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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가 대통령을 너무 많이 하다보니 생긴 헌법에 대한 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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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용환 작가 <헌법의 상상력>…"헌법은 대통령 임기 정하는 것이 아니야"

- 역대 대한민국 역사상 최고의 헌법은 제헌헌법, 새로운 시대를 향한 열망 들어가 있어
- 1948년 제헌헌법의 이익균점법 조항, 노동자와 기업경영인이 이익공유를 할 방법 논의
- 이익균점법 조항 망가진 것은 박정희 대통령 시절부터
- 이승만, 국민들이 헌법의 의미를 알기도 전 헌법을 자기 권력 연장 수단으로 써
-우리 헌법의 역사는 대통령, 국회의원 양쪽 다 헌법의 가치를 훼손하려고 애써온 역사, 대통령 일인에게 권력 독점되는 시스템으로 흘러온 역사, 국민 주도형이 아니라 국가 주도형 헌법의 역사
-미래의 헌법, 재벌개혁 경제민주화 논의 들어가야
-현재 논의되는 개헌론, 모두 자기권력 연장 속셈뻔해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1 (18:30~19:50)
■ 방송일 : 2017년 2월 15일 (수) 오후 19:15
■ 진 행 :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 출 연 : 심용환 역사강사


◇ 정관용> 최근에 헌법의 상상력이라는 제목의 책이 나왔습니다. 누가 썼냐고요? 저희 시사자키에도 몇 번 인터뷰했던 분이죠. 정부의 국정역사교과서 추진에 대해서 조목조목 반박하면서 역사 바로 알리기에 앞장서온 심용환 씨입니다. 역사작가 심용환 씨가 헌법의 상상력이라는 책을 들고 나타났어요. 왜 이걸 썼을까요. 오늘 스튜디오에 직접 한번 모셨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 심용환> 안녕하세요. 심용환입니다.

◇ 정관용> 왜 이걸 쓸 생각을 했어요?

◆ 심용환> 헌법 이야기를 하는 것이 시대정신이 아닐까 그리고 그런 사람들의 요구 같은 것들을 많이 접하게 돼서 작년부터 좀 기획을 해서 준비하다가 이번에 빨리 내게 됐습니다.

◇ 정관용> 하긴 헌법에 관한 책이 여러 권 나오기는 했습니다. 그런데 심용환 작가의 책은 구성이 조금 독특하더라고요, 보니까. 먼저 제헌헌법부터 시작해서 우리 역사에 있었던 헌법들을 쭉 분석을 하는데 우선 예를 들면 제헌헌법 분석하기 전에 미국 이야기가 먼저 나와요. 그다음 제헌헌법 분석해요. 그다음에 무슨 정치 철학자의 어떤 이론이 등장해요. 이런 똑같은 구성으로 2공화국 헌법은 독일 이야기 그리고 2공화국 헌법 또 정치철학자. 그리고 지금 우리 현재 우리가 하고 있는 6공화국 헌법에 대해서는 북유럽 이야기 그리고 6공화국 헌법 또 정치철학자. 왜 이렇게 구성을 했습니까?

◆ 심용환> 그러니까 일단은 헌법이라는 것이 단순한 어떤 조문들의 조합이 아니라 그 나라 역사가 만들어내는 과정이라는 걸 입증하고 싶었어요. 그러니까 각각의 나라마다 어떤 자기만의 맥락을 갖고 그런 자신들의 이상을 헌법으로 담게 되고 또 그 헌법에 기준해서 국가를 운영하고 이런 역동적인 과정이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었고요. 부득이하게 참 미국의 제헌헌법 과정과 우리나라의 제헌헌법이 유사한 측면이 있고 우리나라의 의원내각제의 2공화국과 또 일본이 의원내각제잖아요. 유사한 부분이 있고 그래서 남의 나라 사례와 우리나라의 역사 과정에서 이렇게 상호 비교해 볼 수 있는 그런 측면들이 많은 것 같아서 외국 사례도 과감하게 끌고 와 봤습니다.

◇ 정관용> 그리고 그 뒤에 정치 철학자들의 이론을 하나씩 소개한 거는 뭐예요.

