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4대강 사업에 따른 수질 악화를 막기 위해 보 수위를 대폭 낮추기로 한 데 이어, 2조원 넘게 들여 저류지를 설치하는 방안도 검토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천연 여과기 역할을 해온 습지를 4대강 사업으로 없애버린 정부가 이제 와서 혈세를 투입해 '인공호흡기'를 달려 한다는 지적이 당장 나온다.
21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한국수자원공사(이하 수공)은 '차세대 물관리를 위한 11대 당면과제'란 문건을 통해 이같은 방안을 도입할 계획인 것으로 밝혀졌다.
전국 10곳의 보 인근에 친환경 필터링 시스템인 '다목적 천변저류지'(EFP)를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저류지를 하천변에 조성한 뒤, 상류에서 흘러온 물을 정수해 하류로 보내거나 상수원수로 활용하겠다는 얘기다.
대상 지역은 한강 이포보와 낙동강 달성보, 합천 창녕보와 창녕 함안보, 강정 고령보 등 모두 4대강 사업으로 보가 들어선 곳들이다.
총 면적은 8천㎡로, 소요 비용은 2조 2천억원에 이른다.한 곳당 적게는 1600억원, 많게는 3300억원까지 투입될 예정이다.
수공은 수질 오염이 심한 영산강 승촌보와 낙동강 고령보 등 2곳에서 우선 시범사업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당국의 이같은 방침은 4대강 사업을 강행하며 내세워온 '치수'(治水) 기능의 전면적 실패를 다시 한 번 자인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문건을 입수해 공개한 더불어민주당 안호영 의원은 "처음부터 보를 짓지 않았으면 생기지 않았을 문제"라며 "그런데도 정부는 보를 그대로 놔둔 채 인공호흡기를 달겠다는 꼼수를 부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EFP사업이 도입될 경우 4대강 사업에 쏟아부은 예산은 27조원대까지 불어날 전망이다. 4대강을 그대로 놔뒀더라면 발생하지 않았을 비용은 '녹조라떼'만이 아닌 셈이다.
이에 대해 국토교통부는 "EFP 도입 계획은 수공에서 자체적으로 검토한 내용일 뿐, 정부와 협의된 바가 전혀 없다"고 해명했다.
앞서 국토부와 환경부, 농림축산식품부 등은 녹조로 인한 수질 악화를 막겠다며, 오는 4월부터 4대강 보의 방류 한도를 기존 '양수제약' 수위에서 '지하수 제약' 수위까지 대폭 낮추기로 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