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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교과서 '사면초가'…진보·보수도 '잡탕 교과서'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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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정부가 31일 공개한 국정 역사 교과서 최종본과 이에 따른 역사 교과서 정책이 진보·보수 양쪽 모두로부터 비판을 받고 있다.

다양한 의견을 반영하겠다며 발표한 국정 교과서와 관련 정책이 결과적으로 이것도 저것도 아닌 '반반 교과서', '잡탕 정책'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31일 정부가 발표한 국정 역사 교과서와 역사 교과서 정책 핵심은 1948년 대한민국 수립과 대한민국 정부수립 표현을 혼용하기로 한 것.

국정 교과서는 '대한민국 수립'을 유지하되 2018년부터 일선 학교가 사용할 검정 역사 교과서에는 '대한민국 정부 수립' 표현도 허용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이번에는 정부의 국정 역사 교과서 정책을 줄곧 지지해왔던 보수 진영이 발끈하고 나섰다.

'1948년 8월 15일 대한민국 건국'을 주장해온 양동안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는 "바보같은 짓"이라고 일갈했다.

양 교수는 "쟁점이 있으면 어느 견해가 옳은지 진지하게 토론해서 옳은 견해를 채택해야지 정치적 타협을 해서 옳은 것도 허용하고 옳지 않은 것도 허용했다"고 말했다.

이어 "더구나 국정 교과서에는 '건국'이라는 표현도 없다"며 "(교육부의 방침은) 바보같은 짓일뿐 아니라 직무유기이기도 하다. 대립되는 견해를 다 허용한다고 하면 교육부는 왜 존재하며 국사편찬위원회는 왜 있어야 하느냐 "고 주장했다.

보수단체인 '국가교육국민감시단'의 김정욱 사무총장은 "역사 교육은 정치권의 영향을 받아서는 안된다"며 "(정부가) 스스로 한 내용을 자꾸 바꾸면서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잘못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사무총장은 "고려, 조선 등 모든 나라에 건국일이 있는데 검정 교과서로 배운 학생들은 대한민국의 건국일을 알 수 없게 된다"며 "학생들을 어떻게 가르칠지 답답하다. 교육부가 눈치를 보면서 하는 것은 굉장히 잘못 됐다"고 밝혔다.

국정화를 계속 반대해온 진보 진영 역시 비판 일색이다. 국정화 반대 시민사회단체 연합체인 '한국사교과서국정화저지네트워크'는 2일 논평을 내고 '뉴라이트가 집필하고 뉴라이트가 심의한 박근혜표 국정교과서를 즉각 폐기하라'고 주장했다.

저지네트워크는 "국정교과서 최종본 역시 친일독재를 미화하고 헌법정신을 위배하고 있다"며 "청와대의 깨알같은 지시를 받아가며 진행한 국정교과서는 결코 정당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저지네트워크 상임대표를 맡고 있는 한상권 덕성여대 사학과 교수는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관련된 제헌헌법의 성격에 대해 모호하게 서술하고 있다"며 "제헌헌법은 사회민주주의적 요소가 강한데 이를 애매하게 서술해 학생들로 하여금 제헌헌법의 성격을 알 수 없게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대한민국 수립 개념은 학술적 개념이 아니라 이명박 정권의 정치적 목적에 의해 시작돼 박근혜 정권으로 이어진 것"이라며 "대한민국 수립과 대한민국 정부수립을 둘 다 같이 쓸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고 주장했다.

진보, 보수 양측이 국정 역사 교과서 최종본에 대해 비난을 쏟아내면서 정부의 역사 교과서 국정화 작업은 한층 동력을 잃을 것으로 보인다.

진보 진영의 반대가 더욱 거세지는 것은 물론 그동안 국정화 작업의 최대 우군이었던 보수 진영마저 실망감을 나타내며 미지근한 반응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 여론도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 이후 싸늘하게 식고 있으며 '최후의 보루'였던 정치권도 여소야대 지형으로 바뀌어 오히려 '국정화 금지법'이 통과를 목전에 두고 있다.

게다가 국정 교과서 보급을 위한 연구학교 지정 작업도 대구,경북,울산 지역을 제외하고는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올 3월부터 연구학교를 중심으로 국정 교과서를 보급하려던 정부의 계획은 더욱 현실화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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