◆ 심용환> 결국 은 어찌 됐건 새로운 사고의 상상력을 얻어야지만 헌법에 대해서 조금 깊이 볼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이왕이면 하는 김에 약간 철학적이고 정치사상적인 개념도 같이 알면 헌법을 독해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 정관용> 그래서 왠지 목차만 보면 어려워 보이기는 하는데, 70년 동안 9차례 헌법이 바뀌었습니다. 그 헌정사를 한마디로 정리하면 뭐라고 말할 수 있겠어요?

◆ 심용환> 그러니까 우리나라 헌정사 같은 경우는 여전히 만들어가고 있는 과정이다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러니까 애초에 나쁜 헌법은 아니었지만 헌법을 만들고 얼마 되지도 않은 시점에서 권력자들의 의도라든지 그런 것들에 의해서 붕괴가 됐고 다시 그것들을 재건하고.

◇ 정관용> 제헌헌법은 굉장히 훌륭한 헌법입니까?

◆ 심용환> 헌법 자체는 훌륭하다고 볼 수 있죠. 가장 인상적인 거는 저는 책을 쓰면서 제일 놀랐던 거는. 이익균점법 논쟁이라는 거예요.

◇ 정관용> 이익균점.

◆ 심용환> 그러니까 이게 뭐냐 하면 제헌헌법의 독특한 조항인데 경영을 통해서 얻는 수익을 노동자하고 기업경영가들이 공유하자라는 이야기거든요. 더 재미있는 건 이런 걸 두고 국회에서 막 논의를 할 적에 문시환 의원이라는 사람이 제일 처음 이야기를 하게 되는데 핵심적인 얘기는 뭐냐 하면 아예 경영 자체에 노동자를 참여시키자. 이게 핵심적인 화두가 됐고요. 그리고 그거를 반대하는 측면도 노동자들한테 그렇게까지 하면 힘드니까 이익만 공유하자. 그러니까 이런 게 제헌헌법 때 있었다는 거죠.

 


◇ 정관용> 놀랍네요.

◆ 심용환> 저도 되게 놀랐어요. 그리고 그런 것이 있었다는 것도 놀랍지만 국회의원들이 정말 그거를 진지하게 소통하고 토론한다는 것 자체도 되게.

◇ 정관용> 그게 지금 유럽의 선진복지국가에서 하고 있는 제도고 우리가 앞으로 좀 해 볼까 하는 생각하고 있는 제도인데. 제헌헌법에 그게 들어 있었어요?

◆ 심용환> 1948년 그때 국회의원들이 그거를 진지하게 토론하고 하더라고요.

◇ 정관용> 그 얘기는 사실은 현실성이 없는데 그냥 법에만 명시했다, 그거 아닙니까?

◆ 심용환> 그러니까 물론 그런 비판을 할 수가 있죠. 그때가 그렇게 산업이 발전할 때는 아니지만. 그런데 하나 중요한 것은 이익균점권 조항이 언제 없어지냐 하면 박정희 정권 때부터 없어져요. 그러니까 우리나라가 산업화가 시작되는 그 시점에 효율성을 강조하는 정권이 들어와서 사실은 산업을 발전시킨지 모르겠지만 어떤 우리가 왜 경제를 발전시키는가에 대한 이상을 잃어버리는 그래서 기껏 해 봤자 기회균등 정도로 헌법의 의미가 격하되는 그런 아픔이 또 있게 되는 거죠.

◇ 정관용> 제헌헌법이 어쨌든 법 정신에 있어서는 오늘날 우리 헌법보다는 낫군요.

◆ 심용환> 단언컨대 훨씬 낫죠.

◇ 정관용> 참 아이러니합니다. 그런데 이승만 정부 때는 사사오입, 발췌개헌, 이런 것들이 있었잖아요. 참 암흑기죠, 헌법으로 본다면.

◆ 심용환> 헌법이 만들어진 지 10년이 안 된 거거든요. 52년, 54년이니까 발췌개헌은 6. 25전쟁 때거든요. 그러니까 뭔가 민주주의를 경험하고 헌법의 의미를 추구하기도 전에 공교롭게 미국에서 활동했던 독립운동가가 헌법을 자기가 권력의 연장으로 썼다라는 것 자체가 우리 역사가 참 안타까운 이렇게 가면 안 되는데, 이런 전형적인 사건이라고 볼 수 있겠죠.

