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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작렬]선택권 빼앗는 묻지마 단일화, 자유로부터의 도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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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이냐 안철수냐…줄 세우고 소수의견 묵살

(사진=윤창원 기자)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의 '1대 1' 대결 가능성이 5‧9 대선의 핵심 변수로 급부상했다. 안 후보를 중심으로 한 단일화론(論)의 핵심은 "문재인이 대통령이 되는 것을 막아야 하는데 안철수가 지지율이 제일 높으니 표를 몰아주자"는 주장이다.

이같은 주장을 반박하는 것은 자칫 문 후보의 대세론을 인정하고 집권을 받아들이는 쪽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 글의 목적이 문 후보의 당선을 위한 것은 결코 아니다. 그런 결론을 기대하고 있다면 지금 당장 이 창을 닫기를 권한다.

후보 단일화에 대한 반감은 오히려 다른 방향으로 정파적이다. 양자구도에 편입될 것을, 후보 사퇴를 강요받는 소수파 후보의 입장에서 단일화 요구는 폭력적일 수 있다.

정치권에선 "총선은 다자구도, 대선은 양자구도"라는 말이 회자된다. 각 정파는 전국 254개 지역구를 노린 총선에선 이념‧지역‧계층‧세대에 따라 다양한 지역적 선호도를 맞추기 위해 분당(分黨)을 마다하지 않다가도, 1명의 대통령을 뽑는 대선은 진영 간 맞대결로 치른다.

그래서 "대선은 결국 51% 대 49%의 싸움"이라는 말도 성립되고, 대선 전엔 늘 '합종연횡', '단일화' 같은 이슈가 유행한다.

문제는 정치권의 논의 수준을 넘어서는 언론‧여론조사 기관의 단일화 압박이다. 문 후보와 안 후보의 양자대결 결과를 반복적으로 발표하는 태도가 그렇다.

최근 한 매체는 두 사람 간의 가상대결 결과 안 후보가 문 후보를 오차범위 바깥으로 따돌린다는 조사를 발표했다. 민주당은 편파적이라며 선관위에 조사를 의뢰했고, 선관위는 여론조사 방식까지 문제 삼을 수 없다고 답변했다. 해당 매체는 국민의당을 위한 조사가 아니었다며 공개 해명까지 했다.

이 같은 촌극은 공평성‧형평성 논의를 뒤로 하더라도 정치적 현실을 비약해 조사한 결과를 대서특필했다는 다른 차원의 문제와 직면한다.

현재 정치권의 반(反)문재인 연대 논의는 국민의당과 자유한국당, 바른정당이 후보 단일화를 통해 1명의 후보만 낸다는 가정에 근거한다. 그러나 이 같은 가정은 차근차근 따져보면 많은 부분 허구적이다.

우선 같은 보수인 한국당과 바른정당의 단일화부터가 쉽지 않다. 구(舊)여권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최근 여의도연구소가 실시했다는 한국당 홍준표 후보와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 간 가상 단일화 경선 결과를 공개했다.

이 관계자는 "보수 성향 유권자만 상대로 했을 땐 홍 후보의 압승이었지만, 일반 여론조사에선 유 후보가 이겼다"고 했다. 자기 당 조사에서 패한 홍 후보가 유 후보와의 단일화 협상에 순순히 응할 리 만무하다.

3당 사이의 단일화는 2개의 보수정당이 합친 뒤 다시 이들의 연합이 안 후보를 위해 대선출마를 포기했을 때 가능하다. 영남 중심의 보수당이 호남 중심의 국민의당을 위해 '지지율 기부'를 한다? 정치상식을 조금만 아는 사람이라면 쉽지 않다는 것을 금방 깨닫는다.

상황이 이럼에도 양자구도 조사에 집착하는 것은 사실상 여론몰이에 가깝다. 정치권도 이 같은 인위적인 구도 짜기에 책임이 없지 않다. 대선 전후 개헌을 염두에 둔 통합연대 발상이 그런 사례다.

바른정당 선대위의 최고위 관계자는 안 후보가 대통령 임기를 3년으로 단축하고 임기 내 개헌만 공약한다면 유 후보와의 단일화 협상을 약속하는 안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드 배치에 대한 찬반, 대북‧안보관에서 확연히 입장이 다름에도 차이를 무화시키겠다는 발상이다.

여론을 한 방향으로 몰고, 차이를 인정하지 않는 태도는 반(反)문재인 연대, 개헌 연대 양측의 명분과 모순된다. 친문(親文)의 패권을 극복하기 위한다면서 또 다른 ‘묻지마’ 세력화는 왜 용인해야 하는가.

내각제 혹은 분권형 개헌이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극복하고 의견의 다양성을 수렴하는 취지라면 왜 굳이 단일화를 해야 하나. 차이를 차이대로 인정하고 각자 대선을 치른 뒤 개헌에 나서도 되는 것이다.

현실을 앞선 단일화 띄우기는 선택의 자유를 억압한다. 바른정당은 보수이면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동의했다. 정의당은 원내 6석에 불과하지만 민주당에 비해 진보적인 정책 노선을 표방한다.

단일화의 광풍은 이들만의 독특한 목소리를 진영 논리 속으로 가두려는 시도와 다르지 않다. 유권자가 선택할 권리에 앞서 정치권이 나서 판을 정리하려는 시도, 그것이 곧 한국 판 '자유로부터의 도피'는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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