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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의 '연예인' 朴…팬들은 오늘도 태극기를 흔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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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를 예능으로 즐긴 대가가 낳은 국정농단…무비판적 신념이 악을 만들어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1 (19:05~19:50)
■ 방송일 : 2017년 2월 7일 (화) 오후 19:05
■ 진 행 :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 출 연 : 이택광 교수 (경희대)

◇ 정관용> 매 주말 광화문에서는 촛불집회가, 또 시청 앞에서는 탄핵반대집회가 열리고 있죠. 탄핵반대 집회에서는 '군대여 일어나라' '계엄령이 답이다' 이런 구호들이 울려 퍼진다고 하는데요. 요즘 보수여론 결집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탄핵반대 집회.. 문화비평가 이택광 교수와 함께 오늘 이 문제 짚어보겠습니다. 탄핵반대 외치는 이분들한테 박근혜 대통령은 과연 어떤 존재인가. 또 이런 현상이 만들어지고 있는 한국의 정치풍토 어떤 특징이 있는 것인가 알아보죠. 경희대학교 이택광 교수 어서 오시죠.

◆ 이택광> 안녕하십니까?

◇ 정관용> 모이는 숫자도 점점 늘어난다고 하죠.

◆ 이택광> 그렇죠. 아무래도 대선이 임박하고 탄핵이 인용될 것 같으니까. 이제 친박 세력이라 부를 수 있는, 5%면 불러놓으면 꽤 많지 않습니까? 사실 문제는 이렇게 모여서 탄핵반대집회든 어버이연합이든 또는 일반적인 생각만 하는 시민 중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분들이든..

◇ 정관용> 박사모.

◆ 이택광> 그렇죠, 이런 분들이 하는 거야 이전부터 해 왔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는데 새누리당 일부 의원들이 이제 가담하기 시작했죠.

◇ 정관용> 김문수 전 지사, 이인제 전 의원도 갔고 김진태 의원은 계속 가고 있고.

◆ 이택광> 김진태 의원은 처음부터 갔고요.

◇ 정관용> 원유철 의원도 앞으로 가겠다고 이야기하는 것 같고.

◆ 이택광> 전희경 의원도 갔고요. 전부 다 갔습니다. 그래서 새누리당에서 어떻게 보면 조금 왕따 당하고 있던 분들이 다 모여서 본인들의 존재감을 알리고 있는거죠.이게 제가 볼 때는 지금 탄핵반대 집회가 힘을 받고 있는 핵심적인 이유인 것 같고요. 당연히 이제 의원들이 가니까 언론들도 따라가는 것이고요. 이전에는 아예 보도가 안 됐는데. 보도해 주는 이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죠.

박근혜 대통령 탄핵반대 집회 모습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 지지기반 없는 정치인들, 지푸라기 잡듯 탄핵반대집회 참석

◇ 정관용> 거기 참가하는 새누리당의 정치인들은 지금 여론 또 민심의 분포가 어떤지, 탄핵에 그래도 반대하는 사람은 정말 극소수라는 걸 모르나요? 알면서 가는 거 아닙니까?

◆ 이택광> 사실 이제 탄핵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극소수라는 것은 누구나 잘 알고 있겠죠. 이분들도 정치인들이니까. 그런데 거기에 가서 하고자 하는 것들은 자기들의 존재감 과시라는 생각이 듭니다. 결국 이분들도 지지기반이 없다는 뜻이죠. 한마디로 말하면 그 지지기반의 어떤 핵심, 눈덩이를 뭉치려고 하면 작은 눈덩이부터 시작해야 하지 않습니까? 그 돌멩이 역할을 이 탄핵반대 집회에 나선 몇몇 분들을 중심으로 하겠다는 것이고요.

◇ 정관용> 하긴 또 따지고 보면 탄핵에 찬성표를 던진 의원들이 쭉 나가서 만든 바른정당 소속의 대선주자들도 지지율이 굉장히 낮거든요. 그런 거로 보면 그래, 이 완전 보수, 완전 오른쪽 분들이라도 말씀하신 대로 눈 뭉치기 위한 돌멩이라도 잡아야겠다.