◇ 정관용> 그리고 이승만 정부가 무너지고 잠깐 2공화국 내각제. 이거는 아까 일본, 독일 이런 사례랑 우리가 비교해야 합니까?

◆ 심용환> 그게 낫죠. 그런데 조금 핵심 포인트는 뭐였냐 하면 이승만 정권이랑 박정희 정권이 헌법을 고친 건 너무 유명한 이야기인데 사실은 그러면 국회의원들은 잘했느냐. 많이 간과가 돼 있는데 저도 연구를 하면서 나왔던 건 뭐냐 하면 우리나라 국회의원들도 사실은 못지않게 자꾸 내각제로 바꾸려고 하고 내각제로 바꾸는 게 문제가 아니라 그걸 통해서 자신들이 권력을 장악하려고 하는 아주 좀 답답한 모습들. 이런 게 많이 있었다는 게 좀 속상한 거죠. 그래서 대통령이 아니면 국회의원들이라도 뭔가 좀 좋은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는데 권력을 추구하는 양자들이 다 헌법의 가치를 훼손하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는 게 참 우리 역사의 가슴 아픈 측면이다. 그런 측면은 이제 좀 일본과 독일의 사례를 비교해서 우리나라에게 해 보려고 했고요.

◇ 정관용> 그리고 이제 군사 쿠데타 이후에 박정희 시대 또 중간에 유신헌법 그다음 전두환 시대. 여기까지를 지금 하나로 묶어서 설명을 해 주시면요.

◆ 심용환> 핵심은 뭐냐 하면 헌법 그러니까 쿠데타를 통해서 헌법을 정지시키고 바꿨다라는 거고요. 그중 가장 핵심적인 거는 우리가 너무 익숙하지만 대통령에게 너무나 많은 권한이 집중됐다는 거거든요. 그러니까 예를 들면 그전에는 부통령을 투표로 뽑는다라든지 아니면 외국 사례, 프랑스 사례 같은 경우는 국무총리를 임명은 대통령이 하지만 국무총리가 국무회의 의결권을 갖는다라든지.

◇ 정관용> 이원집정부제 식으로.

◆ 심용환> 그렇죠. 그러니까 대통령이 모든 권한을 독점하고 있지 않은데 이 기간은 대통령이 모든 권한을 독점하고 국무총리제, 부총리제 같은 것을 통해서 말단 행정기구까지도 100% 장악하고. 또 사실 박정희 대통령의 특징이 뭐냐 하면 정치 효율성을 강조하면서 국회의원의 수를 많이 줄여요. 그래서 한 200여 명이 150명까지도 줄거든요. 그래서 그런 것들을 보면서 정당 무용론 혹은 국회의원의 의미가 별로 필요 없다,이런 이야기들도 많이 하니까 그게 지금까지도 이제 우리 사회 속에 많이 남아 있죠.

◇ 정관용> 그게 제3공화국, 즉 군사 쿠데타 이후 만들어진 3공화국 헌법부터 그런 식의 내용을 갖고 있습니까?

◆ 심용환> 그게 계속 강화가 되어가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 정관용> 최악의 헌법은 유신헌법 아닙니까?

◆ 심용환> 따를 수가 없죠. 그건 아예 절차부터도 그냥 분위기 조성한 다음에 비상선언을 하고 그리고 비상국무회의라는 별도의 기간을 만들어요. 그래서 비상국무회의에서 새로운 헌법을 만들어서 국민들이 그 헌법을 숙지할 시간도 없이 밀어붙여서 헌법을 관철시키고 그 방식이 똑같이 전두환 정권 때도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 그런 것을 통해서 반복되고 하니까 사실 그게 가장 비극적인 순간이라고 할 수 있죠.

◇ 정관용> 유신헌법에서는 국민의 기본권, 이런 것도 막 제약합니까, 헌법상에도?

