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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좋아하는 선생님한테 찍힌 친구 맨날 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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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광장서 만난 '민주주의 새싹' 초등학생들 "제가 바라는 세상은요…"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제14차 대규모 주말 촛불집회가 열린 4일 밤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전국의 초등학생 40명이 모인 가운데 '어린이 발언대, 내가 원하는 세상의 모습' 행사가 열리고 있다. (사진=이진욱 기자)

 

42만여 촛불 인파(주최측 추산)가 빚어낸 거대한 물결이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청와대와 국무총리공관, 헌법재판소 방면 행진으로 물밀듯이 몰아쳐 간 뒤 다소 적막해진 4일 오후 8시께, 광화문 KT 사옥 앞에서 노래 '걱정 말아요 그대'를 합창하는 어린이들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대여 아무 걱정하지 말아요/ 우리 함께 노래합시다/ 그대 아픈 기억들 모두 그대여/ 그대 가슴에 깊이 묻어 버리고…."

수십 명의 아이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노래 부르는 자리 한켠에는 '어린이 발언대, 내가 원하는 세상의 모습, 우리는 민주주의의 씨앗'이라고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노래 중간, 마이크를 든 한 초등학생이 "어른들도 같이 불러 주세요"라고 요청하자 아이들을 에워싸고 있던 시민들이 함께 노래하기 시작했다.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그런 의미가 있죠/ 떠난 이에게 노래하세요/ 후회 없이 사랑했노라 말해요."

◇ "어떤 생각이든 자유롭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세상 왔으면 좋겠어요"

사회를 보는 학생의 소개로 초등학교 3학년생 대여섯 명이 앞으로 나섰다. 학년별로 발언을 하고 있던 것인데, 학생들은 차례로 자기 소개와 함께 "제가 바라는 세상은"이라며 아래와 같이 말을 이었다.

"대통령이 국민의 말을 잘 들어 줬으면 좋겠습니다." "촛불집회를 할 필요가 없는 세상입니다." "물대포를 쏘지 않는 세상입니다." "제대로 된 국민들의 말을 듣는 세상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박근혜가 세월호를 책임졌으면 좋겠습니다."

학생 한 명 한 명이 발언을 마칠 때마다 시민들의 환호와 박수가 터져 나왔다. 한 어린이는 많은 사람들 앞에 선 것이 익숙하지 않은 듯, 5분여를 머뭇거리다가 끝내 발언 기회를 놓치고 아쉬운 표정으로 자리에 앉았다.

이날 학생들을 인솔해 광화문 광장에 나온 김나현 씨는 "전국에서 모인 초등학생 40명을 대상으로 한 '소통 어린이 캠프'의 마지막 행사"라며 "광장에 나와 민주주의를 주제로 왜 우리가 촛불을 들게 됐는지 등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에는 고학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겠습니다"라는 사회자의 말에, 또래와 시민들 앞에 선 한 학생은 "이렇게 나라가 혼돈되는 상황이 없이 평화적인 세상이 됐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말했다.

"대구에서 왔고 6학년이 됩니다"라고 자신을 소개한 또 다른 학생은 "박근혜가 저지른, 재벌들만 이득을 얻는 세상이 아니라 모두가 평등한 세상이 되기를 원합니다"라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마이크를 잡은 문모 양은 "이제 중1이 됩니다. 저는 어떤 생각이든 당연하게 말할 수 있는 세상이 됐으면 좋겠습니다"라며 말을 이었다.

"고학년이 되면서 저와 제 친구들은 다른 학교 친구들에게 통일과 집회에 대한 부정적인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제 또 다른 친구는 박근혜를 좋아하는 어떤 선생님한테 거의 찍히다시피 해서 맨날 남아 있고는 했어요. 저희 엄마 아빠가 하는 일들을 그렇게 부정 당하는 일들이 정말 싫었습니다."

문 양은 "저는 그 친구들한테 제가 아는 것들을 설명하고 설득하는 게 너무 큰 스트레스였고, 너무 힘들었습니다"라며 "그래서 저는 어떤 생각이든 자유롭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습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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