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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해외은닉 사기피해금 10억 되찾아 돌려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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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제도가 돌파구…국내 조희팔 사건에선 한푼도 반환 못해

 

검찰이 미국으로 유출된 다단계 범죄 피해액을 현지 법 제도를 활용해 돌려받아 피해자들에게 10년 만에 직접 돌려줬다.

해외로 빼돌린 재산범죄수익을 환수해 범죄 피해자에게 직접 나눠준 첫 사례로, 국내 범죄수익환수제도에도 참고할 대목이 있다.

대검찰청 국제협력단(단장 권순철)은 사기범 곽 모(48) 씨가 미국으로 빼돌린 범죄수익을 현지 수사당국과 공조해 몰수한 뒤 9억8000만 원을 받아 피해자 691명에게 돌려줬다고 24일 밝혔다.

곽 씨는 2007년~2008년 외환 투자사를 상장해 이익을 내주겠다고 속여 1800명에게서 296억 원을 가로챘다. 확인된 곽 씨의 사기행각 규모만 2580억 원에 이른다.

이번 범죄수익 반환은 피해자 1명당 평균 140만 원씩 나눠준 것으로 피해액에 비하면 큰 액수는 아니지만, 해외로 유출된 재산범죄수익을 환수해 직접 반환한 검찰 역사상 최초 사례다.

검찰은 범죄수익환수 과정에서 국내법적 근거가 없자 미국 현지의 2가지 법제도에서 돌파구를 찾았다.

곽 씨가 2007년 11월 범행 도중 아내 명의로 미국 캘리포니아에 구입한 빌라를 몰수하는 조치를 위해 이른바 '민사몰수제도'를 현지 검찰에 요청했다.

미국은 특정재산이 범죄수익에 해당할 경우 형사기소 없이 민사소송절차에 따라 독립적으로 몰 수 있는 이런 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범죄수익을 국내로 환수하는 과정에선 '몰수 면제 및 피해자환부' 제도에 따라 반환하는 제안을 한국 검찰이 미국 연방검찰에 공식적으로 했다.

범죄행위로 취득한 자산은 원칙적으로 몰수하지만, 피해자 등을 보호하기 위해 일정 요건이 충족되면 법무부장관 재량으로 몰수를 면제하고 피해재산을 피해자에게 돌려주는 미국의 제도다.

대검은 피해자 1800명에 대한 심사를 거쳐 691명의 피해내역을 확인해 미국 법무부에 통보했고, 빌라 낙찰금을 받아 피해자들에게 피해금액에 따라 전날 나눠줬다.

검찰에 따르면, 그동안 환수한 해외유출 범죄수익은 모두 뇌물 등으로 국고 귀속 대상이었다. 수사기관이 '떼인 돈 받아준다'는 채권추심 기관은 아니기 때문이다.

미국과 달리 한국에서는 원칙적으로 국가가 범죄피해재산을 확보해 피해자에게 반환할 법적 근거가 없다.

외국에서 외국법에 따라 몰수되더라도 국내로 환수해 피해자에게 돌려줄 규정도 없다.

국제협력단은 "국내법상 법적 근거가 부족해 환수에 상당한 시일이 걸렸던 점을 고려해 앞으로 우리의 범죄수익환수법제도 개편 때 반영이 필요하다"며 "장기적으로는 피해자 보호를 위한 실질적 방안도 검토돼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 대표적 사례가 '조희팔 사건'이다.

검찰은 2014년 12월 640억 원의 조희팔 투자금을 숨겨뒀다 들통 난 고철사업자 현 모 씨에 대해 재산을 빼돌리지 못하도록 추징보전 조치를 했다.

검찰은 이듬해 1월 현 씨가 조 씨에게서 받아낸 위약금 50억 원과 그동안 이자 50억 원을 합해 420억 원을 추징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단 1원의 추징 선고도 법원이 하지 않은 것이다.

부패재산 몰수 및 회복에 관한 특례법은 횡령이나 배임 같은 부패범죄에 한해서만 추징이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기죄 피해재산은 적용되지 않는다.

추징하더라도 이를 범죄 피해자에게 돌려줘야 하는데, 현 씨의 횡령으로 피해를 본 당사자는 법적으로 현 씨가 대표로 있는 고철업체가 된다.

추징해도 피해자들에게 돌아갈 수 없는 구조다.

조희팔 사기 피해자들은 현 씨가 절반을 공탁한 320억 원을 놓고 지루한 법정 싸움만 벌이고 있다.

국제협력단 관계자는 "사기 피해액은 몰수 추징도, 피해자에게 돌아갈 수도 없는 상황"이라며 "일본의 경우 조직범죄에 대해서는 범죄수익을 환수해 피해자에게 나눠줄 수 있는 제도가 있는데, 우리도 거액의 사기나 보이스피싱 등 조직적 범죄에 대해 앞으로 유사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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