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박근혜 전 대통령을 구속할까, 안할까. 아니면 못할까. '비선실세' 최순실씨와 함께 국정농단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박 전 대통령에게 마침내 물어볼 건 물어 본 검찰. 이제는 선택만이 남았다.
그 선택은 어느 때보다 중대하며, 무거운 책임이 뒤따를 것이란 관측이다. 실제 검찰내에서 피의자 구속 여부는 향후 수사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바로미터'로 인식될 정도로 무엇보다 큰 의미를 갖는다. 온 나라의 시선이 검찰로 향하고 있는 이유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파면 11일 만인 21일 오전 서울 서초동 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다음주 초쯤 구속영장 가능성↑…'법대로' 만이 살 길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조사가 이뤄진 21일, 대다수의 법조계 관계자들은 검찰이 '피의자' 박 전 대통령에 대해 구속영장을 칠 것으로 내다봤다.
가장 큰 이유로 이미 구속된 다른 국정농단 피의자들과의 형평성을 들 수 있다.
한 판사 출신 변호사는 "이재용·김기춘·최순실 등 사건 관련자들이 줄줄이 구속됐고, 특히나 뇌물 공여자가 구속됐는데 (죄가 더 무거운) 뇌물 수수자에 대해 영장 청구를 안한다는 것은 수사할 의지가 없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탄핵도 인용된 마당에 검찰이 선택할 길은 아닌 것 같다"고 강조했다.
구속된 사람만 이미 20여명에 달한다. 특히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는 뇌물 공여 혐의로 구속됐는데 뇌물 수수 혐의를 받고 있는 박 전 대통령이 구속을 피한다면 논란은 불가피하다. 뇌물은 준 쪽보다 받은 쪽이 더 무겁게 처벌받는다.
검찰이 지난 주말 SK그룹 최태원 회장과 롯데그룹 고위직 임원을 차례로 소환 조사한 것도 뇌물죄에 대한 보강 수사를 통해 박 전 대통령의 영장 청구를 위한 수순이라는 분석이다.
더불어 정치적 계산이 빠르고 여론을 의식하는 경향이 짙은 검찰 조직의 생리로 봤을 때도 영장 청구 가능성에 힘이 실린다.
명백한 증거도 있고, 13가지 범죄 혐의를 받고 있는 피의자를 구속하지 않는다는 것은 어떤 그럴듯한 이유로도 법이 아닌 다른 이유로 내린 판단으로밖에 볼 수 없다.
실제로 한웅재 형사8부 부장검사는 지난 1월 최순실·안종범 국정농단 첫 공판에서 "대통령이 공범임을 입증할 수 있는 증거는 차고 넘친다"고 말했을 정도로 구속사유는 분명하다는 게 검찰 내부의 견해이기도 하다. 한 부장검사는 이번 소환 조사에서 박 전 대통령에게 뇌물수수 혐의를 직접 캐물은 인물이다.
이런 정황을 종합해 보면 검찰이 법과 원칙을 무너뜨리면서 스스로 정치적 소용돌이 속으로 뛰어들어가는 '악수'를 둘 가능성은 낮다는 결론이다.
검찰 내 한 고위 간부는 "공범으로 규정한 피의자를 구속하지 않는다는 것은 검찰 스스로 법과 원칙이라는 '보호막'을 깨버리는 것"이라며 "그럴 경우 대선 정국이 본격화되면 더욱더 정치권에 휘둘릴 게 뻔한 상황에서 검찰이 그런 자충수를 둘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공수처 도입 압박을 받고 있는 검찰이 이번 국정농단 수사를 제대로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신속하게 진행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관련해서 영장 청구 시점에 대해서도, 전직 대통령이라는 점을 고려해 고심하는 모습을 보이겠지만 오랜 시일이 걸리진 않을 것이란 게 전반적인 예측이다.
또다른 검사는 "SK나 롯데 등 다른 대기업들에 대한 수사를 마무리하고, (영장 청구 시점이) 이번 주말이나 다음 주 초쯤이 될 것 같다"고 예상했다.
(사진=자료사진)
◇ "조사에 집중할 뿐"…검찰은 '신중 모드'하지만 박 전 대통령이 민간인 신분이긴 하지만 전직 대통령이라는 점에서 검찰은 섣부른 판단은 경계하는 모습이다.
전날 검찰 특별수사본부 관계자는 기자 브리핑에서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이냐'는 질문에 "조사에만 집중하고 있다"며 말을 아꼈다.
아울러 일각에서는 대선(5월9일)이 50여일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영장을 청구할 경우 검찰이 정치적으로 개입하려 한다는 의심을 받을 수 있다는 견해도 나온다.
일부 보수 지지층 등을 중심으로 '후폭풍'이 거셀 거라는 예상이 나오기 때문이다.
이런 여러 상황을 고려해 신병처리와 기소를 대선 뒤로 미루는 방안도 거론되지만, 가능성은 떨어진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