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선체조사위가 진도의 미수습자 가족들을 만나며 공식 활동을 시작했지만, 양측의 입장은 평행선만 달리며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이에 대해 조사위원들이 자신들의 법적 권한을 보다 적극적으로 행사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는 지난 29일 진도 팽목항에서 미수습자 가족들과 면담을 가졌다.
앞서 미수습자 가족들은 선조위 출범 직후 첫 활동으로 자신들과의 면담을 호소해왔던 터였다.
이날 미수습자 가족들은 미수습자 수습을 최우선으로 삼되 조사 방법을 가족들과 합의하자는 내용을 담은 합의문에 선조위원들이 서명해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선조위원들은 합의문 내용이 자신들의 법적 재량 밖이라며 수정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양측의 서로 다른 입장만 확인한 채 별다른 성과 없이 면담을 마무리했고, 선조위원들은 예정됐던 선체 조사조차 하지 못한 채 왔던 길을 되돌아갔다.
이처럼 논란을 빚은 이유는 선조위의 법적 권한에 대한 해석 차이 때문이다.
미수습자 가족들로서는 선조위원들의 적극적인 미수습자 수습 의지가 마지막 보루나 다름없다.
그동안 정부 당국의 극도로 소극적인 구조 및 수색활동은 사실상 세월호 참사를 방조한 것 아니냐는 논란까지 불러일으켰다.
이번 인양과정에서도 가족들의 의견은 번번이 무시당했다. 해수부는 램프 절단, 배수작업을 위한 천공, 뼛조각 유실 논란, 육상 거치 및 선체 절단 논란 등 결정적 고비마다 단 한번도 가족들의 의견을 먼저 묻기는커녕 관련 정보를 공유하지도 않은 채 일방적으로 작업을 진행해 왔다.
그 와중에도 혹여 피붙이를 다시 만나지 못할까 애가 타는 미수습자 가족들로서는 자칫 인양과정이 한시라도 늦춰질까 겁이 나 당국의 일방적인 작업 강행에도 적극 협조해왔다.
선체 조사보다 미수습자 수습이 최우선 과제이며, 이를 위한 과정을 가족들과 미리 합의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선조위원들은 이러한 가족들의 주장이 법의 테두리를 벗어난 요구라는 입장이다.
선조위의 근거가 되는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의 5조 위원회의 업무를 보면, 가장 먼저 "인양되어 육상 거치된 세월호 선체조사"가 선조위의 최우선 업무다.
반면 세월호 선체 인양 과정에 대해서는 지도·점검을, 미수습자 수습과 세월호 선체 내 유류품 및 유실물 수습과정에 대해서는 점검만을 선조위원들이 할 수 있도록 규정됐다.
이에 대해 선조위원들은 해양수산부가 인양과정을 진두지휘하듯, 미수습자 수색 활동에 대해서도 사후 결과에 대한 '점검'만 할 수 있다고 해석한 것이다.
따라서 수습방식에 대해 가족들과 '협의'해 의논할 수는 있지만, 가족들의 요구대로 수습 방식을 사전에 '합의'해 결정할 권한이 없다는 주장이다.
선조위원 8명 전원이 해양·선박 전문가들로 구성된 것도 이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그러나 선조위가 자신의 법적 권한과 범위를 적극 해석하기만 하면 얼마든지 해수부의 인양과정과 미수습자 수습에 적극 개입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3년을 진도 팽목항에 머물며 피붙이가 돌아오기를 기다려온 미수습자 가족들을 9명의 실종자들을 찾아내 유가족이 되어 집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돕자는 선체조사위의 수립 취지 자체가 이번 논란의 해결책이라는 얘기다.
당선 전 세월호 변호사로 불렸던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선조위원들이 어제 선임돼 아직 정확한 상황을 파악하지 못해 조심스러운 입장일 것"이라며 "법을 너무 문리적으로, 글자 그대로 해석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누군가의 행동을 점검하고 평가한다면 당연히 점검대상인 사람은 점검하는 측을 신경쓸 수 밖에 없고, 아예 미리 어떻게 하면 좋겠냐고 의논할 것 아니냐"며 "해수부 장관도 국회에서 미수습자의 수습, 인양방식을 선조위와 논의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에 선조위원들이 적극적으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