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역의 한 생활폐기물 수거업체가 청소노동자 임금 수억 원을 지급하지 않았다가 문제가 불거지자 뒤늦게 합의에 나섰다. (사진=공공부문비정규직노동조합 부산·울산지부 제공)
부산지역 생활폐기물 처리 업체들이 청소노동자의 인건비를 제대로 지급하지 않거나 규정을 어기고 부정 지급하는 사례가 이미 폭넓게 관행화한 정황이 드러났다.
관할 지자체는 한해 수십억 원의 예산을 지원하고도 겉핥기식 관리로 일관하고 있어 부조리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 관행이 된 '청소노동자 인건비 떼먹기'부산 금정구의 생활폐기물 업체 두 곳이 청소노동자의 인건비 수억 원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난 것은 지난해 말.
당시 이 사실을 확인한 공공부문비정규직노동조합과 금정구의회는 각 업체에 이에 대한 항의를 시작했고, 두 회사는 모두 5억 원가량을 지급하는 대가로 노조와 합의를 맺었다.
기장군 역시 노조와 군의회가 지난해 10월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하고 9개월 동안 미지급 임금을 연말에 소급 지급할 것을 업체에 요구했다.
청소노동자의 임금이 규정에 맞지 않게 지급된 사례는 비단 두 지자체 만의 일이 아니었다.
비정규직노조에 따르면 부산 남구의 생활폐기물 수거 업체 D사 역시 지난 한 해 동안 청소노동자 53명에 대해 한 명당 100만 원 안팎의 임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결국, D사 역시 노조와 지역 정치권의 압박이 강해지자 지난달 4천여만 원의 미지급 임금을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 사하구와 부산진구 등에서도 청소노동자들에게만 지급해야 할 직·간접 노무비 지출 명단에서 문제가 확인되는 등 이미 청소노동자들의 임금이 곳곳에서 새어나간 정황이 파악됐다.
◇ 업체 대부분 수십 년 동안 사업 '독점'…부조리 온상임금을 지급하지 않은 사실이 확인된 업체들은 이미 수십 년 전부터 지역 생활폐기물 수거업을 사실상 독점해왔다.
각 지자체가 관련 규정에 따라 '지역 제한 입찰' 방식으로 업체를 선정하고 있어 기존 업체 외에 새로운 업체가 사업을 낙찰받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부산 서구의 한 업체는 독점 문제가 불거지자 가족 명의로 새 업체를 만들어 지역 생활폐기물 수거업을 여전히 독차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공부문비정규직노조는 이 같은 정황으로 봤을 때 업체들이 이미 수십 년 동안 청소노동자의 임금을 착복해왔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비정규직노조 부산·울산지부 양미자 조직국장은 "생활폐기물 수거 업체들이 수십 년 동안 지역 폐기물 처리업을 독점한 반면, 청소노동자들은 최근 노조를 결성한 뒤에야 이 사실을 알게 됐다"며 "게다가 일부 업체가 당연히 지급해야 할 노무비를 '합의금' 형식으로 내놓으며 합의서를 요구하는 것만 봐도 지금까지 이같은 '인건비 떼먹기'가 관행처럼 번져 있었음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 세금 줄줄 새는데…구청은 '나 몰라라'상황이 이렇지만 관할 지자체들은 여전히 '뒷짐'만 지고 있는 모습이다.
금정구는 한해 2차례가량 생활폐기물 업체의 노무비 지출 상황을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금정구는 지난해 4월 중간 점검 과정에서 직·간접 노무비가 제대로 지급되지 않은 사실을 확인했다.
하지만 이렇다 할 행정적인 조치도 없이 단순한 '주의' 조치에만 그쳤던 것으로 드러났다.
게다가 임금을 지급한 명단에 버젓이 청소노동자가 아닌 사측의 임직원 이름이 올라가 있었지만, 구청은 이 사실을 몰랐다고 주장했다.
이 밖에도 기초단체는 한 해에 2~4차례가량 생활폐기물 용역 업체에 대해 실사를 벌이지만,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는 형식적인 점검에 그치고 있다.
오히려 관계자들이 사실 관계를 확인하려고 노무비 사용 내역을 구청에 요청했지만, '개인정보'와 '영업상 비밀' 등을 이유로 공개를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역에서는 구청이 이같은 부조리를 방조하고 있다며 지자체장 등 책임자가 의지를 가지고 구조적인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산진구의회 배용준 의원은 "자치단체장은 오히려 생활폐기물 업체를 감싸기에 급급하고, 일선 공무원들은 단체장 눈치만 보며 문제 해결의 의지조차 내지 않는 상황이 수년째 반복되고 있다"며 "이는 주민 세금을 사용하고 관리하는 행정기관의 직무를 저버린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