◆ 심용환> 그렇죠. 그런 요소들이 있죠. 그런데 이제 중요한 사실은 뭐냐 하면 우리나라에서 기본권에 대해서 헌법학적으로 명문화가 되기 시작한 건 놀랍게도 박정희 대통령 때부터예요. 그러니까 뭐라고 해야 되나. 이익균점법 같은 이야기는 있었지만 디테일, 이것이 기본권이고 뭐고 하는 이야기는 많이 명문화가 안 됐거든요.

◇ 정관용> 제헌헌법에서는.

◆ 심용환> 그런데 이게 독재정권 들어오면서부터는 글로는 내용이 채워지는데 현실에서는 이게 안 채워지는. 그래서 책에서도 현실과 헌법 조문에 얼마나 차이가 있는지를 좀 묘사해 보고 싶기도 했었고요.

◇ 정관용> 그런데 법을 만들어는 놨는데 멋있게 그런데 지키지를 않는다.

◆ 심용환> 그리고 또 하나의 특징은 뭐냐 하면 헌법의 주체는 국민이어야 되는데 다 국가가 뭘 하느냐로 다 써 있어요. 그게 현 정권도 지금 그런 문제를 가지고 있는데 역사의 주체가 국민이 아니라 국가가 중심이 돼서 이걸 뭔가 다 주도하는 형태의 어떤 산업화 사회의 모습이라고 해야 되나. 그러니까 국가주도형 헌법, 이것도 조금 문제라고 할 수 있고요.

◇ 정관용> 그래요. 유신헌법하고 5공화국 헌법을 비교하면 어때요? 유신헌법이 비교 안 될 만큼 더 나쁩니까? 5공화국 헌법은 조금 좋아졌나요?

◆ 심용환> 그러니까 일단은 본인이 장기집권 안 한다고 하기는 했는데 그런데 기본적으로는 거의 약간 뭐라고 하지. 쌍둥이 같은 느낌이라고 할까요.

◇ 정관용> 비슷해요?

◆ 심용환> 거의 비슷하다고 볼 수 있죠.

◇ 정관용> 다만 권력 7년 단임제, 이거 하나 정도 바뀐?

◆ 심용환> 그때부터 그런 게 생긴 것 같아요. 헌법이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게 목적인데 워낙 박정희, 전두환 때 임기라는 게 중요한 문제가 되고 전두환 본인이 계속 나는 한 번밖에 안 한다라는 것을 강조하면서 사람들이 헌법은 그냥 대통령 임기 정하는 거구나 이렇게 많이 생각하는 걸로 그때부터 왜곡이 일어난 것 같습니다.

◇ 정관용> 그리고 87년 6월항쟁 이후에 현재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6공화국 헌법이 만들어졌습니다. 상당히 질적 차이가 있죠, 그 이전의 헌법과.

◆ 심용환> 이제 좋은 이야기를 한다면 차이는 분명히 있고요. 다만 속상한 거는 저는 이 이야기를 꼭 하고 싶었는데 그러니까 87년 민주항쟁을 통해서 사실은 민주화가 된 다음에 국민들이 그다음 단계로 어떤 헌법을 만들 것인가에 대해서 고민하기보다는 김영삼, 김대중 야권 단일화에 관심이 쏠리면서 그냥 헌법의 개정 과정은 여야의 합의 과정으로 갔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사실은 좋은 헌법이기는 하지만 제헌헌법보다 조금 못하고 또 국민의 기본권 이야기가 좀 보충이 안 된 부분이 많고 그런 아쉬움이 많더라고요.

◇ 정관용> 그래도 경제 민주화 조항, 이런 건 거기 들어갔잖아요.

◆ 심용환> 들어가기는 들어갔죠. 그런데 제헌헌법하고 비교하면.

◇ 정관용> 수준이 낮죠.

◆ 심용환> 떨어집니다. 그리고 여전히 박정희 군사 독재 시절에 국가주도형이라든지 대통령에게 권한이 집중돼 있다라든지 이런 식의 많은 어떤 한계들이 있고요.

◇ 정관용> 그러면 역사상 존재했던 우리나라 헌법 가운데에는 제일 좋았던 게 제헌헌법이다.

◆ 심용환> 대한민국 수립 이후부터는 그렇게 이야기할 수밖에 없습니다.

