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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천하'로 끝난 반기문의 꿈…불출마 결정 막전막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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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보 논란·비리 의혹·제 3지대 연대시도 좌초…실망의 연속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1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대선 불출마 선언하는 기자회견을 마치고 고개를 숙이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보수진영의 유력 대선주자로 거론돼왔던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1일 돌연 대선 불출마 선언을 했다.

반 전 총장은 이날 오후 국회 정론관을 찾아 "제가 주도해 정치교체를 이루고 국가통합을 이루려 했던 순수한 뜻을 접겠다는 결정을 했다"고 밝혔다.

귀국 후 20일 만에 이 같은 결정이 이뤄진 데는 대선 주자로서의 준비 부족, 언행을 둘러싼 각종 논란과 각종 비리 의혹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 "음해와 가짜뉴스로 정치교체의 명분 실종"

반 전 총장은 귀국 직후부터 "정치교체"를 외치며 대권행보를 시작했지만, '1일1사고'라는 말로 요약된 각종 논란이 부각되면서 상당한 마음고생을 해 온 것으로 보인다.

반 전 총장은 이날 선언에서도 "인격 살해에 가까운 음해, 각종 가짜 뉴스로 인해서 정치교체 명분은 실종됐다"고 밝혔다.

반 전 총장을 둘러싼 행보 논란은 귀국 현장에서부터 시작됐다. 인천공항 입국 당시 의전을 요구했다는 주장부터 시작해, 지하철 승차권을 끊는데 만원권 지폐 2장을 겹쳐 넣으려 했다는 점도 부각되면서 구설수에 올랐다.

충북 음성 꽃동네 방문 과정에서는 누워있는 환자에게 죽을 먹이며 본인이 턱받이를 했다는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한일 위안부 협상에 대한 분명한 입장 표명을 요구하는 기자들의 질문에 짜증섞인 반응과 "나쁜 놈들" 발언으로 언론관도 도마에 올랐다.

메시지에 힘을 싣기 보다는 방문이나 만남 자체에 무게를 둔 보여주기식 행보로 논란을 자초한 셈이라는 지적이 여권 내부에서도 분출했다.

반 전 총장을 돕는 캠프 내부의 난맥상도 반 전 총장의 발목을 잡는 주요 원인으로 거론됐다. 외교관 그룹과 친이계 인사들이 주도권 싸움을 하면서 메시지가 제대로 관리되지 못하고, 혼선이 빚어졌다는 것이다.

결국 준비 부족에 기인한 각종 논란 속에 반 전 총장의 이미지는 희화화 되고, 대선주자로서의 중량감을 잃어버렸다는 평가다.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1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대선 불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마치고 취재진에 둘러싸여 차량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각종 비리 의혹에 발목 잡혀…"저 개인과 가족 큰 상처"

반 전 총장과 그의 친인척을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도 그의 결심에 큰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귀국 직전부터 불거진 '23만불 수수 의혹'은 반 전 총장을 그림자처럼 따라다녔다. 외교통상부 장관 시절 박연차 전 태광그룹 회장으로부터 20만 달러, 유엔 사무총장 취임 후 3만 달러를 받았다는 게 의혹의 골자다.

이 밖에 반 전 총장의 친동생과 조카가 베트남 빌딩 매각을 위해 중동 관료에게 뇌물 250만 달러를 전달하려 한 혐의로 미국 현지에서 기소돼 파문이 일기도 했다.

아울러 조카에게는 병역 기피로 지명 수배 중이라는 문제제기가 이어졌고, 둘째 동생은 유엔의 도움을 받아 외국에서 사업을 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반 전 총장은 대부분의 사안을 부인했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근저 제시에는 미흡한 모습을 보이며 의혹을 완벽히 떨쳐내진 못했다. 그는 "저 개인과 가족, 그리고 제가 10년을 봉직했던 유엔의 명예에 큰 상처만 남기게 됨으로써 결국은 국민들에게 큰 누를 끼치게 됐다"고 밝혔다.

◇ 지지율 추락·제 3지대 구심점 동력 상실 '결정적'

이런 상황 속에서 반 전 총장의 지지율은 추락을 거듭했다. 1일 반 전 총장의 지지율은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귀국 전후로 각종 여론조사에서 문 전 대표와 경합을 벌였던 때와는 완전히 상황이 뒤바낀 것이다.

반 전 총장의 마지막 승부수는 '대선 전 개헌 추진 카드'를 고리로 한 제 3지대 연대 형성이었다.

자신 주도로 비문(非文) 전선을 구축해 반전을 모색하겠다는 의도였지만 범여권의 반응은 차가웠다.

반 전 총장과의 연대 가능성이 가장 높게 점쳐졌던 바른정당 마저도 대선 전 개헌 불가 입장을 밝히고, 오히려 그에게 입당을 촉구하는 상황이 닥쳐오자 그로서는 자존심에 타격을 입은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 반전카드마저 폐기 수순에 들어서면서 반 전 총장은 결국 "제가 주도해 정치교체를 이루고, 국가통합을 이루려 했던 순수한 뜻을 접겠다는 결정을 했다"며 대선의 꿈을 접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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