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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치기 시작한 전자랜드, 아직 깨어나지 못한 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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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정신을 지배하느냐, 대오각성하느냐' 전자랜드 김지완(왼쪽)은 6강 플레이오프 2, 3차전의 영웅이었지만 차츰 체력적으로 힘겨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삼성 슈터 임동섭은 1차전 때의 슛 감각을 되찾아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자료사진=KBL)

 

결국 마지막 5차전까지 왔다. 서울 삼성은 애초 3, 4차전에서 시리즈를 끝내려 했지만 오히려 밀리다 벼랑에서 살아났고, 5차전까지 예상한 인천 전자랜드는 아쉽게 조기 마감을 이루지 못했다.

두 팀은 '2016-2017 KCC 프로농구' 6강 플레이오프(PO)에서 2승2패 동률을 이뤘다. 1승 뒤 2연패로 몰렸던 삼성이 6일 전자랜드와 인천 원정에서 80-77 신승을 거두고 기사회생했다.

이긴 삼성이나 진 전자랜드나 아쉬움이 남는 경기였다. 삼성은 탈락 위기에서 가슴을 쓸어내렸지만 여전히 과제가 남았다. 전자랜드는 시리즈를 끝낼 기회를 아쉽게 놓치면서 5차전 원정을 떠나야 하는 발걸음이 무거워졌다. 마음뿐 아니라 말 그대로 몸까지 무거워졌다.

▲압박 수비 승부수, 과연 몸이 버텨낼까

당초 전자랜드는 1차전 76-89 패배를 당할 때만 해도 속절없이 무너질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2차전에서 99-75 승리를 거둔 데 이어 3차전도 86-78로 이기며 오히려 시리즈를 뒤집었다.

원동력은 가드진의 거센 압박이었다. 국가대표 가드 박찬희(190cm)와 에이스 정영삼(188cm)을 빼고 과감하게 김지완(27 · 190cm)과 차바위(28 · 192cm) 등 젊은 피들을 세워 강압 수비 체력전을 펼쳤다. 김태술(33), 주희정(40) 등 삼성 가드진은 상대 압박에 제대로 공격을 이끌지 못했고, 삼성은 공격이 무뎌지면서 2연패를 안았다.

하지만 한계점에 달한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강압 수비는 엄청난 체력이 소모되는 까닭. 유도훈 전자랜드 감독은 "나도 선수 생활을 했기에 심장이 터질 것 같이 힘든 것을 안다"고 했다. 김지완은 2차전 뒤 "사실 힘이 들지만 삼성은 더 힘들 것이라고 생각하고 뛴다"고 밝혔으나 체력 저하의 모습이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이미 3차전에서 전자랜드 선수들은 상당한 타격이 있었다. 김지완은 근육 경련 현상이 왔고, 차바위도 타박상을 입었다. 장신 포워드 정효근(202cm)은 오른 발목 부상으로 4차전에 결장했고, 5차전도 출전이 불투명하다.

'마이 아파' 전자랜드 정효근이 4일 삼성과 6강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오른 발목 부상으로 코트를 빠져나온 뒤 벤치에서 고통스러워 하는 모습.(자료사진=KBL)

 

4차전에서도 피로의 징후가 보였다. 전자랜드는 이날 3점슛 성공률이 28%(25개 중 7개)에 그쳤다. 제임스 켈리(197cm)의 난사(7개 중 1개)의 영향도 있었으나 2, 3차전의 주역 김지완이 3개를 모두 놓쳤다. 강상재(200cm)도 정효근의 공백을 메워 골밑 수비를 하느라 야투율이 17%(6개 중 1개)에 머물렀다.

2, 3차전 승리의 원동력은 수비였지만 3점포도 빼놓을 수 없었다. 2차전에서 전자랜드는 12개의 외곽포(성공률 44%)를 꽂았고, 3차전도 40%의 성공률을 보였다. 부지런히 움직이면서 슛 기회를 만들었던 까닭이었다. 그러나 4차전에서는 발걸음이 무거웠고, 리바운드 참여 등 전체적으로 움직임이 둔했다. 김지완은 이날 막판 결정적인 패스 미스 등 실책을 4개나 범했다. 체력과 집중력 저하의 징후였다.

