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 매장 문화재 도굴 일당이 갯벌에서 건져올린 고려시대 추정 생활도자기들. (사진=전북지방경찰청 해양범죄수사계 제공)
바다에 묻힌 도자기를 도굴해 일확천금을 벌겠다는 야무진 꿈을 가진 일당이 무더기로 경찰에 붙잡혔다.
한 때 수산업에 종사했던 김모(50)씨는 '바다 속 로또' 해양 문화재를 도굴해 큰돈을 만지겠다는 생각에 한껏 고무돼 있었다.
김씨는 2015년 6월 잠수부와 어민 등으로 구성된 팀을 꾸려 충남 보령시 외연도 인근에서 바다 속에 매장된 문화재를 찾아 도굴하려 했다. 그러나 인근에 해양수산부 소속 어업지도선이 정박하고 있어 꿈을 이루지 못했다.
다음 달에도 김씨는 또 다른 팀을 구성해 전북 군산시 옥도면 개야도 인근에서 매장 문화재 도굴에 나섰다. 하지만 헛다리를 짚었는지 맨손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잇단 실패와 자금 압박에 시달리던 김씨에게 희소식이 들렸다. 충남 태안에 바다 속 보물을 도굴한 '귀인'이 있다는 말이었다.
'귀인' 이씨는 2015년 11월부터 두 달 사이 태안군 일대 갯벌에서 고려시대에 생산된 것으로 추정되는 매장 도자기 9점을 도굴한 터였다.
김씨는 세 차례 찾아가 태안군의 귀인 이씨를 설득했고, 삼고초려 끝에 팀을 이룰 수 있었다. 이들은 탐사에 나설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이씨가 확보한 도자기 9점을 팔려했다.
하지만 사실 도자기 9점은 값어치가 크지 않았고, 사려는 사람도 선뜻 나서지 않았다. 일당은 꾀를 내 가짜 고려청자 사진으로 매장 문화재 도굴 투자자 유치에 나서기도 했다. 그러던 사이 소문은 돌고 돌아 경찰 귀에 이르렀다.
전북경찰청 해양범죄수사계는 15일 김 씨 등 일당 9명을 매장 문화재 보호 및 조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입건하고 도자기 9점을 회수했다.
경찰 관계자는 "매장 문화재 발굴은 자격을 취득한 이들만 할 수 있고 도굴 뿐 아니라 단순 유통 등도 법의 처벌을 받게 된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귀인' 이 씨를 동행해 충남 태안의 갯벌에서 현장검증을 하던 중 또 다른 매장 문화재 4점을 발굴하는 성과를 거뒀다.
경찰은 이씨가 도굴한 도자기 9점과 우연치 않게 발굴한 도자기 4점을 모두 전주국립박물관에 보냈다.
문화재청은 도자기가 나온 지역에 발굴조사를 진행해 가치가 확인되면 문화재보호구역 지정을 검토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