◇ 정관용> 그래요. 지금의 우리 헌법도 세계적으로 내놓고 보면 상당히 손색없다 이런 평가들 헌법학자들은 많이 하던데요.

◆ 심용환> 나쁜 헌법이라는 이야기는 아니고요. 다만 우리가 독립운동사를 거치고 이러면서 우리가 새롭게 세울 나라에 대한 열망들이 이제 해방 전후로 컸던 거고 그게 그때는 많이 명문화가 됐거든요.

◇ 정관용> 알겠습니다. 그런데 6공화국 헌법을 과정은 국민적 열망이 제대로 들어가지를 못했다.

◆ 심용환> 조금 아쉬운 거죠.

◇ 정관용> 요즘 개헌론이 나오는 건 어떻게 생각하세요.

◆ 심용환> 그것 때문에 사실 책을 쓰는 배경인데 너무나 오랜 기간 동안 권력자들이 권력 연장의 수단으로 국민들의 진정한 헌법의 관심사와 상관없이 정치공학적으로 계속 개헌을 이야기하는 것 같아요. 그게 이제 요즘만 하는 게 아니라 거의 우리 역사 내내 이승만 때부터 국회의원이든 대통령이든 계속 그 이야기를 해 왔기 때문에 그 연장선상이라고 저는 봅니다.

◇ 정관용> 현재 개헌론도 전부 권력자들의 자기 이권 다툼이다?

◆ 심용환> 왜냐하면 헌법 자체가 개인의 기본권이라든지 사회권, 노동권 같은 것들을 보장하는 문서잖아요. 이게 무슨 황제 윤령도 아니고. 그런데 지금 이야기하는 거는 대통령 임기 개선 이런 이야기만 하니까 그것이 어떻게 국민적 열망을 바탕으로 한 개헌 논의인지 저는 그거는 좀 의문이 들어요.

◇ 정관용> 제헌헌법이 들어있던 이익균점권. 기업경영자와 노동자들이 이익을 나누자. 좀 더 나아가면 경영 과정에 노동자 대표를 참여시키자. 이런 게 들어가는 헌법 좀 논의해야겠군요, 이제부터.

◆ 심용환> 그러니까요. 그런 논의면 저는 개헌할 수도 있고 많이 바꿔갈 수도 있다고 생각을 하는데 논의의 포인트가 자꾸 대통령 임기 연장이나 그런 식으로만 가는 건 아닌 것 같고요.

◇ 정관용> 그렇지만 이번에 최순실, 박근혜 게이트를 보면서 1인에게 너무나 지나친 권력. 그건 우리 심용환 작가께서도 지적하고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너무 그 집중은 분산시켜야 된다. 이런 논의는 또한 설득력이 있는 것 아닙니까?

◆ 심용환> 그러니까 자치라는 개념도 좀 중요한 것 같고요. 우리나라 헌법이 그런 게 많이 안 갖추어져 있고 이제 다른 나라를 보면 지방자치 같은 경우도 법규에 통제하는데 우리나라는 법령에 통제 하에 있거든요. 그러니까 다른 나라는 국회법 안에서만 자치의 권위가 보장된다면 우리나라는 법령. 그러니까 행정부의 명령도 어기면 안 되는. 그러니까 지방자치단체가 자율성 자체를 찾아내기가 힘든 구조인 거죠. 이게 헌법에 아예 그렇게 딱 써 있거든요.

◇ 정관용> 그래요. 법규와 법령의 한 글자 차이가 이렇게 큰 거로군요.

◆ 심용환> 그렇죠. 그게 헌법의 힘인 거죠.

◇ 정관용> 법규라면 반드시 국회에서 만들어진 법에 의해서만 제약할 수 있는 거고 법령이라면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만 의결하는. 대통령 령으로도 제약이 가능하고.

◆ 심용환> 그러니까 한 단어가 우리 사회를 규정하는 힘이 된다는 것. 그렇습니다.

