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 22일 서울 서초동 중앙지검에서 조사를 마친 뒤 귀가하던 모습이다. (사진공동취재단)
검찰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지난 21일 박 전 대통령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한 지 6일 만이다.
박 전 대통령은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에 이어 구속영장이 청구된 세 번째 전직 대통령이 됐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경우 검찰이 영장 청구 여부를 고심하는 사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27일 박 전 대통령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피의자는 막강한 대통령의 지위와 권한을 이용해 기업으로부터 금품을 수수케 하거나 기업경영의 자유를 침해하는 등 권력남용적 행태를 보이고, 중요한 공무상 비밀을 누설하는 등 사안이 매우 중대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동안의 다수의 증거가 수집되었지만 피의자가 대부분의 범죄혐의에 대해 부인하는 등 향후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상존하고 있다. 공범인 최순실과 지시를 이행한 공직자들 뿐 아니라 뇌물공여자까지 구속된 점에 비춰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않는 것은 형평성에 반한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위의 사유와 제반상황을 종합하여 (볼 때)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것이 법과 원칙에 부합한다고 판단했다"고 강조했다.
박 전 대통령의 혐의에는 뇌물수수, 제3자 뇌물수수, 직권남용 등 혐의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특히 삼성과 SK, 롯데 등 대기업들이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한 자금의 성격을 놓고 고심한 끝에 '뇌물'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박영수 특별검사팀과 마찬가지로 박 전 대통령이 최순실(61·구속기소) 씨와 공모해 이재용(49·구속기소)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과정을 지원하는 대가로 433억 원을 받았다고 본 것이다.
법정형만 해도 10년 이상 징역인 중범죄에 해당한다.
검찰은 또한 안종범(58·구속기소)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수첩 등에서 확보한 물증을 토대로 박 전 대통령의 개입이 확실하다는 내부 판단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검찰은 지난해 11월 특수본 1기 수사 당시 최순실 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을 구속기소하면서 강요에 의한 것으로 판단했다.
박 전 대통령은 검찰과 박영수 특별검사팀 수사 과정에서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와 공무상 비밀누설, 뇌물수수 등 13개 혐의를 받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 검찰 소환 조사에서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 지원을 지시한 이유에 대해 국익을 위해 선의로 했던 일이라며 기존 입장을 되풀이 했다.
또 최 씨가 이권을 추구하는 배신행위를 자신은 알지 못했고, 두 재단 등으로 인해 사익을 추구한 적도 전혀 없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 측의 이같은 혐의 부인 태도는 검찰이 증거인멸의 우려로 연결될 수 있다며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쪽으로 귀결됐다.
이같은 검찰 특별수사본부의 수사기록과 법리검토 내용을 보고 받고 김수남 검찰총장도 외부와 접촉 없이 나홀로 장고 끝에 구속영장을 청구하기로 결심을 굳힌 것으로 전해졌다.
반론의 여지 없이 꼼꼼히 구속영장을 작성하기 위해 박 전 대통령을 직접 조사한 한웅재·이원석 부장검사, 부서 검사와 수사관 대부분까지 주말을 반납하고 출근해 마무리 작업을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