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혁신을 외치며 자유한국당의 구원투수로 등장했던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이 3개월 만에 리더십의 위기를 맞고 있다.
4·12 재·보궐 선거 공천과 관련, 친박계와의 파워게임에서 밀렸다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당 안팎에서는 사퇴론도 번지는 양상이다.
◇ 인명진 반대한 상주 공천…친박 '勝'자유한국당은 4·12 재·보궐 선거 지역구인 경북 상주·군위·의성·청송 지역구에 22일 김재원 전 청와대 정무수석을 공천했다. 소속 의원의 위법으로 선거가 치러지게 된 만큼, 이 지역에 공천을 하지 않겠다는 게 인 위원장이 공표한 방침이었지만, 일주일 만에 뒤집힌 뒤 친박 핵심 인사가 공천을 받은 것이다.
이번 일을 친박계가 다시 당을 장악했음을 보여주는 결정적 사건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인 위원장의 '무공천 고집'을 사실상 친박계가 꺾었기 때문이다.
인 위원장은 앞서 "해당 지역의 후보자 중 한 명이 탄핵 정국에 책임이 있는 분이라 공천을 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친박 핵심인 김 전 수석의 공천 가능성을 경계해 왔음을 시사한 발언이다.
이에 맞서 공천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 이들은 한국당 경북 지역 의원들로, 친박이자 도당위원장인 백승주 의원이 의견 수렴을 주도했다고 한다. 백 의원은 23일 CBS 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당시) 인 위원장에게 '영국의 넬슨 제독은 드레이크라는 해적을 고용해서라도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다'는 말씀을 드렸다"고 말했다. '친박 공천' 논란을 떠안고라도 공천을 해야 한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전달한 것이다.
그는 "미래에 당을 이끌 지도자, 당에 필요한 인물을 공천해야 한다"고도 했다. 친박계가 김 전 수석을 귀환시켜 지도부에 앉히려 한다는 당 일각의 분석에 무게를 더하는 발언이다.
정우택 원내대표도 백 의원에게 힘을 실어준 것으로 알려졌다. 백 의원은 "원내대표도 당 비대위의 (무공천) 결심이 있었지만 (경북 의원들이) 총의를 모아주면 다시 한 번 재고하겠다고 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결국 '무공천 방침 철회' 결정도 인 위원장이 빠진 가운데 비상대책위원회가 의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 당 안팎에서 "사퇴하라"…위기의 인명진친박 인적청산 국면에서 친박 부활 국면으로 전환됐다는 평가까지 나오는 가운데, 당 안팎에서는 인 비대위원장을 향한 사퇴 요구도 번지고 있다.
당내에서는 승기를 잡았다고 판단한 친박계가 목소리를 높이는 모양새다. 한 친박계 재선 의원은 "이제 대선 국면으로 접어든 만큼, 인 위원장의 역할은 끝났다. 비대위원장 자리에서 내려와야 한다"고 말했다.
당 밖에서는 바른정당 지도부가 사퇴 요구를 이어가고 있다. 인 위원장이 친박계의 행보를 사실상 방관했다는 논리다. 특히 이종구 정책위의장은 22일 이번 무공천 번복 사태를 언급하며 "인 위원장은 물러날 때를 모르는 것 같다"고 직격했다.
이 가운데 낀 한국당 내 탄핵찬성파들은 숨을 죽이고 있다. 한 중진 의원은 최근 인 위원장의 행보를 공개 비판하려다가 그만두기도 했다. 당내 파워게임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자칫 친박계로 오해를 받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처럼 사면초가 상황에 놓인 인 위원장은 21일 기자간담회에서 "너무 일찍 퇴원하면 병이 재발할 수 있다"며 당분간 직을 유지할 것임을 시사했다. 또 "이 당에서 당권을 쥐려는 생각이 없고, 3년을 기다렸다가 비례대표 국회의원을 할 생각도 없다"며 사심이 없음을 강조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