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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새끼가 바로 저기 있는데…" 애타는 가족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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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수습자 가족들의 끔찍했던 하루

 

"세월호가 코 앞에 있는데, 내 새끼가 바로 저기 있는데…".

해양수산부와 인양업체가 육상거치를 서두른 것이 상업적 판단 때문이라는 소식이 전해진 4일 오전.

세월호 미수습자 가족들은 이날 오전 11시 목포신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와 선체조사위원회를 강력 규탄했다.

미수습자 가족들은 신속한 수색 착수를 위해 정부 방침에 최대한 협조해왔다.

이런 가족들이 당국을 비판하는 입장을 이례적으로 발표한 것이다.

미수습자 가족들은 "상업적 판단에 의해 육상 거치 시기가 결정되고 있다는 소식에 경악을 금할 수 없다"며 "선체조사위와 해수부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고 있다"고 성토했다.

가족들은 "신속한 희생자 수습이나 진상규명을 위한 선체의 온전한 보존을 최우선으로 하고 일을 진행하고 있는 줄 알았다"며 황당해했다.

이어 "세월호의 육상거치를 최대한 앞당기려 한 해수부나 인양업체인 상하이샐비지의 입장이 인양 비용의 문제란 이야기를 듣고 참담했다"고 덧붙였다.

조사위 김창준 위원장은 전날 CBS노컷뉴스 취재진에게 "육상거치 시점은 상업적 판단의 문제"라며 "조사위의 권한인 선체조사와는 무관하다"고 밝힌 바 있다.

결국 선체 훼손 우려와 가족들의 반대에도 천공과 각종 절단 작업을 한 점, 모듈트랜스포터 추가 동원에 주저해 육상 거치에 차질을 준 것 모두 '돈'을 고려한 상업적 판단이었던 사실이 드러나면서 가족들의 분노가 폭발한 셈이다.

그렇게 침통에 빠져 있던 미수습자 가족들이 안정을 찾기도 전인 이날 오후 또다시 날벼락같은 소리가 전해졌다.

세월호 육상 거치가 보름 뒤인 다음 소조기로 미뤄질 수 있다는 소식이었다.

이번에도 가족들은 해수부도 조사위도 아닌, 언론 보도를 통해 소식을 처음 접했다.

선체조사위원회가 이날 오후 5시쯤 언론 브리핑을 통해 이 사실을 알린 것이다.

지난 3월 31일 세월호가 목포 신항에 들어와 이제는 내 자식을 찾을 수 있겠지 한게 벌써 닷새째.

 

가족들은 서둘러 조사위가 브리핑을 하고 있던 인근 취재지원센터로 발걸음을 옮겼다.

미수습자 조은화 양의 어머니 이금희 씨는 "왜 이런 내용을 미수습자 가족들이 맨 나중에 알아야 하느냐"며 "선체조사위원회는 가족들은 안중에 없는 것 같다"고 흐느꼈다.

미수습자 허다윤 양의 어머니 박은미 씨는 "내 딸이 바로 저기 있는데. 또 다시 보름동안 세월호를 저렇게 두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했다.

김창준 위원장을 비롯한 위원들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을 하고 있을 때 가족들이 도착했다.

지그시 눈을 감고 김 위원장의 발언을 듣던 이금희 씨는 이내 기자들 앞으로 나아갔다.

이 씨는 "세월호 참사 당일 전원 구조라는 소식이 들려 은화 옷을 갈아입히러 왔는데 4년째 이곳에서 살고 있다"면서 "먼저 와서 이야기 해줄 거라 믿고 기다렸다"고 말을 꺼냈다.

이어 "이렇게 내 딸이 세월호 속에 있는데, 단지 딸 찾고 싶은 엄마일 뿐이데, 왜 언론을 통해 알아야 하나"라며 "무시하는 해수부, 선체조사위원회 모두 인정할 수 없고 내가 들어가서 내딸을 찾겠다"고 흐느꼈다.

미수습자 가족들은 이후 저녁도 거른 채 세월호가 위치한 반잠수식 선박에 올랐다.

하지만 내려가지 않으면 출항하겠다는 관계자의 이야기를 듣고 이날 밤 늦게까지 세월호 인근에서 연좌농성을 벌였다.

가족들은 육상 거취 불투명 소식에 허탈함을 금하지 못했다. 일부 가족은 울다가 지친 나머지 실신하기도 했다.

바닷 속에 세월호가 잠들어있을 때보다 눈 앞에 보이는데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이날 밤. 가족들은 계속 되뇌였다.

"내 딸이, 내 아들이 바로 앞에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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