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후 여의도 경남도청 서울본부에서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성완종 리스트'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은 것과 관련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홍준표 경남지사가 무죄판결 직후 대선출마를 저울질 중이지만, 벌써부터 지지층 확보를 놓고 딜레마에 빠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자유한국당 잔류 의사를 밝힌 홍 지사는 특유의 마이웨이식 행보로 당 안팎의 지지기반이 취약하다. 대권의 꿈에 다가가기 위해서는 폭 넓은 세 확보가 필수지만, 당내 친박계 때문에 최근 고초를 겪었다고 생각하는 그로서는 선뜻 포용행보를 보이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 홍준표 저울질하던 親朴, "양아치 친박" 발언에 화들짝대구 경북(TK) 지역에 뿌리를 둔 자유한국당 친박계 내부에는 홍 지사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대체제로 바라보는 시각도 있다.
부산·울산·경남(PK) 기반인 홍 지사가 TK와 결합할 경우 유력 주자로 떠오를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탄핵이 인용된 뒤 황 대행이 주자로 나서면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도 섞여 있다.
때문에 최근 친박 핵심부에서는 홍 지사와의 접촉을 시도했지만, 홍 지사가 ‘양박(양아치 친박)’ 발언을 내놓으면서 머쓱한 상황이 됐다고 한다.
홍 지사는 16일 무죄판결 직후 기자회견에서 "2012년 재·보궐 선거 때 공천을 주지 않고 2013년 진주의료원 폐업 사건 때에는 내 정치생명을 끊는다고 일부 양박들이 주도해 국정조사를 하고 검찰에 고발했다"고 말했다.
또 "2014년에는 청와대가 주도해 '홍준표를 지지하면 공천을 주지 않겠다'고 경남시 의원들을 협박했고, 2015년에는 아무 관련도 없는 사람이 나에게 돈을 줬다고 덮어씌웠다"고 밝혔다.
'성완종 리스트'에 연루돼 1심에서 실형을 받은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항소심 선고공판을 위해 16일 오전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 TK지지 필수인데…기로 놓인 홍준표이처럼 친박계 일부에 뿌리깊은 적개심을 드러내고 있는 홍 지사지만, 대권주자로 부상하기 위해서는 이들을 마냥 밀어낼 수도 없는 상황이다. 한국당의 대권주자로 인식되고 있는 황 대행의 지지율을 TK가 견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MBN·매일경제의 의뢰로 지난 13~15일 전국 성인남녀 151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95% 신뢰수준, 표본오차 ±2.5%포인트) 결과 황 대행의 지지율은 16.5%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황 대행에 대한 지지의사가 가장 두드러지는 지역은 TK(29.8%)로, 이 곳에서 황 대행은 지지율 1위를 차지했다.
홍 지사는 같은 조사에서 한국당에서 거론되는 10여 명 안팎의 인물 가운데 유일하게 황 대행과 함께 주자군에 포함됐다. 그에게 쏠린 보수진영의 관심이 반영된 것이다. 하지만 지지율은 1.3%로 미미해 돌파구를 마련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한 친박계 의원은 홍 지사에 대해 "부상할 수 있는 주자로 인식되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폭 넓은 지지를 받으려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 검찰 상고 가능성…출마 자체도 딜레마지지층 확보를 떠나 대선 출마 자체도 홍 지사에게는 선뜻 결정하기 힘든 난제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무죄판결과 관련해 여전히 검찰의 상고 가능성이 살아있기 때문이다.
이미 검찰 '성완종 리스트' 특별수사팀은 "무죄라고 하면 누가 납득하겠는가 의심스럽다"며 법원 판결을 반박한 바 있다.
현재 그는 해당 사건과 관련해 한국당 내에서 당원권 정지 징계를 받은 상태이기에 대선에 출마할 수 없다. 당내에서는 검찰 상고 시 대법원 판결까지 지켜본 뒤 징계를 풀어야 한다는 의견과, 곧바로 대선 출마의 길을 터줘야 한다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홍 지사로서는 여러모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난감한 상황에 놓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