◆ 이택광> 지푸라기라도 잡아야 하는 겁니다. 그러니까 사실 보수가 완전히 궤멸했기 때문에 금방 지적하셨던 것처럼 남경필 지사가 미쳤다고 연정제안을 하겠습니까? 정말 황당한 제안이잖아요. 그러니까 보수 쪽에서 진보 쪽을 향해서 연정을 하자 이렇게 이야기하는 경우는 지금까지는 없었죠. 그것만 보더라도 지금 보수의 어떤 지지기반이 완전히 궤멸했다는 것을 알 수가 있고.

저는 여기서 재미있는 부분이 김문수 전 지사라고 봅니다. 그러니까 김문수 전 지사 같은 경우는 지금 완전히 이제 정치인으로 존재감이 상실된. 한때는 대선후보까지 거론되다가 완전히 사라졌잖아요. 이분이 이제 제기를 꿈꾸기 위한 발판으로 이 탄핵반대집회를 노리고 있는 것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드는데요. 다시 말하면 이렇게 자기의 존재감을 잃어버린 정치인들이 다시 한번 재도약을 위해서 목소리 큰 집단에 가서 한번 자기의 어떤 지지세를 회복해 보려고 하는 그런 시도가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들어요.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자료사진)

 

◇ 정관용> 정치인들 쭉 지적했습니다마는 어쨌든 점점 모이는 숫자도 많아지고 있는 탄핵반대집회에 나오시는 분들. 그분들의 생각, 어떻게 읽으세요, 이택광 교수께서는.

◆ 이택광> 사실 많은 분들이 이런 생각을 하죠. 거기에 나오시는 분들은 생각을 안 하신다. 사실 외치는 구호가 굉장히 황당하지 않습니까? 계엄령이 답이다, 군대여 나와라. 이런 얘기를 하고요. 저는 또 '합헌적 계엄령 선포가 답이다' 이런 말도 들었어요. '합헌적 계엄령'이 뭔지 모르겠는데. 어쨌든 그런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정말 황당하고 어떻게 보면 정말 비웃음밖에 줄 게 없는 것처럼 보이죠.

하지만 그분들도 아무 생각 없이 그러지는 않는다는 거죠. 바로 그렇기 때문에 의원들이 여기에 가서 이렇게 자기들의 얼굴이라도 비추고 있는 거 아니겠습니까? 바로 이것을 노렸다는 생각이 들어요.

◇ 정관용> 그러니까 그분들의 뚜렷한 생각, 소신이 어떤 겁니까?

- 탄핵반대 참가자들에게 박근혜의 몰락은 평생 지켜온 신념의 붕괴

◆ 이택광> 바로 박근혜 대통령만이 자기들을 살릴 수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바로 자기의 동아줄인 거죠. 어떻게 보면 그분들이 가장 절박한. 어떻게 보면 야권 지지자들보다 더 절박한 분들이 아닌가 생각이 들어요. 그분들은 어떻게 보면 평생 동안 자기들을 지탱해 왔던 신념의 기반이 무너지는 것이고요.

일종의 팬덤과 같은 겁니다. '박근혜 팬덤'이라는 것이 명백하게 있었죠. 박근혜의 팬덤 덕분에 마치 박근혜 대통령에게 뭔가 있는 것처럼 보였고 그것이 카리스마로 비췄든, 또는 아주 효율적인 지도력으로 보였든 간에 여하튼 이분이 되면 뭔가 정책을 잘 집행하겠구나라는 어떤 막연한 믿음들이 있었어요. 그것이 바로 박근혜 팬덤의 정체였죠. 그 박근혜 팬덤을 유지했던 분들이 바로 이분들입니다. 그래서 이분들에게 박근혜라는 존재는 사실 자기들의 모든 삶의 의미가 되는 거예요. 종교적이죠.

◇ 정관용> 종교적 의미.

◆ 이택광> 그렇습니다. 사실 우리가 최순실 씨와 박근혜 대통령의 관계에 대해서도 정말 모르는 것이 많죠. 가장 최근에 어떻게 보면 거론되는 용어 중에서 '악의 평범성'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 정관용> 악의.

◆ 이택광> 평범성. Banality of evil이라고 해서 한나 아렌트라는 정치학자가 쓴 말인데 굉장히 많이 쓰이고 있습니다. 신문 칼럼을 보셔도 그렇고. 악의 평범성이 뭐냐하면 굉장히 무시무시한 존재.

