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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분노가 없다" vs 安 "분노를 조직화하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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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安 경쟁 '후끈…非文 의원 지지 시점도 '뇌관'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와 안희정 충남도지사 (사진=자료사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서 촉발된 현정권 심판론이 차기 대선 핵심 키워드로 자리잡은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의 대권 후보 경선이 오히려 본선보다 더 뜨거워지고 있다.

연초만 해도 '문재인 대세론'이 우위를 점했지만 안희정 충남도지사 지지율이 20%대에 안착하면서 민주당 경선은 기존의 이재명 성남시장과의 '3파전'에서 문재인-안희정 '양강구도'로 재편되는 분위기다.

그간 친노 적자(嫡子) 경쟁을 펼치면서도 서로에 대한 비판과 견제를 자제했던 두 사람은 이제는 경선 흥행을 위해서라도 화끈하게 충돌해야할 형국에 접어들었다.

◇ 본격적인 충돌 위한 전선(戰線) 참호파기

연초 5%에 머물렀던 안 지사의 지지율이 최근 23%까지 무섭게 치솟으면서 30% 초반의 문 전 대표를 위협하고 있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을 중심으로 한 제3지대 개헌 '빅텐트' 논의가 흐지부지되고, 국민의당이 추진하고 있는 야권 '스몰텐트' 논의도 이렇다할 주목을 받지 못하면서 민주당 최종 후보 선출 과정이 사실상 본선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여의도 정치권에서는 민주당 경선을 '여자 양궁 한국 국가대표 선발전'에 빗대기도 한다. 민주당 최종 후보가 결국 대권을 차지할 것이란 얘기다.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시점이 3월 초로 예상되면서 문-안 양강구도는 더욱 공고해질 수 밖에 없고, 이에 따라 후보는 물론 캠프 내에서도 서로를 견제하는 목소리가 서서히 감지된다.

안 지사가 지난 주말 부산대학교 강연에서 "미르·K스포츠재단이 선의와 달리 법과 제도를 따르지 않아 문제가 발생했다"고 발언한 것을 두고 문 전 대표가 "안 지사의 해명을 믿지만 분노가 빠졌다. 국민들이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온 이유를 생각해야한다"고 이례적으로 비판한 것은 본격적인 '2등 때리기'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안 지사 해명대로 반어법을 동원해 보수정권의 실정을 비판했다 하더라도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한 상황 인식이 잘못됐다고 강도높게 비판한 셈이다.

문 캠프쪽에서는 본격적인 전선확대를 염두한 발언도 쏟아냈다.

박광온 의원은 CBS노컷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미르·K스포츠재단은 명백하게 (박 대통령의) 불순한 기획에서 비롯됐다는 것이 검찰이나 특검 수사로 확인됐는데도 그렇게 말한 것은 부적절하다"며 안 지사를 정조준했다.

안 지사쪽은 본격적인 정치공세가 시작된 것 아니냐며 내심 불쾌하다는 반응이다.

안 지사 측 관계자는 "분노를 같이 표명하지 않으면 다 과오로 보겠다는 거냐"며 "적폐를 청산하고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기 위해 무엇을 할 지 논의해야할 때에 말 속에 분노가 들어있지 않다고 공격하는 것은 문제의 본질은 건들지 못하고 곁가지에 에너지를 쏟아붓는 격"이라고 발끈했다.

이 관계자는 "대선 후보들이 촛불광장의 성난 민심에 올라타서 분노라는 표현을 쓰는 것은 광장의 분노를 표로 연결시키려는 것"이라며 "우리는 분노를 조직화하지 않겠다"고 문 전 대표를 정조준했다.

안 지사는 주변 참모진들에게 "현장에서 청중들과 충분한 공감대 속에 얘기가 진행됐고 페이스북 등을 통해서도 충분히 해명을 했는데 발언을 곡해하는 또다른 발언이 쏟아지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사진=윤창원 기자)

 

◇ 김종인의 귀환과 비문 의원들의 지지·토론회 변수

안 지사 지지율 상승과 궤를 같이 해 당내 비문(비문재인) 의원들의 공개 지지 여부도 두 후보간 경쟁을 더욱 치열하게 만들 전망이다.

당장 초선의 이철희 의원 등을 중심으로 10여명의 비문 의원들이 안 지사를 공개 지지하는 시점과 방식을 두고 논의를 시작했다.

일부 의원들은 캠프에 결합하지는 않지만 이르면 이번주 안 지사 지지를 선언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김종인계로 분류되는 한 의원은 "안 지사의 지지율이 20%를 넘어서면서 지지 선언이 속속 이어질 것으로 알고 있다. 실제로 어떤 식으로 지지할지 의원들 사이에서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문 전 대표와 거리두기를 행보를 보였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 대표가 21일 귀국해 어떤 메시지를 던질지도 주목된다.

'개헌 전도사'로 불리는 김 전 대표는 지난 16일 출국 직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대선과 관련해) 귀국 뒤 적절한 조언을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김 대표가 개헌을 매개로 한 정계개편을 위해 민주당을 탈당할 지, 당에 남아서 안 지사를 지원할 지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리지만 후자쪽에 무게가 실리면서 문 전 대표측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김 전 대표의 복심이 안 지사로 향하는 순간 문 전 대표 지지층이 크게 결집할 것을 우려해 실제로 지지 시점은 탄핵 이후로 늦춰잡을 것이란 구체적인 분석도 나온다.

결국 시점의 문제이지 문-안 양강구도가 공고해지면 두 사람이 충돌할 수 밖에 없고, 마침 '선의' 발언을 놓고 본격적인 전투를 위한 참호파기가 시작됐다는 분석이다.

상호토론을 놓고도 양측의 치열한 신경전은 이미 시작됐다.

탄핵위기론을 내세우며 당장 탄핵이 결정된 게 아닌 만큼 탄핵에 집중하자는 문 전 대표 측 논리에 안 지사 측은 "평일에는 지방에서 대선행보를 하면서 '본격적인 대선국면이 아니어서 토론이 급하지 않다'는 문 전 대표의 주장은 모순"이라는 입장이다.

문 전 대표 측은 "안 지사의 현재 지지율은 보수쪽까지 섞인 연합군 같은 것"이라며 "공약의 구체성도 결여된 상황에서 토론이 시작되고 본격적이 검증에 들어가면 지지율은 빠질 수 밖에 없다"고 견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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