그래서 오는 8일 5차전까지 전자랜드의 체력이 회복되느냐는 굉장히 중요하다. 정효근이 빠질 가능성이 높아 강상재의 골밑 참여는 필수적이다. 한창 때의 회복력에 기대를 걸지만 김지완과 차바위 등이 재충전을 마칠 수 있느냐가 전자랜드 4강 진출의 관건이다.

▲'초인' 라틀리프에만 의지한다고 될까

삼성도 한숨을 돌렸지만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간신히 동률을 만들었지만 5차전을 내준다면 삼성의 올 시즌은 실패나 다름없다. 정규리그 전반기까지 1위를 달리다 선두 경쟁에서 밀려 우승은커녕 4강 PO 직행 티켓이 걸린 2위도 지키지 못한 삼성이다.

4차전도 기둥 리카르도 라틀리프(199cm)의 초인적인 활약이 없었다면 졌던 경기였다. 이날 라틀리프는 개인 PO 최다인 40점에 무려 16개의 리바운드를 걷어냈다. 80점의 절반을 라틀리프 혼자 해냈다.

슈터 임동섭(11점) 외에 두 자릿수 득점 선수가 없었다. 주포 마이클 크레익과 문태영이 각각 6점, 4점에 머물렀다. 그나마 임동섭과 김준일은 1쿼터만 7점을 넣었다. 승부처였던 4쿼터 라틀리프가 팀의 19점 중 13점을 집중시켰다. 삼성이 리바운드에서 47-28로 압도적으로 앞섰음에도 스코어에서 3점 차밖에 나지 않았다는 점은 외곽에 문제가 있었다는 뜻이다.

삼성은 가드진이 살아나야 한다. 특히 2번 슈팅가드의 역할이 중요하다. 포인트 가드 김태술은 아직 무릎이 완전치 않고 주희정도 상대 체력 싸움에 밀린다. 이럴 때 2번 가드가 보조를 해줘야 하지만 이런 점에서 역할이 미미하다. 이상민 감독도 "리딩보다는 공격적인 성향의 2번이 많아 1번의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너 없었으면 어쩔?' 삼성 리카르도 라틀리프(20번)가 6일 전자랜드와 6강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겹수비를 뚫고 골밑슛을 시도하는 모습.(자료사진=KBL)

 

임동섭은 이날 무리하게 드리블로 공을 운반하다 뺏기는 불안함을 보였고, 이관희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시한폭탄 같은 플레이로 이날은 1분여만 뛰었다. 여기에 임동섭은 인사이드에 볼을 투입하기보다 서둘러 슛을 쏘는 경향을 보였다. 이날 임동섭은 8개의 3점슛 중 1개만 넣었다. 일단 안을 보고 빼주는 패스를 받아서 슛을 쏘는 템포가 필요하다.

물론 라틀리프는 "리바운드는 내가 책임질 테니 마음껏 쏘라"고 동료들에게 주문한다. 그러나 충분히 공을 돌린 이후와 공격 시간 10여 초 만의 성급한 슛은 차이가 크다. 골밑이 강한 만큼 상대 더블팀 수비에서 파생되는 외곽슛 기회를 보는 코트 비전이 절실하다. 이 감독은 "훈련 때 익힌 전술이 실전에 들어가면 나오지 않는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삼성은 가뜩이나 크레익의 개인 플레이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런 가운데 가드진이 깨어나지 않는다면 4강에 진출해도 노련한 고양 오리온에 먹힐 수 있다. 그나마 5차전에서 이동엽(190cm)이 차분한 플레이로 3쿼터 5점을 넣어준 것은 고무적이다. 이동엽은 오히려 임동섭, 이관희처럼 적극성을 더 띠어야 하는 과제를 안았다. 삼성의 가드진은 과연 깨어날 수 있을까, 5차전은 물론 4강 PO의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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