◇ 정관용> 특별한 것도 있고 그렇지 않다는 거예요?

- 무비판적인 신념이 평범한 아버지, 이웃을 ‘악’으로 만들어

◆ 이택광> 굉장히 특별한 것이 있고 괴물들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사실 알고 봤더니 그 안에는 아무 것도 없는 거죠. 그 아무것도 없는 것이 악을 만들어낸다는 겁니다. 이게 잘못 해석되면 모두가 죄인이니까, 모두가 죄인이다. 우리 모두가 죄를 나눠 가졌다 이런 어떤 종교적인 생각들이 되어버리지만 그런 뜻은 아니고요.

아이히만이라는 아우슈비츠를 조직했던, 유대인 대학살을 저질렀던 그 당사자가 사실 알고 봤더니 무슨 특별한 동기가 있어서 유대인을 죽였다는 게 아니죠. 그렇다고 해도 아이히만의 죄가 용서받는 건 아닙니다. 아무나 그렇게 하지는 않는 거죠. 그 사람이 그렇게 했던 이유가 사실은 굉장히 어떻게 보면 정말 뿌리 없는, 근거 없는 내용들이었다는 거예요. 지금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것도 그런 거죠.

박근혜 대통령이 보여준 여러 가지 행태들, 최순실 씨가 보여주고 있는 말도 아닌 거짓 증언들이 사실 보면 아무런 내용이 없는 것들이잖아요. 그렇죠? 그런 것들이 어마어마한 이런 비리들을 저지르고 국정을 농단하는 사태까지 오게 되잖아요. 그런 문제들에 대한 반성인데. 역시 박근혜 대통령을 종교적으로 숭상하는 이런 탄핵반대집회에 참여하시는 분들 역시 일상으로 돌아가면 아주 평범하신 분들이겠죠. 누구의 할아버지고 누구의 아버지고 누구의 어머니고, 이모고, 고모고 그럴 겁니다. 그런데 이분들이 생활로 돌아갔을 때는 옆집에 사는 이웃이에요. 그런데 이분이, 이분들이 주장하고 있는 그런 박근혜에 대한 무비판적인 신념. 이것이야말로 지금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이 어마어마한 악을 지탱하고 있는 힘이 되는 거죠.

1961년 4월 예루살렘 법정에서 나치 정부 당시 유대인을 학살한 혐의로 전범 재판을 받고 있는 칼 아돌프 아이히만(가운데)의 모습. 가디언 홈페이지

 

◇ 정관용> 박근혜, 인간 개인 박근혜에 대한 맹목적이고 종교적인 팬덤. 이것이 이분들을 모이게 만드는 동력이다?

◆ 이택광> 어떻게 보면 삶의 의미죠. 심심하시잖아요. 그런데 심심하시니까 교회도 가시고, 그렇죠? 그렇게 보면 삶이라는 것이 어떻게 보면 의미가 없는 삶이라는 것이 얼마나 번뇌를 합니까? 다시 말하면 얼마나 덧없어요. 많은 분이 그렇게 생각하시니까 노래도 부르시고 춤도 추시고 또 예술작품도 감상하러 가시는 거고 또 친구들도 불러서 약주도 드시는 거고 이러는 거 아니겠어요? 그런 여러 가지 행위들을 하게 되는 것인데. 이분들 역시 그러한 방식으로 이런 탄핵반대집회를 하고 또 그 속에서 자기들의 정체성을 찾고 그렇게 해왔다는 겁니다.

◇ 정관용> 그런데 또 일부 언론에서 탄핵반대 집회에서 나왔던 분들을 한 분, 한 분 만나서 인터뷰한 내용들을 제가 또 보니까 그분들 가운데서도 박근혜 대통령이 잘못한 게 많다는 거 인정하는 분들도 상당히 있다고 해요. 그런 분들은 그런데 왜 나오느냐라고 하면 그렇지만 광화문광장에 모여있는 촛불, 저 민심에 의해서 들어서는 정권은 그것은 종북 정권이기 때문에 그걸 막기 위해서 이런 식의 논리를 편다고 하는데 그건 어떻게 생각하세요?

