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불출마로 5.9 대선은 기존 야권 주자들의 독주로 전개될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다.
지난달 초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의 대선 불출마 선언 이후 일부 보수 표심이 황교안 권한대행으로 향하면서 지지율이 꾸준히 상승, 15% 안팎을 기록했다.
헌법 재판소 탄핵결정 직전인 6일~8일 사이에 실시된 리얼미터 여론조사(MBN의뢰) 결과 황 대행 지지율은 14.2%로 전주보다 0.7%p 빠졌지만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 http://www.nesdc.go.kr 참조)
두 자릿수 지지율을 기록하던 황 대행이 출마하지 않기로 최종 입장을 정하면서 황 대행을 지지했던 보수표는 자유한국당 소속 홍준표 경남지사와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 등으로 분산.이동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어느 특정 후보가 황 대행의 지지표를 고스란히 흡수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결국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에 이어 황교안 대행까지 해볼만하다고 생각했던 대항마들이 사라짐으로써 이번 대선은 기존 야권, 특히 민주당 후보들의 각축전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공동대표. (사진=윤창원 기자)
물론 게임이 끝난 것은 아니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가 보수의 구심이 될 가능성도 있고 개헌을 고리로 한 '제3지대 연대' 카드도 남아 있다.
그렇지만 이번 대선은 문 전 대표와 자신의 1대1 싸움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던 안 전 대표의 지지율 상승은 미미하다. 또 손학규 전 대표와의 경선룰 신경전에 발목이 잡혀 있는 상황을 보면서 1대1 대결구도가 펼쳐질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도 늘어나고 있다.
대선과 함께 개헌 국민투표를 하고 이를 고리로 반문 개헌 연대를 만든다는 구상도 대선국면에서 위력을 발휘하기는 힘들 것이란 전망이 많다.
표면적으로는 개헌을 내세웠지만 결국은 특정인을 반대하는 정략적 연대로 비쳐지면서 확장성에서 뚜렷한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시간이 촉박하다.
민주당과 정의당을 뺀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 바른정당 원내대표들이 15일 회동을 갖고 개헌안을 발의하기로 합의했지만 박지원 대표는 물론 안철수 전 대표도 회의적인 입장이어서 발의에 필요한 국회의원 150명의 서명을 채우지 못할 수도 있다.
국회 헌법개정특위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정의당 노회찬 의원이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으로 조기 대선이 시작돼 국민들은 새 대통령을 검증하기에도 바쁜 상태"라며 "수 십 년 국가장래를 좌우하는 헌법 개정을 향후 두 달안에 졸속으로 처리할 수 있겠냐"고 반대한 부분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민주당을 탈당한 김종인 전 대표 등이 제3지대를 만들기 위해서 연쇄접촉을 갖고 16일에 한꺼번에 모임을 갖자고 제안했지만 안철수, 손학규 전 대표, 유승민 전 의원 등 주요 초대자들이 참석하지 않기로 하면서 맥이 빠지는 분위기다.
대선 균형추가 민주당으로 기울 경우 실망한 보수층의 무더기 투표포기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2007년에 치러진 17대 대선에서 야권이 승리할 가능성이 낮아지자 야권 성향 유권자들이 대거 기권, 정동영 대통합민주당 후보와 문국현 창조한국당 후보의 득표율 합계는 31.96%에 그쳤다.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의 득표율을 더해도 34.97%에 불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