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관광객 발길 끊긴 외국인면세점
국내관광 1번지 제주가 15일부터 예고된 중국의 관광보복에 비수기를 넘어 '관광 빙하기'를 맞고 있다. 외국인 면제점은 물론 중국인 개별관광객이 찾는 지하상가에도 발길이 뚝 그쳤다.
특히 서귀포시 중문관광단지 내 음식점은 예약이 끊기면서 막대한 타격이 일고 있다.
3월 관광 성수기를 코앞에 두고 상황이 터지면서 도내 관광업계는 이렇다할 대안도 없이 불안과 근심을 그대로 떠안은 채 '춘래불사춘'이 불가피하게 됐다.
중국의 '한국 여행상품 판매 금지령'을 이틀 앞둔 13일 도내 외국인면세점은 그야말로 맨발로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이미 지난 11일 중국관광객 3000여명을 태운 크루즈선이 제주에 입항한 뒤 관광객의 하선 거부로 3시간여만에 제주를 떠나는 사상 초유의 일로 뒤통수를 맞은 것도 잠시.
앞으로 3개월간 모두 26차례의 크루즈선 기항 취소로 12만 중국관광객의 제주 방문이 사라지면서 된서리를 눈앞에 두고 있다.
롯데면세점 제주점측은 "앞으로 중국 단체관광객은 70~80% 가량 빠질 것으로 본다"며 "객단가가 높고, 목적구매를 위해 한국에 오는 싼커(개별관광객) 유치에 마케팅을 집중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또 비수기가 될 수밖에 없는 이 기간동안 직원 서비스 교육이나 주차장 정비 등 내부적으로 정비할 시간을 가질 계획이다.
호텔내 카지노와 연계한 중국관광객 유치로 상승가도를 달렸던 제주시내 A호텔은 잇단 예약 취소에 고통이 크다.
매년 3월마다 예약됐던 중국 프로축구팀의 전지훈련 취소 등으로 이번달만 객실 600실이 빈방으로 남게 됐다. 예약 취소로 인한 손해액만 5000만원.
상황은 더욱 악화돼 4월과 5월은 거의 1000실이 예약취소된 상태다.
호텔측은 "국내나 동남아 관광객이 갑자기 더 늘어날 상황이 아니어서 대책은 전혀 없다"며 "다만 대만 전세기가 이달 말 제주에 온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어 희망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중문관광단지내 1000석 규모의 모 대형음식점 사장 A씨는 앞으로의 식당 운영에 잠을 이룰 수 없다.
하루 평균 1000명 가량 되는 손님 중 80%가 중국관광객인 상황에서 15일부터는 중국관광객 예약이 '0'이다.
제주시 연동 바오젠거리도 한산하기 그지없다.
"관광비수기를 벗어나 봄관광 성수기가 될 시점에 문제가 터지다보니 더욱 큰 문제"라는 A씨는 "국가 정책으로 인해 왜 음식점들이 이런 피해를 봐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울먹였다.
특히 당장 휴업이라도 할 수밖에 없는 A씨에겐 최소 10년 이상 같이 일해온 직원 35명의 운명이 자신의 손에 달린 사실이 더욱 괴롭다.
중국 국가여유국이 선정한 '가장 인기 있는 세계 10대 박물관'에 이름을 올린 중문관광단지 테디베어 뮤지엄도 "한달 평균 5000~6000명 가량 들어와야 하는데 현재 3000명 가량에 그치고 있다"며 "예약제가 아니어서 예약취소는 없지만 앞으로 더욱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수년 간의 갈등 끝에 개보수 공사로 새단장한 제주시 중앙지하상가 상점가도 이렇다할 움직임없이 사태만 지켜보고 있다.
화장품은 5대5, 준브랜드 의류는 6대4 정도로 중국 개별관광객 비율이 높은 상황에서 발길 중단은 이들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다.
양승석 제주중앙지하상점가 진흥사업협동조합 이사장은 "“마케팅을 한다고 해도 중국 자체에서 안오는데 별다른 방법이 있을 수 없다"며 "그냥 사태만 쳐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2011년 중국 바오젠그룹이 1만4000명의 인센티브 관광단을 제주도에 보낸 데 대한 화답차원에서 만든 제주시 연동 '바오젠거리'는 한산하기 그지없다.
사드 얘기가 나오면서부터 중국 관광객이 급감하기 시작, 이곳 거리 매장의 70%를 차지하던 중국인의 발길이 끊기면서 매출 하락을 넘어 임대료 걱정까지 해야할 지경이다.
하지만 중국관광객이 급감하는 반면 내국관광객이 그 틈을 메꾸면서 크게 늘 것으로 보여 상황이 마냥 나쁜 건만은 아니다.
제주도관광협회에 따르면 지난 1~11일 제주방문 외국관광객은 5만1450명으로 전년 같은기간보다 32.3% 줄었지만 내국관광객은 31만4234명으로, 전년보다 15.6% 증가했다.
SNS망을 통해서도 '중국인이 빠진 이참에 제주관광에 나서보자'는 목소리들이 회자되고 있어 2015년 메르스 사태 때처럼 내국관광객 마케팅 강화를 통해 중국의 관광보복을 넘는 것은 물론, 관광시장 다변화의 계기를 만들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