◆ 이택광> 제가 말씀드리는 건 탄핵반대집회에 모이시는 분들이 아무 생각이 없어서 거기에 나오시는 게 아니라는 겁니다. 자기들 나름대로의 논리가 있는 것이고요. 그런 논리들이 상황이 변화하게 되면 힘을 받게 되는 거예요. 지지자를 얻게 되고 힘을 합치게 되는 거죠.

◇ 정관용> 논리의 또 하나는 박 대통령의 팬덤이라고 했고 또 하나가 어떤 논리입니까?

◆ 이택광> 바로 그것이 보수가 무너지면 안 된다. 그러니까 박근혜 대통령 기능론이죠. 박근혜 대통령이라는 존재는 그런 보수를 결집하는 데 있어서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다. 설령 이것이 무너져버리면 지금이라도 무너져버리면 보수가 궤멸하게 된다고 생각하게 되는 거예요. 보수가 궤멸하지 않기 위해서 지금 문제가 많더라도 박근혜 대통령을 계속 지켜야 한다. 이런 논리예요. 결국 팬덤이든 이런 합리적인 선택 때문에 박근혜 대통령을 지지하고 있든, 결국 궁극적으로는 박근혜 대통령이 저 자리에서 물러나면 안 된다. 탄핵이라는 것은 박근혜 대통령이 다시 한번 보수를 공격하기 위해서 진보들이 기획한 것이다. 이렇게 주장을 하게 되는 것이죠.

 

- 한국 정치의 모순, 민주적 의제를 실행하기 위해 비민주적 권력 추종

◇ 정관용> 이택광 교수가 몇 년 전에 <박근혜는 무엇의="" 이름인가=""> 이런 책을 썼잖아요.

◆ 이택광> 그렇습니다.

◇ 정관용> 무엇의 이름입니까?

◆ 이택광> 제가 그때 책에서 쓰고자 했던 내용은 바로 그겁니다. 그 당시에 경제민주화와 복지국가건설이라는 아주 중대한 국민적 과제가 있었어요.

◇ 정관용> 그걸 또 공략으로 내걸었죠.

◆ 이택광> 그런데 사실 그건 여야 후보가 다 내걸었던 공약이죠. 마치 지금 트럼프와 힐러리하고 비슷한데요. 왜 그러면 국민들은 똑같은 공약에서 박근혜를 선택하게 되는가를 분석한 게 그 책의 내용입니다. 그래서 제가 주장했던 것은 결국 박근혜가 진짜든 가짜든 간에 물론 가짜라는 것이 판명이 났지만, 그 당시에는 그 정책을 가장 효율적으로 수행해 줄 것처럼 보였다는 거예요. 왜냐하면, 가장 반민주적이었기 때문에. 저는 이것이 핵심이거든요.

◇ 정관용> 박정희 향수와 함께.

◆ 이택광> 박정희의 딸이고 그리고 이를 집행하는 방식들이 이미 그때 소문이 다 났습니다. 아주 독단적이고 남의 말 듣지 않고, 아주 비밀스럽게 은밀하게 일을 처리한다는 소리가 정가에 아주 넘쳐나고 있었어요.

◇ 정관용> 그런데 대중은 그걸 좋아했다?

◆ 이택광> 대중은 그걸 좋아했다는 것이죠. 그런 카리스마를 지지했던 것이고 그런 카리스마가 그런 경제민주화라든가 복지국가라는 공약을 잘 실천해 줄 것 같은. 심지어는 박근혜 대통령이 나오셔서 뭐라고 그랬냐. 우리 아버지의 꿈이 복지국가 건설이었다. 이런 소리까지 했어요. 그러니까 국민들 입장에서는 이 사람보다 더 확실하게 이 정책을 추진할 사람이 없겠구나라고 믿은 거죠.

그 이미지를 보고 믿은 것이고. 결국 친박이라고 부를 수 있는 그분들의 이야기들에 먹혀들어가게 되는 겁니다. 이게 바로 포퓰리즘이 가지고 있는 이중성이죠. 어떻게 보면 민주주의를 요구하지만 사실은 또 그 민주적인 어떤 의제를 잘 집행하기 위해서는 독재적인 권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게 한국 정치의 모순된 양면성이죠.

