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 중인 트럼프 대통령 (사진=백악관 제공영상)
핵심 측근인 마이클 플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사임에 이어 앤드류 퍼즈더 노동장관 내정자까지 자진하차하면서 위기에 몰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국면 돌파를 위해 현지시간으로 16일 낮 예정에 없던 기자회견을 강행했다.
“자, 이제 내게 우호적인 기자에게 질문권을 주고 싶은데요.” 트럼프의 기자회견은 여느 대통령 기자회견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파격 그 자체였다. 질문 요청이 쏟아지는 가운데 자신에게 우호적인 매체를 공개적으로 찾는가 하면, “조용! 조용! 조용하시오!”라며 반박하는 기자에게 윽박을 질러댔다.
트럼프는 기자회견 내내 자신에게 불리한 기사들을 써 댄 기자들을 포함해 비판 세력들에 대한 거침없는 공격을 쏟아냈고, 러시아 커넥션 등 자신을 둘러싼 의혹을 적극 방어했다.
반 이민 행정명령을 무력화시킨 법원에 대해서는 ‘나쁜 법원’이라고 직격탄을 날렸고, “나는 쓰레기를 물려받았다. 안팎으로 모두 엉망”이라고 막말에 가까운 발언을 하기도 했다. 4주간의 자신의 행보에 대해서는 “믿을 수 없는 진전”이라며 “과거 어떤 대통령도 짧은 시간에 이렇게 많은 일을 해놓은 것은 보지 못했다”고 자화자찬도 늘어놨다.
러시아 연루 의혹에 대해서는 “러시아에는 빚도 없고, 러시아와 어떤 거래를 한 것도 없다”며 “러시아는 가짜뉴스”라고 정면돌파를 시도했다. 플린 보좌관이 백악관에 입성하기도 전에 러시아 대사와 접촉해 대러시아 제재를 논의한 것에 대해서도 “옳은 일을 했다고 생각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나는 솔직히 정치매체보다 더 부정직한 언론을 본 적이 없다”며 플린 국가안보보좌관의 잘못보다는 언론의 폭로 보도에 공격의 화살을 돌렸다. 그러면서 트럼프는 “뉴스는 가짜뉴스지만, 정보유출은 진짜”라며, 언론에 불리한 정보를 제공한 자들을 색출하겠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그는 “법무부에 정보유출 문제를 수사하라고 지시했다. 북한 문제 같은 중요한 문제를 논의할 때 이런 일(유출)이 일어나면 어떻게 되겠냐”며 “정보유출은 그래서 범죄행위”라고 질타했다.
격이 없어도 너무 격의 없이 진행된 기자회견을 지켜본 CCN기자는 자신의 기사에서 ‘역사에 있어서 엄청난 순간(an amazing moment in history)’이었다고 표현할 정도였다.
트럼프는 이날 기자회견을 당일 아침에 갑작스럽게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신이 전달하려는 바를 기자회견이나 트위터를 통해 직접 지지자들에게 전달하는 것을 선호하는 트럼프 식 위기돌파 카드인 셈이다.
한편, 이날 미국 퓨리서치센터가 공개한 트럼프 대통령이 국정 지지도는 39%로, 40%선 마저 무너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역대 최 저수준의 국정 지지도로, 이번 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운영 방식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56%에 달했다.
지지자들에게 직접 자신의 입장을 호소하면서, 러시아 연루 의혹에 대해서는 정보유출 문제라는 맞불을 통해 상황을 반전시키려는 그의 시도가 먹혀들지, 아니면 외려 후폭풍을 몰고 올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