 했어... 이제 거의 다 왔어".
8일 하루 온종일 세월호 육상거치 현장에 눈을 떼지 못하고 있던 미수습자 가족 권오복 씨는 애써 감추고 있던 속마음을 털어 놓았다.
지난 3년간 바다만 바라보며 동생 재근 씨와 조카 혁규 군을 기다려온 권 씨는 세월호가 진도 팽목항을 떠나 목포로 올 때까지만 해도 당장이라도 가족을 찾아 나설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육상거치가 계속해 지연되고 미수습자에 대한 수색이 늦춰질 때마다 권 씨는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의 시간을 버텨야 했다.
목포에서의 기다림은 계속돼 이제 이날 오후 3차테스트를 지나 10일 육상거치를 기다리고 있는 입장이다.
권 씨는 "많이 늦었다, 배가 올라와서 다 썩고 있다"며 "지금 다 올라와서 눈앞에서 저러고 있다"며 애타는 마음을 내비쳤다.
이어 "이제는 거의 다 왔다, 오후에 잘되면 당장 내일이라도 올라올 수 있다고 들었다"며 "3년 가까이 기다렸는데 저거 못 기다리겠냐"고 희망을 이어갔다.
미수습자 허다윤 학생의 아버지 허흥환(53) 씨는 통제구역 바깥 컨테이너 숙소 안에서 자신의 다리를 주무르고 있었다.
그러나 이내 답답한 지 편치 않은 몸을 이끌고 컨테이너 바깥으로 나와 세월호를 바라보며 한숨을 쉬었다.
허 씨는 "이제 조금만 균형을 맞추면 된다"며 "해수부가 10일 전까지는 (육상 거치를)한다고 했으니 해낼 것"이라고 간절한 마음을 드러냈다.
세월호는 미수습자 가족들의 간절한 염원 속에 이날 오후 육상거치를 위한 3차 테스트에 돌입했다.
주말을 맞아 목포신항에는 먹먹함을 가득 담은 시민들의 발걸음도 계속됐다.
아내와 함께 전남으로 여행을 온 나재현(40) 씨는 "이왕 내려온 김에 꼭 가자해서 왔는데 '오면 울 것 같다'던 아내가 진짜 오자마자 계속 눈물을 흘리고 있다"고 말했다.
나 씨 부부는 2014년 세월호 참사 열흘 후 결혼했다.
나 씨는 "(세월호가) 특별할 수밖에 없다"며 "신혼여행 갈 때만 해도 '여행에서 돌아오면 (사망자들을) 많이 찾을 수 있겠다' 생각했는데 똑같았고 지금까지도 돌아오지 못한 가족이 있어 마음이 안 좋다"고 말했다.
이어 "모두가 가족 품으로 돌아오길 바란다"면서도 "왜 사고가 났으며, 누가 책임이 있는지 따져서 똑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기도 안산에서 온 신의철(36) 씨는 7년 전, 실제 세월호를 타고 제주도를 방문한 적이 있었다.
신 씨는 "참사 다음날 안산은 유령도시와도 같았다"며 "3년이 흐른 지금도 그때처럼 가슴이 먹먹하고 안타깝다"고 밝혔다.
이어 "진작 올릴 수 있었을 배를 이제야 올렸나 원망이 들고 미수습자와 유가족들에게는 미안한 마음"이라며 "우선 미수습자들이 빨리 수습돼 가족들 품으로 돌아가길 바란다"고 밝혔다.
근처 대학교에 다니는 딸을 만나기 위해 목포에 방문한 황금옥(53·여) 씨는 시간을 내어 세월호 현장을 찾았다.
어린이집 원장인 황 씨는 "(사고이후) 엄마 마음으로 아이들을 잘 지켜주고 조그마한 위험에도 잘 챙기겠다는 다짐을 하게 됐다"며 "우리도 세월호를 기억으로 끝내지 말고 반복되지 않도록 행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