◇ 정관용> 그런 독재적인 정치가 필요하다고 보면서 그걸 또 한 인간에 투영해서 저 사람만이 할 수 있다 이런 팬덤과 결합하면.

(사진=송은석 기자)

 

- 보수의 연예인 '박근혜', 추종자들의 평범한 의도가 거대한 악을 만들다

◆ 이택광> 그러니까 사실 굉장히 재밌는 게 뭐냐 그러면 저는 이게 역대 대통령 중에 가장 연예인에 가까운 대통령이 박근혜 대통령이 아니였는가 싶어요. 실질적으로 연예인 같은 행동을 했죠. 예명도 연예인 이름을 썼고 그리고 항상 미용시술을 받았잖아요. 연예인보다 더 많이 받았던 것 같은데. 그게 그냥 나온 게 아니라 제가 볼 때 본인 스스로가 연예인이라고 생각했을 가능성이 저는 크다고 봅니다. 그러니까 팬클럽을 끌고 다니는 몰고 다니는 연예인이었던 거죠.

그리고 그 연예인의 이미지가 실질적으로 먹혀 들어가서 다른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서 의심을 갖고 있던 사람들조차도 박근혜 대통령이 잘 할 것이라고 믿게 만들었다는 거예요. 과연 이러한 것들이 아주 일부에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치밀한 계산에 의해서 이루어졌을까. 치밀한 보수 또는 극우들이 자기들만의 어떤 은밀한 음모에 의해서 만들어졌을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거예요.

이게 어떻게 보면 바탕이 없는 거죠. 말 그대로 박근혜 대통령은 자기를 연예인이라고 생각했고 팬덤 그룹들은 자기가 지지하는 연예인이 대통령이 되기를 바랬던 거죠. 그런 어떤 굉장히 평범한 의도에 의해서 거대한 어떤 악들이 만들어졌다는 거고요.

◇ 정관용> 그런데 현대정치가 또 매스미디어 정치 특히 TV중심의 정치가 되면서 정치인들도 다 준연예인급이 되어버린다. 팬덤 현상은 어느 정치에나 있다. 이런 얘기들도 나오지 않습니까?

◆ 이택광> 그건 최근에 어떤 정치적 성향인데. 저는 그게 역설적으로 말한다면 한국만의 현상이 아니라는 거예요. 전세계적으로 정치가 퇴조하고 있는 형상이라고 봅니다. 퇴조하고 있는 것이죠.

◇ 정관용> 정치의 퇴조라고 본다?

◆ 이택광> 정치의 퇴조라는 건 보는 것이고요. 쇠퇴를 뜻하는 것이고요. 프란치스코 후쿠야마 미국의 정치학자가 주장했던 것처럼 역사의 중언, 토론의 대상이 없어지는 사회로 가고 있다는 뜻이죠. 한국은 그런 면에서 오히려 첨단이었다는 뜻입니다.

그러니까 한국의 정치가 후퇴했고 후진적이고 이렇게 말씀을 많이 하시지만 실질적으로 많이 세계의 정치 국면이 한국 정치를 닮아왔어요, 지금까지 역설적으로 말한다면 그래서 이게 바로 정치인이 연예인이 되고 정치가 예능화되면서 이제 마치 예능 프로그램에서 자기가 좋아하는 연예인들의 메시지로 이렇게 지지 메시지를 보내는 것처럼 되어버렸다는 거죠. 그러면 정치가 이제 소멸하고 말 그대로 어떤 각 개별적인 어떤 목소리들. 요구들이 이렇게 표출될 정치의 장이 이미 이제 선택된 연예인들 중에서 누구를 뽑을 것인가라는 문제로 바뀌어버리게 되는 거죠.

◇ 정관용> 이런 추세, 이런 현상은 막을 수 없습니까?

◆ 이택광> 이게 그러니까 지금 많은 정치인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기득권층의 형성과 관련된 것이죠. 그러니까 그 상위 10%가 모든 부를 독점하고 심지어는 권력까지 독점하고, 타인들과 나누어 갖지 않으려고 하는.. 예를 들어서 토마 피케티 같은 사람이 나와서 21세기 자본을 쓸 때 주장했던 내용이 그거 아닙니까? 결과적으로는 10%의 기득권들이 분배를 해야 한다는 이야기였잖아요.