◇ 정관용> 한마디로 70년 우리 헌정사, 제헌헌법이 가장 훌륭했었고 많은 권력자들이 이걸 막 망가뜨려오다가 87년 이후에 그나마 조금 좋아지기는 했으나 아직 미완의 단계고 그 헌법도 제대로 안 지켜서 지금 대통령이 탄핵됐고 광장에서 시민들이 헌법의 정신을 지켜라, 지켜라 외치고 있는 그런 모습이군요.

◆ 심용환> 그래서 또 책을 쓰게 된 거고요.

◇ 정관용> 앞으로 우리 헌법의 미래,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 심용환> 이제 모델은 여러 가지입니다. 그러니까 미국처럼 기존의 틀을 놔두고 조금조금씩 조항을 수정할 수도 있고요. 프랑스처럼 많이 바꿀 수도 있는데 중요한 거는 방식이 문제가 아니라 무엇을 갖고 논쟁하느냐인데 국민의 수준은 이미 재벌개혁이라든지 경제민주화라든지 여러 가지 본인들의 기본권이나 사회권에 대한 수준으로 간 것 같아요. 그래서 그런 것들을 수용해서 정치권이나 국회가 그런 것을 받아들이는 형태로 꼭 그렇게 진행이 됐으면 좋겠다 이런 게 저의 간절한 소망이고 책을 쓴 이유기도 하고요.

◇ 정관용> 일부 정치인들이 조기 대선이 예상되는 바임에도 불구하고 대선 전 개헌 이야기하는 거는 우리 심 작가 보시기에는 말이 안 되는군요.

◆ 심용환> 동의할 수가 없는 그런 내용입니다. 그거는 너무 계산적이고. 그런 모델이 사실은 우리 역사에 다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런 것들을 입증하고 싶어서도 책을 썼던 거고요.

◇ 정관용> 과거에 그런 식으로 얼렁뚱땅 만들었던 헌법들 좋았던 적이 없다 그런 얘기인 거죠.

◆ 심용환> 그렇습니다.

◇ 정관용> 어찌 보면 국민들이 그거를 알기 때문에 그런 대선 전 개헌론에 대해서 호응이 별로 없는 것 아니에요?

◆ 심용환> 맞습니다. 저도 이제 이 책을 쓰기 전에 몇 가지 좀 해 봤는데 언론에 나오는 거 대비 실제로 국민들은 그런 식의 개헌 논의에 대해서는 거의 반응을 안 하는 것 같고요. 그들이 원하는 거는 아직까지 헌법이라는 걸 구체적으로 표현을 못하더라도 광범위한 사회 변화 그리고 어떤 사회 개혁인데 아직까지 그걸 헌법을 통해서 구현해야 한다는 것까지는 조금 표현력이 떨어지는 것 같고. 그래서 제 생각에는 어느 대통령이 후보가 되고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의 관심을 떠나서 어느 대통령이 미리 어떤 헌법의 이야기를 만들어갈 것인가. 헌법적인 상상력으로 갔으면 좋겠다, 이런 취지로 책을 썼습니다.

◇ 정관용> 그래서 제목이 헌법의 상상력이군요.

◆ 심용환> 그렇습니다.

◇ 정관용> 헌법의 핵심은 국민의 기본권, 국민의 사회경제권, 지방자치권 이런 데에 있는 거지 대통령이나 국회 권력 그게 핵심이 아니다.

◆ 심용환> 그렇습니다.

◇ 정관용> 그런데 공부할 게 너무 많아지는데요, 그러면.

◆ 심용환> 그렇게 생각보다 책이 어렵지 않고요. 그리고 사실.

◇ 정관용> 제 말은 온통 사람들이 권력 구조와 헌법, 이거만 생각하기 때문에 그게 아니라 진짜 헌법의 본질을 깨달으려면 공부를 더 좀 해야 되겠군요.

◆ 심용환> 그게 사실 목적이었어요. 그러니까 제일 말씀드리고 싶었던 말씀은 대통령 5년 단임제를 바꾸는 게 헌법 개헌의 목적이 아니고. 그렇다는 거.

◇ 정관용> 알겠습니다. 오늘 깜짝 놀랐어요. 제헌헌법의 이익균점권이었다는 거. 오늘 수고하셨습니다.

◆ 심용환> 감사합니다.

◇ 정관용> 역사작가 심용환 작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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