◇ 정관용> 그런데 그런 기득권층들이 정치인들도 연예인화하면서 만들어간다?

◆ 이택광> 그렇죠. 결국 자기들끼리 돌려먹기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런 연장선에서 트럼프 현상이나 이런 것들을 이해해야 합니다. 그러니까 브렉시트같은 것 같은 것도 마찬가지고요. 정치인들이 영국 국민들의 의지를 또는 뜻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걸 보여준 사건이잖아요. 트럼프 영향도 마찬가지입니다. 기존에 있는 그러한 미국의 정치집단, 엘리트 정치집단이죠. 그 집단들이 대중들의 메시지를 읽지 못한다는 걸 보여주는 것에 가까운 거거든요.

◇ 정관용> 그러면 이런 현상은 못 막아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 이택광> 이게 기득권이 형성되니까 포퓰리즘이 강해지는 것인데요. 서로 반작용이죠. 풍선효과입니다. 한쪽을 누르니까 결국 다른 한 쪽이 튀어나오는 것처럼요. 이게 잘 분배되고 정치적 제도가 잘 작동을 하게 하려면 궁극적으로는 토론이 필요한 거거든요. 정치적 기능이 잘 작동한다는 것은 서로 다른 의견끼리 토론을 할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지는 겁니다. 그게 의회잖아요. 의회 기능이 확대되고 잘 작동이 되게 하면 이제 포퓰리즘이 그만큼 약화되는 것이죠.

그런데 그렇지 않고 말 그대로 의회가 기득권처럼 굴게 되고 어떤 그런 기능만을 계속 고집하게 되면 포퓰리즘이 점점 더 강해져서 트럼프 같은 사람들이 나타나게 되는 것이죠. 그러니까 이런 어떤 악순환들을 해결하자는 것이 지금 정치학자들이 주장하고 있는 내용들이라고 생각을 하는데 이게 한 10년 동안 계속 주장이 되었지만 전혀 해소되고 있지 않습니다.

◇ 정관용> 제 식으로 표현하면 감정의 정치를 그만두고 이성의 정치로 가야 하는데 기득권이 자기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서 정치를 자꾸 감정의 정치로만 몰아붙이고 그것의 방법으로 포퓰리즘, 팬덤현상 이런 것들이 나타나고.

◆ 이택광> 그러니까 제 생각에는 감정과 이성이 분리돼 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결국 우리는 감정적으로 누구를 먼저 판단하고 그 다음에 이성적인 생각들이 뒤에 따라오게 돼 있죠. 그러니까 감정이라는 것은 사실 어떻게 보면 이성보다 더 앞서서 뭔가를 판단할 때 이용된다고 저는 생각을 합니다.

◇ 정관용> 그러니까요. 감정에만 의존하는.

◆ 이택광> 감정, 마치 이성적인 판단을 하는 것이 문제가 있는 것처럼 보이도록 만드는 것이죠. 그래서 대표적인 게 빨갱이입니다, 종북. 무슨 의견을 얘기하면 종북이냐, 너는 빨갱이냐. 이런 소리를 하게 되는 것인데. 저는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어떤 의견을 내면 조직 전체에 무슨 누를 끼치는 것처럼 분위기가 만들어지죠. 이런 분위기들은 사실 굉장히 반정치적인 그런 분위기라고 볼 수 있고요. 일상에서 벌어지고 있는 그런 것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고. 그래서 결국 지금 현재 정치인들이 연예인화되고 정치가 예능화되는 것들은 정치의 기능이 그만큼 약화됐다는 뜻이라는 거예요.

◇ 정관용> 그렇죠.

◆ 이택광> 마치 강력한 정치적 지도자가 나오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그것은 정치가 약화됐기 때문에 그런 사람들이 등장하게 되는 겁니다.

◇ 정관용> 정치의 퇴조, 이념의 쇠퇴. 바로 그 현상이다.

◆ 이택광> 그렇죠.

◇ 정관용> 오늘은 탄핵반대 집회에 모이시는 분들을 분석해 보면서 어찌보면 우리 현대정치 전체의 문제를 한번 들여다 보는 시간이 됐네요. 문화비평가 경희대학교 이택광 교수였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 이택광>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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